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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빅딜 무산 후폭풍…환영·우려 ‘희비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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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2.01.21 10:13:03

대우조선 매각 불발…조선업계 안갯속
당장은 안도…재무구조 우려 목소리도
현대중공업, EU에 시정요구 등 재도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조선업 빅3 체제를 빅2로 바꾸려던 야심찬 계획이 추진 3년 만에 결국 무산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장은 조선업황에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CNB가 국내 조선업계의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CNB=정의식 기자)

 

 


# 긍정론  “인수 불발, 호재될 수도”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이 독점적 지위를 형성해 시장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인수합병을 불허했지만 조선업계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일단은 현재 조선업이 ‘슈퍼사이클’ 도래로 전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어 인수합병(M&A)이 불발됐다해서 두 회사의 경영에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인수 주체였던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투입하려고 했던 1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 수주가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을 보이는 가운데 자금 여유가 생겨 투자 여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크게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297.3%까지 치솟았지만, 아직 2조5000억원 가량의 자본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호황 덕분에 수주목표 달성률이 141%를 기록했고, 내년 말이나 내후년부터 흑자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CNB에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국내 조선사 간의 경쟁과열과 저가 수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EU의 불승인 결정으로 무산돼 안타깝다”면서도 “기업결합 추진을 결정했던 당시와 달리 지난해부터 조선업 상황이 호전됐고,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수주가 확대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이번 인수 불발이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등이 14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현대중공업 EU(유럽연합) 기업 결합심사 불승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피인수 대상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측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사회는 인수합병 무산에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자체와 노조, 시민단체 등은 이번 인수 무산을 ‘거제 시민의 승리’라며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이성근 대우조선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기업결합으로 재무구조 개선 등 근본적 경쟁력 확보를 기대했으나 (기업결합이) 무산됐다“며 ”대주주 및 채권금융기관의 지원 약속으로 수주, 조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회사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배가시켜 투자 유치가 원활히 되도록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거제시는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인수합병 무산을 시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이제 대우조선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업과 노동자, 전문가, 시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대우조선 불공정매각반대 거제 범시민대책위원회 등 노조와 시민단체도 인수합병 무산을 반겼다. 이들 단체는 “경쟁력 회복이 급선무”라면서 정부에 “수주 지원과 생산, 기술력 투자, 인재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그간 경남 지역에서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 “남해안 조선 산업벨트가 붕괴하고 기자재업체가 줄도산하는 등 지역경제가 위협받는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부정론  “조선업 경쟁력 약화 우려”



다만 현재와 다르게 조선업 시황이 나빠지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EU가 독점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한 만큼 다른 ‘빅3’ 업체인 삼성중공업과의 합병도 불가능해져 조선 외의 다른 산업군으로 매각이 불가피해진 점도 악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사업전략이나 과거 M&A를 토대로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을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규모가 워낙 커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최근 전 세계 조선시장이 자국 업체 간의 합종연횡으로 규모를 키우는 흐름으로 가고 있어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이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사진=연합뉴스)

그래서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이번 EU 집행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EU의 불허 발표 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법률자문사 프레시필즈, 경제분석 컨설팅 기업인 컴파스 렉시콘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조선 시장은 단순히 기존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지난 2년간 EU에 설명했다”며 “독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시장점유율이 아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유효한 경쟁자 수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기업의 과거 시장 점유율이 높아도 조선 산업의 경쟁은 입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며 “입찰 승패에 따라 점유율이 크게 변동되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점유율만으로 섣불리 독과점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하나의 유효 경쟁자라도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라며 “LNG선 시장은 한국의 삼성중공업뿐만 아니라 중국 후둥조선, 일본 미쓰비시·가와사키 등 복수의 유효 경쟁자가 존재해 이번 기업결합은 독과점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객관적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서도 “이번 기업결합이 LNG선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유럽의 고객은 사실상 없었다”며 “최종 결정문을 검토해 EU 법원을 통한 시정 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CNB=정의식 기자)

 

<기사 속 기사>

 

EU, 합병 불허 이유는?

지난 1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한다고 발표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추진이 무산됐다.

EU 집행위는 M&A 불허의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결과적으로 최소 6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를 만들게 됨으로써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세계 3위 LNG 수입국이어서 LNG 운반선 시장 독점에 따른 선박 가격 상승이 LNG 운임에 영향을 줘 궁극적으로 LNG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물출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이 인수의 선결 조건이었다.

이에 두 회사는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기업결합에 대한 조건 없는 승인을 받았고, EU와 한국, 일본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EU 심사가 불승인으로 결정나면서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허가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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