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과 작품의 경계는?"...PKM갤러리, '호르헤 파르도' 22년만에 전시

"제품 디자인과 순수 미술의 영역을 남나들며, 공간 미학을 극대화한 호르헤 파르도" 평가

김진부 기자 2024.11.29 17:27:27

PKM갤러리에서 22년만에 전시 오픈한 호르헤 파르도 작가 (사진= 김진부 기자)

PKM 갤러리(대표 박경미)는 11월 27일부터 2025년 1월 11일까지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영역을 융합하며 공간의 미학을 극대화한 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온 쿠바계 미국 작가, 호르헤 파르도(Jorge Pardo, b.1963)의 개인전 'Jorge Pardo'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점은 제품과 작품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2년 PKM 갤러리에서의 전시 이후 한국에서 22년 만에 열리는 그의 최신 작품전으로, 페인팅과 드로잉, 램프, 가구, 텍스타일 등 일상과 예술의 영역을 아우르는 신작 20여 점을 공개한다.

 

박경미 대표와 각별한 23년 인연

"2002년 작가 제작 타일로 1층 바닥 덮기도"

 

특히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와의 인연이 각별하다. 2001년 박 대표가 유럽을 방문하던 중 바젤 쿤스트 할레에서 처음 호르헤 파르도의 작품을 접하고 지금까지 23년의 인연이다. 2002년 첫 전시 때에는 작가가 디자인한 타일을 멕시코에서 공수해 갤러리 1층 바닥 전체를 덮기도 했다. 22년이 지난 2024년 호르헤 파르도의 전시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PKM갤러리 작가와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경미 대표, 호르헤 파르도, 현대미술 전문 통역사 박재용 씨 (사진= 김진부 기자)

갤러리 관계자는 "파르도는 흐르는 빛과 선명한 색채, 유기적인 형태를 통해 기능적인 소재를 순수미술의 언어로 확장해 왔다. 미적인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그의 작업은 미술과 디자인, 인테리어, 건축 등 예술의 전 장르를 가로지른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아를 호텔 내부는 파르도 작품
"바닥, 벽, 타일, 가구, 난간, 샹들리에까지"


파르도는 1998년 LA의 주택가 언덕 꼭대기에 나무, 콘크리트, 유리 등으로 직접 집을 짓고 램프 설치 작업으로 내부를 꾸민 LA 현대미술관MOCA의 개인전 프로젝트 ‹4166 Sea View Lane›로 국제 무대에서 이목을 얻기 시작했다.

그가 다년에 걸쳐 멕시코 유카탄 정글의 저택을 생동하는 작품이자 ‘작품 안에서 살 수 있는living inside a work of art’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Tecoh› 프로젝트2012는 그의 역작으로 남아 있다. 2018년 프랑스 아를에서는 바닥과 벽의 타일에서부터 가구, 난간, 샹들리에에 이르기까지 파르도의 예술 세계를 집대성한 호텔 ‹L’Arlatan›이 개관하였다.

이번 전시엔 램프 조각 14점
수납장, 벤치, 카펫 등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파르도가 2023-2024년에 제작한 행잉hanging 램프 조각 및 월wall 램프 조각 14점이 직접 디자인한 수납장, 벤치, 카펫 작업과 함께 소개된다. 파르도의 시그니처 작업인 램프 조각은 그가 1980년대부터 지속해 온 연작으로, 색채를 탐구하기 위한 밑그림이자 독자적인 조각이며, 건축물의 내부를 밝히는 조명의 기능을 겸한다.

 

호르헤 파르도의 램프 조각 (사진= 김진부 기자)

이번 램프 조각의 제작에는 레이저 커팅 기술이 활용되었으며, 그 형태는 분자, 벌집, 등마루 등 생물의 유연한 구조를 연상하게 한다.

회화와 드로잉 작품
미술사+개인사 레이어링 추상


한편, 전시장 벽을 장식하는 회화와 드로잉은 미술사적이거나 개인사적인 이미지를 쪼개고 레이어링하여 추상화한 작업이다. 이 작업들은 ‹Untitled›라는 제목처럼 고정된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작업하면 할수록, 바라보면 볼수록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을 가능하게 한다.

 

호르헤 파르도의 작품, 램프와 수납장 (사진= 김진부 기자)

갤러리 관계자는 "기능성과 아름다움, 디자인과 순수미술, 나아가 삶과 예술을 경계없이 넘나드는 파르도의 이번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총체적인 예술 환경 속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시공간을 새롭게 경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르헤 파르도는 누구?

쿠바 아바나 태생의 호르헤 파르도는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에서 생물학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아트 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뉴욕 디아 아트 센터Dia Center for the Arts,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LACMA, 사바나 SCAD미술관SCAD Museum of Art, 뒤셀도르프 K21, 아일랜드 현대미술관IMMA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그의 개인전이 개최되었으며,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Skulptur Projekte Münster, 1997,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2017 등 대규모 국제 행사에 그의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그는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재단상Louis Comfort Tiffany Foundation Award, 1995,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루셀리아 작가상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Lucelia Artist Award, 2001, 맥아더 펠로우십 어워드MacArthur Fellowship Award, 2010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작업은 뉴욕 현대 미술관MoMA,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등 전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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