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만나 ‘이기는 여론조사’를 부탁하는 모습을 봤다는 증언이 나왔으며, 이에 오 시장은 ‘김 전 의원이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 때부터 명씨 주장에 맞게 말맞추기를 한 의심이 든다’고 반격하는 등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오 시장은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총 10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후원자인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신 부담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으며, 이에 오 시장은 “명씨와 만난 사실은 있지만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 시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특검팀이 당시 대화 내용을 거듭 질문하자 “명씨가 직전 해(2020년) 총선에서 벌어진 오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간 대결에 대해 분석하는데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만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이후 식당에서도 명씨가 부동산 문제 등에 관해 얘기하는데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만 나오면 끝난다’고 거듭 얘기 했다”며 “이를 듣고 ‘그건 누구나 그렇지, 자기만 그런가’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명씨가 활동한 창원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그와 평소 알고 지내면서 오 시장의 요청으로 명씨를 소개해준 인물로서 “지난 2021년 1월 20일 명씨와 함께 오 시장의 사무실을 찾아가 만났고 같은 날 식사를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김 전 의원은 특검팀이 “오 시장이 명씨에게 ‘큰일을 하는데 서울에 거처가 있냐, 멘토가 돼 달라, 시장이 되면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한 게 맞느냐”고 질문하자 “‘멘토’ 얘기까지는 정확하게 있었고, ‘서울에 집 있으셔야지’라고도 했으나 ‘아파트를 사주겠다’는 얘기는 안 했다”고 진술해 앞서 명씨가 주장했던 내용과 대체로 맥이 통했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의 주선으로 오 시장과 처음 만났다”면서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며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조사 대가로 아파트 제공을 약속했으며, 김 전 의원에게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오 시장 측은 두 사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부인하면서 “특정 표현이나 문구를 다른 말로 바꾸거나 자신 측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식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특검 조사 당시 (명씨가) 김영선을 대동하고 불쑥 나타나 갑자기 들이밀고, 요청하고, 뭘 하라 말라 하다가 쫓겨 나간 과정에 대해 증인들이 있고, 입증이 가능하다”고 반박하면서 “특히 김 전 의원으로부터 명태균을 만나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 문자가 왔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명씨의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관계를 끊어냈다”면서 “특히 그동안 행정가로 일하면서 ‘자리 약속’은 한 적 없기 때문에 명씨의 ‘아파트 제공’이나 ‘김영선 SH 사장 제안’ 발언은 명백한 허위로서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이날 법정에서 지난 2021년 2월 10일께 재차 명씨와 오 시장이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는 증언도 내놨으며, 같은 달 하순께 명씨와 오 시장 선거캠프 간 다툼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질의에서 김 전 의원은 “명씨가 자신은 여론조사를 통한 전략적 방법을 제시했는데 (오 시장은) 계속 이기는 여론조사만 달라고 그런다는 불편한 심정을 얘기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으며, 반대신문에 나선 오 시장 측은 “김 전 의원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명씨와 말을 맞춰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문했다.
더구나 오 시장 변호인은 “창원지검에서 증인이 명씨와 다른 진술을 하자 조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는데, 검사가 일시와 장소가 명씨 진술과 다르다고 하자 명씨가 있는 조사실로 가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들은 후 말을 번복하지 않았는가” “기억을 못 하면 그렇게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없던 기억을 명씨 주장에 맞춘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오 시장과 만난 일시 등 세부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명씨에게 물어본 게 맞는다”고 인정하면서도 “명씨 주장에 맞게 말을 맞춰 허위 진술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