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현장행보…김동연도 함께해 ‘원팀’ 부각
‘정치적 고향’ 수원 전통시장 방문…민생 강조
친명계-비명계 겉으론 단일대오...속내는 복잡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어수선해진 당내 분위기를 다잡는 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며 경기도청소재지인 수원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들을 만나 ‘지역사랑 상품권’(지역화폐) 국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민생행보를 강행했다.
‘지역사랑 상품권’은 대표적인 ‘이재명표 민생 정책 브랜드’로서 민주당은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부안에 없던 지역화폐 예산 2조원을 새로 반영한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김동연 경기지사를 비롯해 진성준 정책위의장, 김승원 경기도당위원장, 김영진·김준혁·염태영 수원지역 국회의원, 그리고 이재준 수원시장과 함께 수원 못골시장과 영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한 데 이어 간담회를 갖고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장 방문 참석자를 비롯해 오세희 국회의원,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 최극렬 지동시장 상인회장, 이상백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역화폐를 통해 돈이 지역에 한 번 돌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역화폐 정책을 계속 추진해 왔는데 현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계속 줄이고 있다.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며 “돈의 흐름이 멈추면 경제가 죽는 것이고 돈이 돌게 하는 게 정부 경제정책이다. 행정부에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러분이 나서 제대로 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것이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면 다음 입법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지사는 “경제가 어렵다. 민생은 지표보다 훨씬 더 어렵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상공인 여러분들이 민생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가장 많이 겪고 계실 것”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경제 인식 속에서 제대로 나아가야 할 경제정책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역주행하고 있는 모습이 대단히 우려스럽고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지자체 예산이 부족해서 지역화폐가 많이 축소되고 있다. 국비를 확대해 지역화폐를 더 활성화해달라”, “지역화폐가 소비 촉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만큼 사용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국비를 지원해달라” 등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요청했다.
앞서 이 대표는 김 기사와 만나서도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은 돼도 지역화폐는 죽어도 안 된다고 하지만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제한도 없고 매우 불편해 동네 골목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서 “민주당이 죽어라 싸워 상임위에서 2조원을 증액했는데 여당과 정부는 여론도 존중하지 않는다. 대리인이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주인이 나서야 한다. 마음에 안 들면 (대리인을) 혼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지사도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냈지만, 경기도는 1천43억원을 편성했다. 당과 경기도는 민생 경제 살리기에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응하면서 “경제가 매우 어려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우려스럽다”고 이 대표의 정부 비판에 동조했다.
이 대표와 김 지사가 이처럼 정부·여당에 한목소리로 각을 세운 장면은 민생과 경제 이슈를 고리로 한 ‘원팀’ 이미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야권의 '대여(對與) 단일대오'를 강조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집중된 시선을 분산하고, 당내 분열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낙마할 경우, 대안으로 거론되는 ‘비명계 신(新) 3김’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 지사를 만나 리더십 위기론을 사전에 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원 전통시장 방문에 앞서 김 지사 측에 미리 계획을 알리고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지사는 전날 “민생이 어려운 엄중한 상황에서 ‘신 3김’이나 ‘플랜B’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이 대표와 조기에 대립각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대표는 전날에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과 만나 당이 당론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민생·경제 현장을 찾는 ‘먹사니즘’ 행보를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한동안 계속될 사법리스크에 맞설 원팀 기조를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 이어 오는 25일 위증교사 1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경우, 그의 정치적 가능성에 달리는 의문부호가 짙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돌파구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물론, 친명계와 비명계가 이 대표의 1심 선고 이후 결과를 놓고 이견을 노출하지 않은 채 대여 공세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당내 권력 지형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