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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전 송주법 단독기사’에서 미처 못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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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3.06.02 09:46:45

‘송전탑 주변 주민 보상하라’는 송주법
홍보 부족으로 주민 대다수 내용 몰라
한전은 ‘주민대표가 알아서 하라’는 식
전기세고지서 통해 알려주기라도 하길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CNB뉴스가 지난달 22일 단독 보도한 <[단독] 한전도 LH도 “나몰라라”…산으로 간 ‘송주법 지원사업’> 기사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송·변전시설(송전탑)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지원하는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사업의 부실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는데, 기사가 나간 뒤 피해지역 주민들의 응원 메시지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지역 상당수 주민들이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송주법에 명시된 ‘마을지원사업’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또 ‘송주법 주민위원회’에 참여했거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조차도 주민들 간 갈등 때문에 사업이 지체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즉, 자신들 잘못이지 한전에게는 책임이 없는 줄 알았단다.

앞서 보도된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송주법에는 ‘한전의 주도적 역할’이 명기돼 있다. 한전이 매년 주민설명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해 ‘마을지원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사업계획에는 사업의 목적성, 시행기간, 자금계획 등이 담겨야 한다. 법에서는 매년 10월까지 이를 확정해 이듬해부터 예산을 집행토록 하고 있다. 즉, 1회성 사업이 아니라 해마다 새로운 지원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한전은 이 사업을 사실상 주민대표(일명 송주법위원회)에게 일임하고 있다. 송주위가 주민동의를 받아 “뭘 해달라” 하면 예산을 집행하는 식이다. 이러다보니 송주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경우, 지원금 지급 자체가 중단되거나 사업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송주위원 선출 과정이나 사업내용을 두고도 주민 간에 분쟁이 빈번하다. 심지어 송주법과 관련없는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들이 사업에 개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전은 이런 상황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지원사업을 둘러싼 주민들 간 분쟁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도서관을 원하는 주민도 있고 헬스장을 원하는 주민도 있다 보니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송주위원 선출 과정 등에 있어서도 절차를 잘 몰라 잡음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자체 업무지침에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면 지원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이는 한전의 사업시행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법 취지와 어긋날뿐더러, 한전의 현장 실무자들에게 업무상 면책 효과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

즉, 적극적으로 여론을 수렴해야할 한전 실무자가 어디에나 빈번한 주민 분쟁을 구실로 손을 놓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CNB뉴스가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한전지역본부 담당자는 “민원이 몇건 접수돼 지원사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민원내용은 송주위가 주민대표(아파트 동대표)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 단지가 시끄러우니 지원사업을 미뤄달라는 것. 민원발생지는 1500세대 대단지인데 고작 몇 사람의 민원을 구실로 지원사업을 중단한 것이다. 한전이 이 단지에 지난 4년간 지원한 마을사업은 단 ‘1건’ 뿐이었다.

 

송주법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차원에서 제정됐지만, 한전의 소극적 태도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강원도 지역 주민들이 감사원 앞에서 한전의 송전망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송주법 지원사업에 대한 홍보 부족이다. 한전이 기본적인 안내조차도 주민대표에게 맡기고 뒤로 빠져 있으니 잘 될 리가 없다.

그나마 아파트단지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가끔 관련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빌라·다세대주택 거주자들은 마을공동사업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CNB뉴스의 이번 보도에 대한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다보니 관심있는 몇사람의 입김이 커지게 돼 민주적 절차가 부실해지고, 한전은 이를 ‘주민 갈등’으로 판단해 사업을 보류하고 있다. ‘알권리’라는 첫단추가 잘못 꿰어져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전이 보다 책임감 있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매달 발송하는 ‘전기세 고지서’에 안내문·소식지 등을 별도 첨부해 주민설명회 일정, 송주법 사업 진행과정, 송주위원 입후보 공고 및 선출 결과, 어떤 마을사업이 좋을지 등을 묻는다면 잡음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목소리 큰 몇몇 주민이 이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면 지원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부지침은 당장 폐기하기 바란다. 주민들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데, 이럴 때마다 지원사업을 중단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한전은 송주법이 ‘주민 요구가 있을 때만 집행하는 법’이 아니라, 한전 스스로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피해보상해야 하는 법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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