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중국을 뚫어라”…게임업계 ‘서브컬처’ 전략은 성공할까?

김민영 기자 2026.02.04 09:29:12

팬덤 유저 노리는 ‘서브컬처’ 시장
지속가능한 매출 보장된 노른자위
게임업계, 신규 IP 확보 ‘속도전’
중국시장 벽 높아 우려 목소리도

 

넥슨의 서브컬처 흥행작 ‘블루 아카이브’ 이미지. (사진=넥슨)

국내 게임사들이 ‘서브컬처’ 게임을 실험적 장르가 아닌 주력 성장축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특정 마니아들의 취향으로 여겨진 서브컬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하자 주요 게임사들 주판알을 다시 튕기고 있는 것. 하지만 이미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한 상태라 상당한 출혈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자칫 투자만 벌여놓고 낭패를 볼 수도 있다. CNB뉴스가 촉각이 곤두선 게임업계를 취재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서브컬처 게임은 애니메이션풍 캐릭터와 스토리, 캐릭터 수집 요소를 중심으로 팬덤 소비가 강하게 형성되는 장르다. 사실상 ‘비주류 문화’를 뜻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엄연히 높은 점유율을 가진 분야다. 이유는 캐릭터 중심의 팬덤 소비가 강해 이용자 한 명당 지출 규모가 크고, 출시 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캐릭터 추가로 장기 서비스 매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우리나라 시장의 애니메이션 스타일 모바일 게임 수익은 2022년 대비 41% 증가한 14억달러(약 2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전체 게임 연평균 성장률은 5.2%였으나, 서브컬처 게임 성장률은 16.7%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국내 주요게임사들은 서브컬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서브컬처 전문 개발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함께 퍼블리싱 확대에 나서며 신규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규 IP 확보를 위해 2개의 국내 게임 개발사에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퍼블리싱은 게임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시장에 내놓고, 성공하게 만드는 전반적인 일이다.

 

국내 대표 서브컬처 전문 게임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엔씨가 퍼블리싱한  서브컬처 게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사진=엔씨소프트)

투자 대상은 ▲서브컬처 전문 개발사 ‘디나미스 원’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전문 개발사 ‘덱사스튜디오’다. 두 스튜디오는 장르별 대표 성공작의 핵심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2024년 설립됐다. 장르에 대한 전문성과 검증된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에 서브컬처 게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와 ‘블랙클로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은 오는 3월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글로벌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브컬처 액션 RPG ‘몬길: 스타 다이브’ 출시도 계획 중이다. 3가지 캐릭터를 스위칭하며 전투하는 방식의 오픈월드 RPG다.

 

지난해 열린 도쿄게임쇼에서 이 두 게임으로 시연부스를 열었다. 지난 28일 PC·콘솔·모바일 버전 출시가 확정됐으며, 일본에서 흥행한 ‘블루 아카이브’ 성공을 앞세워 신규 프로젝트를 연내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NHN도 일본 인기 IP 업체들과 협력해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IP를 활용한 퍼즐 게임 ‘최애의 아이: 퍼즐스타’, 일본 대표 게임 ‘파이널 판타지’ IP를 활용한 ‘디시디아 듀얼럼 파이널 판타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로 차별화된 서브컬처 장르를 제시했다. 기존의 밝은 분위기, 쉽게 즐기는 모바일 서브컬처와 어두운 분위기 카드 ‘덱빌딩’ 전략 전투를 내세웠다. 일반부터 하드코어까지 난이도를 나눠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즐길만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1년간 주요 제작 리더십 15명을 영입하며, 신규 스튜디오 설립을 진행했다. 사진은 각사 대표들 모습. (왼쪽부터) 김성훈 나인비스튜디오 대표, 노정환 옴니크래프트 랩스 대표, 배형욱 룬샷게임즈 대표, 이창명 올리브트리 게임즈 대표.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은 기존 게임(펍지: 배틀그라운드)의 슈팅과 액션에 편중됐던 성격을 낮추기 위해 공격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서브컬처, 캐주얼, 퍼즐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하며 글로벌 멀티 퍼블리셔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제작 리더십 15명을 영입하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총 19개로 확대했다. 각 장르에서 검증된 스타 개발자를 포섭해 장르 다양성을 확보하고, 배틀그라운드 외의 확실한 캐시카우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넥슨은 지난달 21일 국산 서브컬처 흥행작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 서비스 5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업데이트와 오프라인 행사에 힘입어 현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격하는 중국, 멈춘 일본, 그 사이 한국



하지만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성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시장 주도권이 사실상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다.

실례로 아시아 최대급 게임 전시인 ‘도쿄게임쇼 2025’에서 중국 기업들은 서브컬처 장르에 큰 강점을 보였다. ‘호요버스’의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 장기 흥행작과 ‘명조’로 대표되는 중국발 서브컬처 게임들은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고, 완성도 또한 높다.

중국 게임사들은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신작을 공격적으로 개발해 선보였으며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사 뿐 아니라 중소형 게임사들도 서브컬처 장르에 강점을 보이며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반면 일본 게임사들은 여전히 패키지 게임을 고수하며 기존 레거시 IP들의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캡콤, 스퀘어에닉스, 세가/아틀러스, 코나미 등 굵직한 게임사들이 모두 참가했으나 뚜렷한 오리지널 신작은 없었다. 확실한 팬덤을 기반으로 지난 몇십년 간 유지한 IP의 외전 혹은 리메이크를 출시하는 데 그쳤다.

한국 게임사들은 중간 지점이며 후발주자다. 국내는 넷마블과 컴투스 등이 외부 IP, 기존 오리지널 IP를 재해석한 신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중국과 비교했을 때 다양한 벽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시장 규모의 차이다.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66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130억~140억 달러 시장보다 약 5배나 큰 규모다.

구조적 차이도 존재한다. 한국의 민관 협력 혁신 모델은 상상력보다 효율성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은 반복적인 실패와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 이런 점에서 과감한 혁신가들이 설 자리가 좁다.

반면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게임을 디지털 소프트 파워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눈앞의 실패는 다음 버전을 위한 데이터로 흡수되는 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차별 요소를 갖추지 못하면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들어 서브컬처 게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고 있는데다, 중국 게임사들의 영향력이 여전한 만큼 시장이 레드오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