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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재판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현장경영 올인 “왜”

상생·소통·현장…그의 뒤를 따라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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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9.16 09:32:0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영업 최전선인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대치점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들어 한달에 두번 꼴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재판은 재판, 경영은 경영”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 기소로 다시 재판정에 서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올인하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들어서만 지금까지 19차례나 생산현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협력사에 대금을 조기집행하고 당초 목표를 초과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등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CNB가 이 부회장의 뒤를 따라가 봤다. (CNB=도기천 기자)

 


이 부회장, 한달에 두번 꼴로 현장行
‘코로나·재판’ 이중고 딛고 위기돌파
이유있는 ‘종횡무진’의 끝은 어딜까


 

 

“손님인 줄 알았다네요”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9일 삼성전자 세트부문 사장단과 전략회의를 가진 직후 인근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대치점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이곳에서 프리미엄 가전 체험 공간인 ‘데이코 하우스’의 빌트인 가전과 마이크로 LED TV ‘더월’ 등을 살펴봤다. 삼성 측에 따르면, 처음에 종업원들은 이 부회장 일행이 일반 소비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연초부터 이 부회장은 반도체·생활가전 등 주요 사업부문을 두루 챙기는 국내외 현장경영에 주력해왔다. 지난 1월 경기 화성 사업장에서 반도체(DS) 부문 사장단 간담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한달에 두번 꼴로 임직원과 스킨십을 쌓고 있다.

이를 시간 순으로 보면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생산라인 방문(1월) △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 점검(2월,화성) △스마트폰 생산라인 점검(3월,구미)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방문 및 전략회의 주재(3월,아산) △미래기술간담회(3월,종합기술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미팅(5월,삼성SDI 천안사업장) △중국 시안 반도체사업장 점검(5월) △파운드리·시스템LSI·무선사업부 사장단 간담회(6월) △반도체 미래전략 간담회(6월,화성) △디스플레이 중장기 전략 회의(6월,아산) △생활가전 중장기 전략회의(6월,수원) △반도체 장비 사업 점검(6월,세메스 천안사업장) △C랩 인사이드 간담회(7월,수원) △전장용 MLCC 생산라인 점검(7월,전기 부산사업장)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방문(7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점검(7월,온양사업장) 등이다.

지난달에는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워킹맘 직원들과 만나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야 하는 고충을 듣고 공감하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의 만남은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 차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이 순수 전기차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친환경차 분야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확보가 필수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배터리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하고 1천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는 꿈의 기술로 불리는 ‘석출형 리튬음극’을 개발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의 젊은 총수들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기업인들의 시선이 쏠린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워킹망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그는 직원들과 격없이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삼성전자 제공)
 

사법 리스크에도 변함없는 ‘동행’



이 부회장은 상생경영에도 적극적이다.

우선, 추석 시즌을 맞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19개 전 계열사가 임직원 20여만명을 대상으로 자매마을 등의 특산품을 판매하는 ‘추석 맞이 온라인 장터’를 열고 있다. 강원도 해담마을의 표고버섯, 충북 둔율올갱이마을의 과일·옥수수, 전남 담양 도래수마을의 꿀 세트 등 각 계열사 자매마을에서 생산한 특산물을 팔아주고 있다. 올해는 장터 운영 기간을 기존 1~2주에서 4주로 2배 이상 확대하고,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참여한 27개 중소기업의 상품을 장터에 입점시킨 점이 눈에 띈다.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은 삼성전자가 전문가를 투입해 현장 혁신, 시스템 구축, 자동화 등의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장터에서는 스마트공장에서 생산한 어묵, 황태, 두부과자 등이 판매되고 있다.

협력사들에게는 추석연휴 전에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삼성웰스토리 등 10개 계열사가 회사별로 통상 지급일보다 6~7일씩 앞당겼다. 전체 규모는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은 최근 들어 협력회사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우수협력회사 인센티브 지급 대상을 기존 1차 협력사에서 2차 협력사까지 확대했으며,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최근 3년간 4500억원을 지원했다. 협력사 금융지원을 위해 3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생산현장 방문 때마다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지난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생산공장의 구내식당에서 배식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모습이 신기한듯, 직원들이 핸드폰으로 이 부회장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미래 먹거리’ 광폭 행보



이 부회장이 이처럼 경영 최일선에서 광폭 행보에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글로벌 환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재용식 혁신 드라이브는 2018년 8월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에서 시작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사업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3년간 180조원(국내 투자 130조원)을 투자해 4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는 플랜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에 73조원, 생산시설 확충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반도체 비전 2030)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보호무역 장벽과 D램 가격 불안정 등으로 삼성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겹쳐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이처럼 전세계가 대격변의 시기를 맞은 만큼,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한발 앞서 미래먹거리를 선점해야 한다. 특히 언택트(비대면) 분야로 산업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현 상황이 삼성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선포한 AI·5G·바이오 등 주력사업이 주요국의 미래 동력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다.

삼성이 작년까지 이미 3개년(2018~2020) 채용목표치인 4만명의 80%이상을 신규채용한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공채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점은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채용일정을 연기하거나 채용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이 부회장의 행보는 글로벌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과연 삼성이 계획대로 투자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 같다”며 “과감한 고용과 투자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 걸린 삼성 깃발. (사진=연합뉴스)
 

“재판은 재판” 갈길 간다



한편에서는 이 부회장의 모습을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판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최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다음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재판에 구애받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52조9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8조1550억원을 기록해 22%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도 전년보다 증가한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국내 통신장비산업 사상 최대인 7조9000억원(약 66억 4000만달러) 규모의 무선통신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한 점도 고무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이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가도 이런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올해초 5만원대 중반이던 주가는 현재 6만1000원(15일 종가기준)까지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능가한 것이다.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도 여전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8월3일~9월1일)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원 넘게 사들였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글로벌 시장이 워낙 예측불가한 상황이라 앞날을 예단하긴 힘들지만, 수년전부터 미래 성장산업에 올인해온 이재용 부회장의 전략이 열매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그의 행보는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삼성의 차세대 투자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세계 시장에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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