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논란이 확산되면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교수들의 목소리가 수도권 대학에 이어 지방대까지 터져 나오는 등 대학가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논란이 커지자 먼저 한국외대·가천대·한양대·숙명여대 등 수도권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가운데, 인천대가 국립대학으로는 최초 시국선언에 동참했으며, 이어 전남대를 비롯해 부산과 경남 지역의 교수들은 오늘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곧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교수들이 윤 대통령 퇴진을 공개 압박하고 나선 시국선언은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가 “윤석열 정권은 말기 호스피스 단계에 들어갔다”며 포문을 열어 30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에서 “윤석열과 그 집권세력의 정권 연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파괴, 과거 독재 망령의 소환”이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사흘 뒤인 31일에는 한국외대 교수 73명이 “김건희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이달 5일에는 한양대 교수 51명이 “윤석열 정권을 맞아 대한민국은 정치와 민주주의, 경제, 사회문화, 외교와 안보, 노동, 국민의 보건과 복지, 안전,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반동과 퇴행이 자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김건희) 여사와 주변인에 의한 국정농단이 선을 넘고 전쟁 직전의 위기에까지 처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같은 날 김 여사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던 숙명여대 교수 57명이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통탄하며’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공개하면서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 한반도 군사적 긴장 중단, 이태원 참사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후속 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라고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숙명여대 교수들은 “‘러·우전쟁 등을 빌미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높이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신중하게 국제관계 및 외교에 임하라”면서 동시에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통렬히 사과하고 유족이 납득할 만한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면서 “위 세가지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은 하야해야 할 것이며, 온 국민은 윤 대통령 하야운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숙명여대 교수들은 윤 대통령을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넘치는 범죄혐의에도 수사를 거부하고 법치를 유린하는 대통령”이라고 규정했으며,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이태원 참사로 국민이 생명을 잃었는데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 젊은 군인의 죽음에도 진상규명을 외면하는 정부”라고 직격하면서 “권한은 책임과 함께 주어지는 것으로 이미 공정과 상식을 잃어버리고 국민 대다수로부터 불신임을 받는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을 이끌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광주·전남권 대학 교수들로서는 처음으로 6일 전남대 교수 107명이 ‘국정 파탄의 책임자,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현 시국을 “헌정질서와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으나 대통령 윤석열과 집권세력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하면서 국민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전남대 교수들은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언론 장악 시도만 혈안이 돼 반민주적 폭거를 자행한다”며 “굴종적 한·미동맹 강화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발언은 국가의 주권을 내팽개치고 한반도를 전쟁의 도가니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남대 교수들은 “설마설마 했던 국정농단의 실체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 공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취임 후 임기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여론조작 의혹, 제22대 총선 여론조작과 공천 개입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 등 대통령 내외와 명씨의 국정 개입 의혹은 차고 넘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남대 교수들은 “헌법상 국가의 원수는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국민으로부터 존경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과 가족, 측근들의 비리 의혹부터 엄정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검찰은 국정농단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제를 시행해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전남대 교수들은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위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한 특검을 시행해 실체적 진실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면서 “더 이상 참담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고,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립대학으로는 최초로 시국선언에 참여한 인천대도 대통령의 훈장을 거부하며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의 도화선이 된 김철홍 교수를 비롯한 교수 44명은 ‘역사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즉각 하야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인천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단순한 국정농단을 넘어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각종 관급공사와 관련된 불법과 부정 의혹, 온갖 의전 실수와 망신살이 멈출 줄 모르고 그 내용과 수준 또한 치졸하고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며 “이 모든 의혹과 범죄적 행위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증거와 정황이 명백한데도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까지 거짓말과 교언으로 끊임없이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인천대 교수들은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으로 ‘국민을 내 편 네편으로 나눠 서로를 적군 취급하게 한 점’, ‘상생과 균형의 정치는 실종되고 마치 전쟁 같은 정쟁만이 판치는 품격 없는 사회를 만든 점’, ‘국가 미래를 위해 늘려도 모자란 연구개발 예산을 축소한 점’, ‘순방을 빙자한 대통령 부부 해외 나들이에 혈세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점’, ‘외교적 성과는 굴욕을 넘어 국제적 망신인 점’ 등을 꼽았다.
또한 인천대 교수들은 “검사 윤석열은 박근혜에게 공천에 개입했다고 8년을 구형하고 2년형을 받게 했지만, 대통령 윤석열은 공천개입이 없다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자신의 공천 개입 논란은 당선인은 공직자가 아니라서 공천개입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국가와 민족에 대한 최고 공직자로서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본인이 결단해 즉각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대 시국선언을 이끈 김 교수는 “교수에게 교육과 연구라는 기본 업무도 있지만 지금은 잊혀진 대학의 역할은 봉사와 비판”이라며 “잘못되는 사회 속 미래 시대를 위해 교육자로서 조금이라도 (사회를 바꾸는)분위기가 촉발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시국선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