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며 인류의 멸종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 100억년 뒤에는 항성인 태양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고, 지구도 사라지게 된다. 이때 인류는 다른 행성을 거주지로 찾거나, 지구와 함께 우주의 먼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태양이 수명을 다하기 전에 인류가 멸종할 수 있는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3차 세계대전, 환경 파괴가 바로 그것이다. 또 거대한 혜성이나 우주 암석이 지구와 충돌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프로젝트 중 하나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인류의 어리석음에 대한 고발로 읽힌다. 인류의 멸종 가능성 네가지 중 두가지는 인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앤다. 주목할 점은 타노스는 우주의 생명 절반을 없애고 눈물을 흘린다. 우주 생명의 절반을 없애지 않으면, 자원 부족과 환경파괴로 공멸하는 디스토피아가 찾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타노스 본인은 우주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런 고민은 전편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도 드러난다. 마지막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은 인류가 이대로 가면 스스로 멸종하게 될 거라는 걸 알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에 인피니티 스톤과 인공지능 네트워크가 결합해 탄생한 비전은 나도 그 사실을 알지만 인간을 믿는다고 답한다.
이런 물음에 대한 믿음이 현대아산의 금강산 등 북한 여행과 경제협력 사업에 담겨 있다고 본다. 1‧2차 세계대전을 유발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대결의 현존하는 극단이 분단된 남북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은 극단적 냉전의 종결을 의미한다. 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힘을 합해 경제 개방과 발전, 자유, 평등 등 UN의 가치들을 확대하면 지구의 평화 전진에 획기적인 한걸음이 될 것이다.
한 발 더 나가면 동양의 생명 존중, 자연주의 철학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와 문명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생태주의 철학은 자아와 타자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서양보다는,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는 동양에서 보다 훌륭한 토대를 찾을 수 있다. 이는 공교롭게도 서양과학의 최첨단으로 알려진 양자역학과 통한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인류의 멸종 가능성 중 두가지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태양의 자연적 폭발은 인간의 현재 지혜로 막을 수 없고, 혜성이나 거대 우주 암석과 지구의 충돌 가능성은 지금도 우주센터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의 예산 확충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핵전쟁으로 인한 3차 세계대전과 환경파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인간으로 지구에서 태양이 폭발하기 전에 계속 살고 싶다면 이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 해결점의 중요한 첫 걸음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경협, 북한 경제 개방 등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등 경협사업과 남북, 북미 정상회담 후 평화 프로세스 등은 지역적 의미를 넘어서서 인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차원에서 반드시 우리는 이 길을 계속 가야 타노스가 등장하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유토피아를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