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원 게시판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자신의 가족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을 놓고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한 채 보름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당 내홍이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고 있다
친윤(윤석열)계는 당 자체 조사인 당무감사를 요구하며 한 대표가 직접 의혹을 해명하라고 압박하는 반면, 친한(한동훈)계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조사는 당력 낭비라고 맞서고 있는 등 당내에서 논란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털어낼 것이 있으면 빨리 털어내고 해명할 것이 있으면 명명백백하게 해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적어도 (오는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선고 때까지는 이 문제를 일단락 지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일 한 대표를 직격하고 있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의 배우자와 장인, 장모, 모친, 딸과 같은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온 것을 두고 “가족 중 1인이 다른 가족들의 명의를 차용해서 여론조작 작업을 벌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라며 “당무감사도 당무감사지만, 한 대표가 그냥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입장을 밝히면 되는, 너무도 간단한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친한계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은 다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친윤계 인사들이 당무감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결국 수사를 하는 게 답”이라며 “자꾸 당무감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 당 에너지 낭비”라고 일축했다.
친한계로 알려진 서범수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은 당원들은 ‘일반 당원’으로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한 대표 가족의 게시글 작성 여부를 당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한 대표 가족들은 공인이 아닌 사인이지 않느냐”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친한계 한 핵심 인사는 22일 CNB뉴스에 “외부에서 나오기 시작한 얘기를 당내 일부 친윤계 의원이 받아 펌프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한 대표 가족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고 답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원 신분에 대해 법적으로도 그렇고 (당원 보호를 위한) 당의 의무가 있다”며 “위법이라든가 이런 게 아닌 문제들이라면 제가 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가족 연루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다.
물론, 친한계 일각에선 한 대표 외 마땅한 대권주자가 거론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 대표가 시간을 끌다 보면 논란이 점차 가라앉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그의 침묵이 논란을 키우는 면도 있는 만큼, 한 대표가 직접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한 대표가 이번 논란에 대해 당 내부를 제대로 설득해내지 못하면, 당 대표로서의 입지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원 게시판 논란을 수사 중인 경찰의 협조 요청에 따라 당원 게시판 서버에 대한 자료를 보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원명부 제공은 정당법에 따라 선관위 요청 또는 영장 발부 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