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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부모 갑질 ‘악성민원’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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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3.08.04 10:38:05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2년 차 신규 교사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너무나도 안타깝고 무거운 소식이 전해졌다.

꽃다운 청춘이 제대로 펴보기도 전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끈 건 ‘악성민원’이라는 의혹이다. 그는 숨지기 직전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지난해부터 10차례에 걸쳐 학교 측에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겪었을 끔찍한 고통에 할 말을 잊고 먹먹한 가슴으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유명 웹툰 작가인 A씨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것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시비비는 향후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명확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과민한 대응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필자의 지인이 근무하는 모 국공립교육기관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학교와 교육청 등에 수시로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 탓에 교사들의 멘탈이 붕괴됐다. 해박한 법 지식을 무기로 과도한 요구와 실질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선생님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했고, 일부는 교사라는 직업을 던져버리고 아예 학교를 떠날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선 학교에서는 법령과 학칙에 따라 이뤄진 생활지도에 대해서도 아동학대 민원과 신고가 남발되고 있다. 신고를 당한 교사는 실제 학대 여부와 관계없이 수업 또는 담임에서 교체되거나 직위 해제되는 등 무고성 민원·의심만으로 교육활동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교원의 사기가 저하될 뿐만 아니라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자체를 위축시켜 선량한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다. 급기야 교사나 학부모 둘 중 하나가 학교를 떠나야만 해결될까. 아니다. 정작 해당 학생이 전학을 간다고 해도 그 학교와 선생님들은 또 무슨 죄인가. 폭탄 돌리기로 악질 민원에 영혼이 뽑혀 나갈 것이다.

이제는 교사도 ‘감정노동자’다. ‘감정노동’은 고객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 혹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함으로써 공적으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몸짓을 관리하는 과정을 뜻한다.

전화상담원·은행원·승무원 등과 같이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 종사자들이 주로 해당되지만 교사 역시 그렇다. 이러한 감정노동자들은 인권 침해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데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여당 등에서 원인으로 꼽고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주장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이분법적 발상으로 여기서도 ‘갈라치기 모드’라니 고개가 가로 젓는다.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양심·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학생인권조례와 교권보호의 인과관계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즉,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침해가 늘어났다는 근거 있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인간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기본적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 ‘인권’은 남녀노소 누구나 예외 없이 수평적으로 보호돼야 하고 응당 존중받아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을 저울질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

방점은 ‘악성민원’에 온전히 찍혀야 한다.

실제로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전국의 초등교사 239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공개한 ‘교권침해 실태 설문조사’에서 교권침해의 유형으로 ‘학부모의 악성민원(49%)’이 가장 많았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7월 25일~26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 교원 긴급 설문조사’에서 교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주 대상으로 ‘학부모’라고 응답한 교원이 전체 응답자의 66.1%로 1순위를 차지했다. ‘학생’이라고 응답한 교원은 전체 응답자의 25.3%였다.

이와 함께 교총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접수한 교권침해 사례는 총 1만1628건으로 학부모에 의한 사례(8344건)가 학생에 의한 사례(3284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학부모의 교권침해 유형은 아동학대 신고‧협박이나 악성민원 사례가 6720건(57.8%)으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폭언‧욕설이 1346건(16.1%)을 차지했다.

심각한 수업 방해와 교육활동 침해, 학교폭력 등 문제행동의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를 상대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민원과 신고가 유행처럼 이뤄지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나 교육부도 관련 통계를 갖고 있지 않아 실제 형사처분을 받은 교직원의 비율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회 교육위원회, 일부 교원단체에 의한 분석 및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소율이 1.5% 전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무고성 악성민원과 신고를 차단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요구된다. 현재 국회에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등 관련 법 개정안이 속속 제출되고 있다.

이 개정안들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 등을 담고 있다. 가정 내 아동학대를 계기로 마련된 ‘아동학대처벌법’ 등 각종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적 조치가 학교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교실 공간이 법적 분쟁의 장이 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서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관련해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거나 공무 행위를 방해하는 경우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인정하고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무고성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물도록 한 것이다.

물론, 훈육을 빌미로 소소한 신체적·정서적 학대나 교육적 방임 등이 정당화되고 학생 인권이 위축돼선 안 될 일이다. 학교라는 특수성과 실정을 반영해 교권과 학생 인권과의 균형을 유지한 시스템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악성민원은 ‘갑질’이다. 인간은 누구나 빠짐없이 존중받아야 한다. 나와 내 아이만 존중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타인도 존중해야 한다. 오로지 자신만 존중받기를 원하는 게 ‘갑질’이다. 갑을 관계는 유동적이지만 이를 망각하고 타인에게 함부로 대한다.

우리 주변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 아빠, 아들, 딸이자 형제·자매이다. ‘갑’과 ‘을’의 위치는 고정적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뒤바뀌는 유동적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악의를 품고 남을 괴롭히는 자가 활개 치고 다니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 철퇴를 가해야 한다. 무고한 이들이 상처받고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 이상의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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