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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상암 롯데몰…‘골목상권 논란’ 진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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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11.02 09:04:04

(CNB=도기천 부국장) CNB가 지난달 11일 보도한 상암동 롯데쇼핑몰 입점에 관한 기사([생생르포] 박원순 시장 아킬레스건 ‘상암롯데쇼핑몰’의 운명)는 반향이 예상 외로 뜨거웠다.

본지는 서울시가 5년 전에 이미 쇼핑몰 부지를 롯데에 매각해 놓고도 아직까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이유를 상세하게 다뤘다. 

롯데가 서울시에 제출한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의 부지 면적은 2만3741㎡, 영업면적은 23만1611m²(약7만200평)에 이른다. 표준규격 축구장(105m×68m) 32개 크기로 당시 한강 이북에서 최대 규모였다. 

기사가 나간 뒤, 롯데몰 예정부지 인근의 주민들 약 2천여명이 SNS와 댓글, 댓글 찬반 누르기,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CNB에 의견을 개진했는데, 놀랍게도 90% 이상의 주민들이 ‘입점 찬성’ 쪽이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도 조속한 입점을 바랬으며, 이중 일부는 건립 허가를 보류하고 있는 서울시를 강하게 비난했다. 

물론 이번에 나온 의견들이 정식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만, 대부분이 하루속히 롯데몰이 들어오기를 원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본지는 취재 계획을 세울 당시, 상암동에 오래된 골목상권이 형성돼 있고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포구 망원시장, 은평구 증산종합시장, 은평구 수일시장 등이 롯데복합쇼핑몰과 직선거리 1km 이내에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롯데몰 입점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주민들. (사진=도기천 기자)


유통대기업-재래상권, 윈윈하는 길 찾아야

이유가 뭘까? 취재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롯데몰이 안들어온다고 망원시장(롯데몰예정부지 인근의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가진 않습니다. 동네마트에서 해결하거나 좀 귀찮긴 해도 인근의 홈플러스와 이마트를 이용하면 되지, 상암동에서 차로 20분 걸리는 망원시장을 가진 않아요”

롯데몰 말고도 이미 여기저기 대형마트들이 들어와 있는데 롯데몰과 재래상권이 무슨 상관이 있냐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에는 이런 생각들이 수치로 나타나 있다. 

서 교수가 신용카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출점 이후 인근의 전통시장 고객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기존 전통시장 이용고객의 5%가량이 마트로 이동하지만, 대형마트를 이용하면서 신규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이보다 3배 가량 많았다. 

또 대형마트들을 월2회 쉬도록 하는 의무휴업제도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시장의 소비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이용 고객은 마트를 이용하면서 주변 소상공인 점포도 동시에 이용하는 소비패턴을 보였는데, 의무휴일이 이런 동시소비 기회를 가로막는 한 요인이 된 것이다.  

이런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롯데몰 입점이 재래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골목상권보호 공약에 따라 더 강력한 쇼핑몰규제법안들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유통대기업이 영업허가 전까지 상생협약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이를 도시계획(건축허가) 단계에 적용하는 쪽으로 법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또 기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국한된 월2회 의무휴업을 롯데몰, 스타필드(신세계), 아울렛 등 대형쇼핑몰(매장면적 3000㎡ 이상)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5월 부산 수영팔도야시장 개장 기념식. (사진=연합뉴스)


낮에는 쇼핑몰, 저녁에는 야시장

약자를 보호하고자하는 대통령과 정치권의 태도는 당연히 고맙고 훌륭하다. 기왕이면 그런 생각을 좀 더 발전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모색해 줬으면 좋겠다. 마트가 주변 상권과 협력해서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의 유통산업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가령,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그룹, 상인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육성 프로젝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대형 유통마트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된 송정역전매일시장과 대인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았다.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시장투어와 체험프로그램, KTX 송정역을 활용한 배송센터, 주말 야시장,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추억의 전통시장 등을 만들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프로젝트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전통시장이 포함돼야하며, 각종 규제를 풀어 먹거리장터, 야시장, 동네축제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낮에는 대형마트에서 쇼핑하고, 저녁에는 가족과 야시장에 둘러않아 즐겁게 외식 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규제일변으로 가다 보면 재래상권, 유통기업 할 것 없이 전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CNB=도기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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