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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통령님은 건설사 사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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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3.02.15 10:16:10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오늘이 제일 싸다” “자고 나면 천만원씩 오른다” “10가구 모집에 2만명 청약” “당첨되면 5억 로또” “집 안사면 벼락거지 된다”

불과 1~2년전 얘기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떨치던 시절, 1~2%대에 불과한 대출금리에 기대 “빚도 자산”이라며 너나없이 집을 사들였다. 1억으로 10억짜리 집을 사서 9억에 전세를 놨다. 그나마 그 1억도 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래절벽의 끝이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수천대 1 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울 강남권 유명단지의 분양권이 지금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신세가 됐고, 지방에선 고점 대비 반토막 난 거래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빙하기다.

경착륙을 막겠다며 정부가 나섰는데, 의도가 미심쩍다. 내놓은 대책이 대부분 다주택자·건설사 구하기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던 4~10년 전매제한 기간은 1~3년으로 확 줄었고, 실거주 의무는 아예 폐지됐다.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 자격은 기존 무주택자에서 ‘누구나 줍줍’으로 바뀌었으며, 중도금 대출 상한기준(분양가 12억원)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재건축 연한도 30년에서 20년으로 단축됐다. 심지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때문에 마지노선으로 남겨둔 대출규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손본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책은 사실상 전부 폐지돼 “빚내서 집 사라”던 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갔다.

‘둔춘주공 일병’ 때문? 누굴 위해 빗장 풀었나

이같은 무차별적인 규제 해제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지방이 누려온 ‘규제 풍선효과’(수도권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가 사라지면서 거래가 더 얼어붙었다.

지방에서는 수백 세대 단지에 불과 1~2명 청약한 사례까지 나올 정도로 미분양이 급속히 늘고 있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 6만 8107가구의 미분양 아파트 중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4%(5만 7072가구)에 이른다. 급기야 대구시는 지난달 30일 ‘신규사업 승인 중단’이라는 최후 카드까지 꺼냈으며, 울산의 한 신축단지에서는 대우건설이 수백억원대 보증금을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반짝 숨통이 틔었다가 다시 경직되고 있다. 매도자들이 규제해제 기대감에 호가를 올리는 바람에 거래가 실종된 것. 둔춘주공 일병 구하려다 부대 전체가 전멸할 판이다.

규제의 역설은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하니 매물을 거둬 버렸다. 이는 공급 부족을 불러와 집값 폭등의 한 원인이 됐다.

전세가격 안정을 위해 시행한 ‘임대차 3법’도 그렇다. 4년간 전세금을 5%이상 올릴 수 없게 하자, 집주인들은 이를 감안해 최초 계약 때 전세가를 왕창 올려버렸다. 이는 전세가 폭등을 가져왔고 집값 급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이 판국에 빚내서 집 사라? “뭐가 중한디”

경제학에서 흔히 쓰는 ‘구축효과(驅逐效果)’라는 말이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오히려 기업의 투자 위축을 발생시키는 현상이다.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채권공급이 늘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해 기업 투자가 위축된다는 이론이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런 구축효과를 불러오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때다. 시장을 이기려 들지 말고, 시장 기능에 맡겨 집값이 적정한 가격까지 내려오면 거래가 저절로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 견해다.

서민들은 하루속히 정상화된 부동산 시장을 보고 싶어 한다. 주말마다 단지 안으로 이삿짐센터 사다리차가 들락거리고, 중개업소가 사람들로 붐비고, 매월 청약적금 부으며 설레는 그런 세상 말이다.

그러려면 집값이 어느 정도 하향안정 돼야 한다. 지금도 여전히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높은데, 정부가 개입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려 든다면 서민들이 바라는 세상은 더 요원해진다.

일하는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은 단순히 ‘내집 마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저출산·고령화가 불러올 장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정부는 눈앞의 건설사 살리기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고 이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길 바란다. 지금이 부동산 망국(亡國)을 벗어날 마지막 기회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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