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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세상] ‘갤노트7 리콜’과 ‘무선전화 화형식’이 닮은 이유

32년전 데쟈뷰…이재용 승부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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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6.09.20 10:48:06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1994년 불량 무선전화기 15만대를 수거해 임직원 앞에서 폐기하는 이른바 ‘화형식’(왼쪽 사진)을 단행했다. 32년이 흐른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갤노트7’ 전량리콜이란 강수를 던지며 삼성의 품질경영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삼성전자가 19일부터 갤럭시노트7(갤노트7)의 전량리콜에 들어가면서 당장은 영업이익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기업 이미지가 개선돼 오히려 매출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이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신뢰를 생명으로 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시장에 믿음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리콜이 시사하는 의미를 들여다봤다. (CNB=선명규 기자)
 
초유의 전량 리콜 “위기는 기회”
이재용 통큰 결단, 시장 기대 ‘여전’
사업재편 정점 찍는 올 연말 고비


삼성전자는 19일부터 갤노트7에 대한 전면 리콜에 들어갔다. SK텔레콤과 KT 이용자는 오는 30일까지 구매한 매장에서 교환 받을 수 있고, LG유플러스 이용자는 전국 유플러스 매장 및 판매점을 방문하면 새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


리콜 사태를 초래한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은 배터리 내 음극과 양극이 단락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노트7용 리튬이온 2차전지를 납품한 업체의 제조 공정에서 미세한 오차가 발생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다.


삼성은 배터리 부품 교체가 아닌 제품 자체를 새것으로 바꿔주는 리콜을 택했다.


삼성 측은 지난 14일 자사 인터넷 사이트 ‘뉴스룸’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하는 모든 고객에게 통신비 일부를 지원한다”고 공지했다. 제품 교환 뿐 아니라 통신비 지원까지 내세운 통 큰 결단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수그러들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 공지 사이트 '뉴스룸' 캡쳐


“품질만은 양보 안돼”


삼성이 이번 갤노트7의 리콜을 엄격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뿌리 내린 ‘품질경영’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이 회장의 선언은 삼성 품질경영의 시발점이 됐다.


발단은 당시 이 회장 앞으로 30분 분량의 비디오테이프가 전달되면서였다. 영상에는 세탁기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불량품을 묵과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직원들은 조립 과정에서 세탁기 뚜껑이 잘 닫히지 않자 플라스틱 재질의 뚜껑 접촉면을 칼로 깎은 뒤 본체에 붙이고 있었다. 다시 설계해야 하는 원칙을 무시하고 불량품을 대충 수습하는 모습에 이 회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임원들을 불러 모았고, 이 앞에서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신경영’을 선언했다.


품질경영 선언 이듬해인 1994년 이 회장이 단행한 ‘무선전화 화형식’은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당시 삼성이 출시한 무선전화는 불량률이 11.8%로 높았다. 삼성 측은 신문에 불랑품을 교환해주겠다는 광고를 냈고, 500억원에 달하는 약 15만대가 수거됐다. 이 회장은 임직원 앞에서 수거된 불량품을 불도저로 밀고 불에 태웠다.


업계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애니콜’이란 대표 브랜드가 탄생해 국내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전한다.


가까이는 지난 2009년 주택에서 폭발한 지펠 냉장고 사례가 있다. 삼성은 당시 백색가전 기준 최대 규모인 21만대의 자발적 리콜을 진행했다.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시작한 삼성전자의 품질경영은 이제 이재용 부회장 뿐 아니라 임직원 사회 전반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이번 갤노트7 전량회수 조치는 삼성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자발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 촉매제가 됐다.


발화 이슈가 불거진 직후 게시판에 ‘자신의 PS(성과인센티브)를 포기할테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내용의 글이 쇄도했다. 배터리 교환을 검토하던 경영진은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본체 리콜’이란 초강수를 두게 됐다.


이번 리콜 사태를 지켜보는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납품업체의 실수로 결함이 발생했지만 삼성전자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낮추면서도 이런 추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갤노트7 리콜 비용과 판매 감소분을 반영해 (1조4천억원 감소한) 14조7천억원으로 낮췄다”면서도 “삼성전자 브랜드 인지도 및 제품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갤노트7 ‘사용중지 권고’라는 선제적 고강도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소현철 애널리스트도 “만약 전량 리콜이 아닌 배터리 교체 결정을 내놓았다면 단기적 비용은 축소됐겠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제품은 믿고 쓸 수 있다는 신뢰가 확산돼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이폰 도전 등 곳곳 지뢰밭


주식시장도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예상 외로 낙폭이 제한적인데다 리콜이 개시된 19일에는 되레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갤노트7의 배터리 불량 문제가 불거진 직후에는 다소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 2일 리콜 선언 후에는 주가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 매출감소가 우려되며 지난 12일 한 때 150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이튿날에는 4.23% 오른 152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리콜이 개시된 19일에는 주가가 전일대비 2.55% 상승했다. 이번 배터리 불량 사태가 시작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주가는 약 3% 가량 빠지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사업재편이 마무리되는 올해 안에 주가가 다시 예년 수준 이상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프린팅 사업부 분할 매각에 대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다음달 27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원안대로 가결되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27일 등기이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경영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장의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다.


갤노트7이 리콜로 주춤한 사이 LG전자는 지난 7일 음질이 대폭 강화된 프리미엄 대화면 폰 ‘V20’을 출시했고, 뒤이어 애플은 ‘아이폰7’을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콜 조치로 삼성전자가 고객 신뢰는 지켰지만 하반기 스마트폰 경쟁구도에서는 한 발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하반기 사업재편과 이번 리콜을 계기로 품질 관리를 대폭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갤럭시S8’부터는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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