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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연임 성공한 허인 국민은행장…기업·농협은행장 운명은?

역대급 실적이 해묵은 인사관행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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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11.27 11:22:33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최근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임기만료를 앞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과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역대 최저 금리가 계속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악화되는 등 은행들의 앞날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두 행장의 ‘성적표’가 더 관심을 끈다. 이들의 운명은 어찌될까. (CNB=도기천 기자)

 

왼쪽부터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이중 허인 행장은 연임에 성공했고 나머지 행장들은 내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디지털 혁신’ 이끈 허인 행장 연임
임기만료 앞둔 행장들에게 ‘청신호’
인사관행 깨질지 은행권 시선 집중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12월 27일,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12월 31일 각각 임기가 끝난다.

앞서 이달 20일까지 임기였던 허인 국민은행장은 연임이 확정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7일 주주총회를 열어 허 행장의 재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임기는 1년 연장돼 2020년 11월 20일까지다.

허 행장은 실적과 비전, 두 가지 모두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허 행장을 최종 은행장 후보로 추천한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 2년간 국민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건전성과 수익성을 고르게 성장시키는 등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실제 국민은행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7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6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 감소했으나, 급격한 시장금리 하락으로 자산수익률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허 행장의 ‘디지털 KB’ 전략이 주효했다. 허 행장은 2017년 11월, KB금융의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된 후 첫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줄곧 고객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강조해왔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해두면 빈손으로도 출금할 수 있는 ‘손으로 출금’ 서비스, 금융권 최초의 알뜰폰 서비스 ‘Liiv(리브) M’ 등이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시중은행들이 호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임기만료를 앞둔 은행장들이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시중은행들 간판 로고. (사진=연합뉴스)

 

국민은행발 청신호…타석에 선 주자들

국민은행의 이런 분위기는 임기종료를 앞둔 다른 은행장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또한 국민은행 못지않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글로벌 영토 확장 및 디지털 강화로 농협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쇄신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데이터분석 전문가 육성을 위한 ‘서울대 빅데이터 과정’, ‘NH디지털혁신캠퍼스’ 등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오픈한 빅데이터 플랫폼 ‘빅스퀘어’의 고도화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동남아 지역으로 영업망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특히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숫자’로도 그의 혁신 플랜이 입증된 상태다. 농협은행은 이 행장 취임 당시인 2017년 65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듬해에는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조218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순이익이 1조9천억원에 이르는 등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협금융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5% 이상을 농협은행이 차지할 정도로 그룹 내 기여도가 높아졌다.

농협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룹 내 입지도 탄탄하다. 1960년생인 이 행장은 농협대를 졸업한 뒤 1985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입사했다. 2016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 12월 제4대 농협은행장에 취임했다. 40여년 세월을 농협과 함께한 것.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실적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취임 직전인 2016년 3분기 1조2537억원(연결·누적 기준)이었던 기업은행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1조8309억원으로 크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9494억원에서 1조3578억원으로 44% 나 늘었다. 주수입원인 예대마진(예금-대출 간 발생이익)과 수수료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김 행장은 역대 4번째 내부 출신 국책은행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상생·동반성장 정책기조에 무난하게 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행장의 경영 슬로건인 ‘동반자금융’은 중소기업을 보호·지원 대상이 아닌 은행과 함께 성장할 국가경제의 중심 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상으로 꼽힌다. 창업·벤처육성플랫폼인 ‘IBK창공’과 중소기업 인수합병(M&A) 지원사업, 디지털 경영지원 플랫폼 ‘박스(BOX)’ 등은 이런 기조에서 태생한 성과물들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어 행장 인선 때마다 논란을 겪고 있다.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CNB포토뱅크)
 

기업銀, 또 낙하산 논란

하지만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연임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은행의 경우, 정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 가능성 등 변수가 존재한다.

기업은행은 1961년 제정된 중소기업은행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통해 은행장을 선출하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러다보니 행장 인선 시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조준희 전 행장 선임 이후 9년 동안 내부 인사들이 행장 자리에 올랐지만 내부인사라고해서 관치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내부인사든 외부인사든 제대로 된 인사검증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은행 내부에서는 늘 불만이 많다. 최근 기업은행 노조가 행장 선임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사실상 인사 권한을 행사하다보니 현직 행장이 연임한 전례가 거의 없다. 그동안 연임에 성공한 인물은 정우찬 전 행장(,4~5대, 1967~1974년)과 고 강권석 전 행장(20~21대, 2004~2007년) 두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김 행장의 연임 또한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기업은행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기업은행 노조가 차기 행장 인선에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점도 김 행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NB에 “일단 외부인사 선임만 배제된다면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면서도 “다만 내부에도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등 여러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어 연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현직 행장이 연임한 전례가 거의 없지만 이대훈 행장이 사상최대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인사 관행이 변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 코리아 펀드’에 가입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협銀, ‘3년 벽’ 넘을까

농협은행도 역대 행장 가운데 3연임에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 행장의 연임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이 행장은 2017년 12월 취임한 뒤 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따라서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최창수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유력한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농협금융은 전통적으로 지주 부사장이 농협은행장을 맡는 관행이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14년부터 두 차례 연속으로 농협금융 부사장이 행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이 행장이 워낙 큰 실적 성과를 일궈낸 만큼 농협의 인사 관행이 깨질 여지도 있다. 내부에서는 현재 1년인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다른 시중은행장의 임기(2년 첫 임기후 1년 단위 연임)에 비해 짧아 이 행장의 임기 역시 3년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NB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농협은행의 성장세를 견인한 이 행장의 능력과 고유의 인사관행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으로서는 어느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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