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처음으로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러나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3일 오전 9시께 서초동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은 동의를 얻어 할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은 “그런 점에서 사법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과한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해 판·검사 처벌,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대법관 대폭 증원 등으로 사법부가 격변을 맞이할 가능성이 현실화한 가운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다만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듯이 대법원이 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이 ‘사법부 불신’을 명분으로 들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일부에서 사법개혁을 하는 이유가 국민의 신뢰도가 낮다고 하고 있지만 근래 세계 여러 나라, 심지어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우리와 교류 협력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는 이유가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은 최근 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 조사 결과 미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35%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는 47%를 기록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물론 우리가 높다는 게 아니고, 더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다만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는 국민의 기대 수준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지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조 대법원장은 “(이런 수치에) 만족하자는 게 아니라 어떤 제도를 평가할 때는 객관적으로 좋은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 부족한 점이 뭔지 (찾아)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너무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법관들에 대해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심사숙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세계은행(World Bank)의 각국 사법부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민사재판 분야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월드 저스티스 프로젝트’(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에서 세계 140여개국 법치주의 질서를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세계 19위를 차지했고, 인구 5천만이 넘는 국가 중에서는 세계 4위를 차지했다”라고도 언급했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이날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임명제청이 지연되는 이유와 관련해선 “(청와대와) 협의하는 상황이라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청와대가 선호하는 인사를 놓고 의견 차가 있다는 얘기 등 불협화음’으로 제청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