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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읽기] 조국 사태…‘내로남불’과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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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구병두기자 |  2019.09.19 09:04:52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에게 있는 큰 허물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작은 허물을 비웃는다는 의미이다. 요즈음 ‘내로남불’을 일삼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잘 어울리는 속담이 아닌가싶다.

내로남불은 옛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故事成語)도 아니며 교훈이나 유래를 담은 사자성어(四字成語)와도 무관하다. 똑 같은 일을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의미를 가진 조어(造語)이다. 90년대 정치권에서 사용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온·오프라인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모습을 지칭하는 말로 남에겐 엄격하나 자신에겐 자비로운 태도를 일컫는다. 옛 성현들이 요즘 사람들의 내로남불 하는 작태를 보았다면 사정없이 꾸짖었을 게 분명하다.

내로남불을 고사성어에 굳이 결부시킨다면, ‘대인추상 지기춘풍(待人秋霜 持己春風)’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대인추상 지기춘풍은 본래 채근담에 수록된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에 근거한 조어이다. 대인춘풍 지기추상은 남을 대할 때에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자기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차갑게 하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일에는 한없이 너그러워지기 쉬운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인추상 지기춘풍은 남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차갑게 대하고 자기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라는 뜻이다. 이는 곧 내로남불과 그 의미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반면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전적 의미는 처지(處地)를 바꾸어 생각하여 봄이다.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본다는 뜻이다. 역지사지를 영어로 대치한다면 이해한다는 의미를 지닌 ‘understand’라고 하여도 좋을 성 싶다. understand는 전치사인 under와 동사인 stand의 합성어로 under는 ‘∼아래’의 의미이며, stand는 ‘서다’의 뜻이다. understand를 직역하면 ‘∼아래에 서다’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천부인권사상에서 말해주듯이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므로 ‘아래에 서다’보다는 ‘옆에 서다’라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옆에 서다라는 의미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다’라는 뜻이며, 이는 곧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므로 ‘understand’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그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조국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역지사지의 유래는 맹자의 ‘이루편(離婁編)’ 상(上)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는 사람의 처지(입장)를 바꿔 놓으면 그 처지에 동화되어 하는 것이 다 같게 된다는 의미로,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와는 상반된 의미로 쓰인다.

맹자는 치수(治水)에 성공한 우(禹) 임금과 농업의 신으로 숭배되는 후직(后稷)에 대해 논하면서 우 임금은 천하에 물에 빠지는 이가 있으면 자기가 치수를 잘못해서 그가 물에 빠졌다고 생각했고, 후직은 천하에 굶주리는 자가 있으면 자기의 잘못으로 그가 굶주린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여기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생각한다’는 뜻의 ‘인익기익(人溺己溺)’, ‘인기기기(人飢己飢)’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의미로 ‘역지즉개연’이라는 표현을 변형하여 ‘상대방의 처지에서 헤아려 본다’는 뜻의 ‘역지사지’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에도 ‘인익기익’ 또는 ‘인기기기’는 역지사지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작금의 정치판은 아수라장이다. 매사를 내로남불, 아전인수, 대인추상 지기춘풍으로 상대방을 헐뜯으며, 상호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한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듯하다. 정치인들의 행태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21세기 정치지도자라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역지사지, 대인춘풍 지기추상, 인익기익, 인기기기의 태도로 국정을 돌봐야하지 않겠는가. 조국 장관을 둘러싼 논란도 그러면 해법이 보일 것이다.


* 구병두(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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