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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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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3.12.08 09:01:13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주최로 서울대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인질과 가족을 위한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공연장의 빈 좌석에 납치된 사람들의 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역사는 뿌리가 깊지만 민간인, 여성, 아이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중동 지역에서의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래전에 팔레스타인 지역을 떠나서 유럽을 떠돌던 유대인이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시기에 시오니즘을 앞세워 다시 돌아왔고,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먼저 국가 건립을 선포하면서부터 갈등이 이어졌다. 이라크와 쿠웨이트, 미국 사이의 갈등,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갈등, 온건세력과 강경 무장세력 사이의 갈등 등 다양한 층위의 다툼을 알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있는 하마스 사이의 갈등을 보면서, 인간의 역사가 더 윤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하마스가 먼저 이스라엘 시민과 민간인들을 공격했지만, 이스라엘군이 세운 팔레스타인 지역을 둘러싼 높은 장벽, 보복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미국과 유럽에서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오랜 세월 차별과 박해를 겪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에 대한 주장도 힘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갈등을 보면서 종교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중세 시대 교황청의 지나친 횡포에 지친 사람들이 신이 존재하는지 증명하고, 캔버스의 중앙 자리를 신에게서 인간, 하층민에게 내주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중세 시대에 종교의 횡포가 교황청에서만 관측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시기 중국과 남미 등에서도 종교의 횡포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성공회의 에딘버러 주교였던 리처드 할러웨이 목사가 쓴 책 중에 ‘세계 종교의 역사’가 있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기원전 10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세계의 다양한 종교에 대한 연표가 있다. 조로아스터교부터 유대교, 카톨릭,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도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의 발생 시점, 특징들을 다루고 있다. 유대교와 카톨릭,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아브라함을 자신들의 조상으로 인정하며, 지리적으로 이스라엘 지역에 성전이 공통 분포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랍인들과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인천시 인천글로벌캠퍼스 앞에서 제노사이드를 멈추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주재로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과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정은 유대교와 카톨릭, 기독교, 이슬람교의 한 뿌리인 조상 아브라함을 내세워, 종교적 갈등을 그만두고 평화의 시대를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최근에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가 추진되고 있었고, 그래서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더 슬프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신화와 신성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류학적으로 본다면 신화가 종교가 되고, 윤리학적으로 신은 전선한 존재로 규정된다. 여러 종교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여러 신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라서 논리적으로 모순을 유발하기도 한다. 신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라고 했던 독일 이성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말을 되새기며 혜안을 기대하기도 한다.

신성, 신적인 것이 선하고 윤리적이며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하나님과 예수님, 부처님, 알라는 전쟁이나 차별을 좋아하실까. 윤리학적 논리로 본다면 그렇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신의 이름으로 전쟁과 차별을 진행하는 인간은 진정한 신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기독교인이자 불교와 도교, 유교 등 동양 문화에 익숙한 나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이 식민 지배나 홀로코스트, 인디언 등 원주민 학살, 흑인 노예제, 전쟁에 찬성하실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신이 전선하다면 그 대답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제3세계 국가들의 불만, 여전히 진행 중인 대립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하마스가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3대 세습, 백두혈통에 대한 지나친 맹신도 어떻게 보면 비뚤어진 종교적 체제의 이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종교나 문화, 인종의 차이를 떠나서 모두 공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말한 한국의 비빔밥 문화, 융합하고 융화하는 공존의 가능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미국의 철학자 헬무트 리처드 니버 박사가 쓴 ‘그리스도와 문화’처럼 역사 속에서의 기독교와 문화로서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도 있어 보였다. 종교란 역사이며 문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결국 더 평화로워져야 한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의 외교 정상화를 추진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한 모습.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로워지기를 기도한다. 중동 지역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서로의 다른 종교에 대해 인류학 또는 종교학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고, 상처의 역사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영국, 유나이티드 킹덤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로 이뤄져 있고, 아일랜드는 지리적으로 근접하지만 영연방 국가에서도 탈퇴하고 지금은 평화롭게 지내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영국 정부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국가 수립과 관련해 양측에 이중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 대신 우리나라가 분단되어 독일처럼 통일을 해야만 하는 모순도 있다.

아산나눔재단에서 서울 회현동에 있는 전시공간 피크닉에서 ‘회사 만들기: Entrepreneurship’을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있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HD현대(옛 현대중공업)가 출연한 재단으로,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생전 영상과 젊은 기업인들의 인터뷰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영웅의 여정이라는 코너에서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고전 속 영웅들은 모두 비슷한 생애주기를 가지는데, 어느 날 자신이 속한 세계로부터 쫓겨나고 모험을 떠나고 고뇌와 수련을 거쳐 경지에 이른다. 세계를 구원하고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로 돌아온다고 한다. 평화와 공존을 위해 인류는 여전히 여정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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