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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롯데카드·손보 매각이 불러올 2개의 쓰나미

금융업계 재편 넘어 韓日롯데 통합경영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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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4.24 09:06:48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은 한일 롯데 통합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첫단추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연합뉴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이 속도를 내면서 잠시 주춤했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종착역에 이를지 주목된다. 두 회사가 팔리면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를 롯데지주에 편입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지주회사 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이번 ‘빅딜’이 단순히 카드·보험업계 지각변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 (CNB=도기천 기자)

지배구조 개혁 위한 카드·손보 매각
업계 지각변동 넘어 롯데 운명 결정
한·일 통합지주회사 설립의 ‘가늠쇠’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유력 인수후보 중 하나였던 한화그룹이 본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인수전의 무게중심이 하나금융 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과 사모펀드 2곳이 롯데카드 본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사실상 하나금융이 롯데카드의 새 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이 이미 넉넉한 ‘실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이승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9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인수·합병 자금은 현재 증자 없이 1조원 정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가 하나금융의 품에 안겨 하나카드와 합병하게 되면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중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1.2%, 하나카드는 8.2%로 7위다. 두 회사 점유율의 단순 합은 19.4%로 1위 신한카드(21.5%) 다음이다.

롯데카드에 비해 롯데손해보험은 상대적으로 매각 속도가 느리지만 최근 본입찰에 복수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이번 빅딜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에서 비롯됐다.

롯데는 2017년 10월 유통·식품 부문 42개 계열사를 편입한 롯데지주를 창립해 ‘뉴롯데’를 출범시켰다. 이후 롯데지주에 주요 계열사들을 합병하는 형태로 한때 수만 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대부분 해소했다.

 

신동빈 롯데회장이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하는 서울 중구 대한상의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각 성공해야 호텔롯데 상장

하지만 롯데가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는데 현재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78%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신 회장과 호텔롯데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 따라서 관련법에 따라 지주사 설립 후 2년 이내에 이 회사들의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특히 두 회사가 처분되어야 다음 단계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상장)를 추진할 수 있다.

롯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이자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다. 문제는 일본 롯데 계열의 회사들이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19.07%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며, 이외 지분은 L투자회사 등 일본롯데 관계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국내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게 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일본 기업’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데다, 명실공히 한·일 공동경영체제를 확립할 수 있게 된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종목표는 ‘한일 롯데 통합경영’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다. 사진은 일본의 한 롯데그룹 소속 건물. (사진=연합뉴스)

 

종착역은 ‘한·일 통합경영’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롯데지주와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일 간 연결고리인 호텔롯데가 한국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지분을 11.1% 갖고 있지만, 신 회장 측은 호텔롯데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

따라서 호텔롯데 지분을 매입해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한일 롯데를 동시지배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은 두 회사를 합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지주는 현재 롯데쇼핑 지분 38.80%를 가진 것을 비롯해, 롯데칠성음료(26.54%), 롯데케미칼(23.24%), 롯데제과(48.42%), 롯데칠성음료(26.54%) 등 주력 계열사에 대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한 상태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11.7%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약 30%에 이른다. ‘신 회장-롯데지주-국내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합병하게 되면 한·일 롯데의 중심이 되는 거대 지주회사가 탄생하게 되고, 신 회장은 이 지주회사를 통해 한일 통합경영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또한 일본 광윤사의 대주주이자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한일 롯데를 분리해 자신에게 일본 쪽 경영을 맡겨달라며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도 자연스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모두 무산되긴 했지만 신 전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 무려 다섯 번이나 신 회장 해임안을 상정한 바 있다.

 

서울 중구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연합뉴스)
 

제값 받고 팔까, 지주사 ‘올인’ 할까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롯데의 금융계열사들이 순조롭게 매각돼야 가능하다.

롯데카드는 하나금융이 인수할 것이 확실시 되지만, 롯데손해보험의 운명은 안개속이다. 복수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수가격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이 생각하는 가격은 5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한화재(현 롯데손보) 인수에 3700억원을 썼고, 이후 1200억원 유상증자를 했다는 점에서다.

시장의 평가는 이와 차이가 크다.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약3800억원인데, 이중 롯데가 매물로 내놓은 지분 52.47%의 시장가격은 2천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3천억원 정도가 적정 가격으로 평가된다. 입찰에 참여한 FI들이 이 정도 수준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롯데손보가 롯데캐피탈처럼 매각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롯데캐피탈을 매물로 내놓았다가 돌연 매각을 보류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롯데그룹이 한일롯데 통합경영이라는 큰 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데, 롯데 입장에서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매각해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는 단계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값을 받을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클 것”이라며 “결국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매각 진행 속도에 따라 그룹의 앞날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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