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광고 종료·수수료 개편…대대적 혁신
“위기냐 기회냐” 각자 살길 찾는 업주들
비용 ‘득실’ 따져 새 전략 짜기 나서기도
배민 “복잡한 서비스 구조, 일원화한 것”
국내 배달플랫폼 1위 기업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올해 초 연달아 서비스 및 요금제 개편을 발표하면서, 일부 업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권도 이에 가세해 배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배민의 새로운 시도가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에게 오히려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B뉴스가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실상을 들여다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우리의 미션은 고객이 최소한의 터치로 주문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즉 주문 절차 간소화다. 편리하고 저렴한 새로운 고객 주문 경험을 통해 고객·업주 모두를 위한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겠다”(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 김범석 대표)
배민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의 가게 노출 체계도 새롭게 손보고 있다. 같은 가게의 반복적인 앱 노출을 없애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겠다는 것. 또 ‘음식배달’, ‘가게배달’ 등 2개의 탭으로 나뉜 이용 경로를 음식배달 탭 하나로 통합하는 UI 개편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배민 앱은 음식 주문 목록에서 동일한 가게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서비스별로 탭이 여러 개 있어 화면이 다소 복잡하다는 점이 불편사항으로 지적받아 왔는데 이번 참에 이를 대대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액제 노출 광고에 의존해온 일부 업주들은 “소비자의 첫 주문은 울트라콜을 통해 유입되지만 단골 고객이 찜해 놓고 하는 재주문은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됐는데, 이제는 모든 주문에 중개수수료를 내게 됐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조삼모사” vs “오히려 기회”…업주들 ‘동상이몽’
실제 외식업 현장에서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SNS상에서는 업주들이 요금제 개편으로 인한 향후 배달장사 전략에 대한 의견을 서로 주고받거나, 기존 광고상품 종료로 발생하는 비용 절감, 다른 서비스에 대한 투자 등을 언급하는 글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기존 울트라콜이나 가게배달 비중이 높았던 지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배민이 오는 4월부터 지역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고 밝힌 ‘울트라콜’은 월 최소 8만원(부가세 별도)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특정 지역의 고객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켜(일명 ‘깃발꽂기’) 음식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주문이 발생하는 지역이 한정적이라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깃발꽂기 경쟁이 심한 경우가 많았다. 주문수와 관계없이 일단 무조건 깃발을 꽂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더구나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주문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매출 대비 깃발 고정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지방에서는 울트라콜 종료를 두고 ‘오히려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대구 동성로에서 배달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는 CNB뉴스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울트라콜에 월 수십만원을 내고 있다”며 “차라리 정률제가 이득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깃발로 쓰던 비용을 수수료 낮은 포장주문 수 확대에 투자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업주는 “우리 가게는 매출 규모 상위 35%에 포함돼 배민1 수수료가 7.8%로 적용됐는데, 그냥 주문수가 더 많은 배민1에 집중할지 아니면 깃발에 들어가던 비용을 가게배달 고객 배달팁 할인 등에 투자해 좀 더 낮은 수수료 혜택(오픈리스트 6.8%)을 볼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업주들 간 입장 차가 댓글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실례로 최근 한 업주는 ‘배민배달 인식이 왜 이렇게 부정적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깃발(울트라콜 광고) 10개 꽂으며 가게배달 운영할 때 경험했던 여러 문제와 배민배달 운영 시의 이점을 상세히 비교하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해당 게시글에는 삽시간에 “결과적으로 수수료 부담 더 커지는 조삼모사” “아마 이런 사례보다 피해 보는 사례가 더 많을 것” “매출이나 비용구조를 자세히 오픈하면 사실과 다를 것 같다” 등 부정적인 댓글이 수십 건 달렸고, 이에 작성자 역시 대댓글을 통해 다시 반박하면서 논쟁이 과열되기도 했다.
이처럼 업주들은 각자 살길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CNB뉴스에 “고객 및 대다수의 업주에게 좀 더 도움이 되거나 합리적인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편하는 것”이라며 “울트라콜의 경우, 이미 자체배달, 정률제 위주로 체질이 바뀐 배달앱 시장에서 업주나 고객에게 더이상 비용 만큼의 효용을 충분히 주지 못하기 때문에 폐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배민이 쿠팡이츠의 추격에 위기감을 느껴 ‘서비스 혁신’이라는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요기요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월 이용자 수(MAU) 1000만을 돌파하면서 1위인 배민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배민은 결제추정액이 9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한 반면 쿠팡이츠는 전년(2700억원)보다 113.3% 신장한 5759억원을 기록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자체배달 100% 구조에 정률 요금제 하나만을 채택한 쿠팡이츠에 비해 배민은 상품 및 서비스나 요금제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다”며 “이로 인해 비효율이 축적되고 빠른 서비스 경쟁력 확대가 어렵다 보니 과감한 서비스 개편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