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핫실적①] “또 기록 갱신”…KB·신한·하나·우리금융, 고공행진 어디까지

이성호 기자 2024.11.04 09:24:47

예금-대출 간 금리차 활용한 ‘이자장사’
‘이자수익’만으로도 한해 수십조원 벌어
국회, 상생금융 출연 등 사회적환원 추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사옥. (사진=각 금융지주사)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실적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이자이익에 더해 비이자이익도 커지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이러한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면서 올 한해 역대급 성적을 새로 써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올해 3분기(7~9월)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지난 2분기에 이어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먼저, KB금융그룹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6.8%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무려 17.9% 증가한 1조6140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2분기에 탈환한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관련 충당부채 환입 등의 기저효과로 인해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줄었으나, 이러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전분기와 유사한 실적을 유지한 것.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 늘어난 4조3953억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를 경신한 것으로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경기둔화 등에서도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 성장이 그룹 실적을 이끌었다.

KB금융과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도 만만치 않은 위세를 드러냈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은 1조2386억원으로 비이자 부문에서의 손실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13.1% 줄었지만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 오른 3조985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에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지난 2022년에 4조3154억원이다. 하지만 이때 증권사 사옥 매각으로 인한 순익(3220억원) 증가가 있었고, 올 3분기에 반영된 1000억원이 넘는 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까지 계산한다면 이번 3분기 누적 실적은 사상 최대치인 셈이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이 같은 상승 기류에 합류하고 있다. 3분기에 1조1566억원을 포함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2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2475억원) 많아지면서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손님 기반 확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비이자이익 증가, 선제적·체계적 리스크 관리 노력 등에 힘입은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그룹도 쾌재를 불렀다. 3분기 순이익은 9036억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연속 9000억원대에 발을 들였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난 2조6591억원인데 이는 역대 최고인 2년 전 2조6620억원에 거의 근접한 규모이자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 2조5063억원을 초과 달성한 성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선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해 연말까지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더욱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호실적을 유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4대 금융지주사. 축제는 계속될 수 있을까.

전망이 나쁘지 않다. 3분기 누적 기준 성적을 바탕으로 올해 실적 증대가 기대되고 있는 것. 증권가에서는 금리인하 기조로의 전환으로 이익증가율 둔화가 예상되지만, 대손부담 경감과 비은행 실적 개선으로 고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5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에는 전반적으로 투자수익 확대, 조달비용 감소 등을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되나,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은행업의 수익성은 NIM의 소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증권업·자산운용업의 수익성은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 등에 따라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의 경우 여전채 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캐피탈·저축은행·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PF 정리 지연에 따른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실적에 비판 목소리 커져



한편, 4대 금융지주 그들만의 역대급 호황세를 바라보는 눈길이 썩 곱지만은 않다.

특히, 핵심 주력사인 은행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쉬운 예대마진(예금-대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경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자 장사’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현 아이엠뱅크),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기업은행,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18개 은행들의 이자순수익은 2020년 39조221억원, 2021년 43조4346억원, 2022년 53조2235억원, 지난해 56조7198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28조1241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에 ‘은행=과도한 이자 장사’라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횡재세’가 부각되고 있다. 횡재세(초과이윤세)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외부 사건)으로 인해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으면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토록 하는 횡재세 법안을 내밀었지만 별다른 진전없이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다.

반대가 만만치 않았는데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내는 것은 불법적인 영업을 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금융 관련 시책에 동조하고 그동안 축적된 대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항변도 있다.

횡재세를 바라보는 부정적 의견으로는 은행이 신규 출연 부담을 대출자에게 전가해 대출자가 대출금리 상승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이 이자순수익 증가 억제를 위해 대출 규모, 특히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축소할 유인이 발생하며 자발적 사회공헌이 위축될 수 있다.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논란, 주주 이익 침해에 따른 위헌소송 가능성, 다른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 문제 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은 횡재세는 아니지만 유사한 효과를 내도록 하는 여러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운영되는 햇살론의 재원인 서민금융보완계정에 은행이 출연하고 있는 비율을 현행보다 2배 높여 은행의 이자수익에 대해 사회적 환원을 확대하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권이 날로 몸집을 불려 나가는 반면,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 등으로 가계에 상당한 부담과 동네·골목상권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이자 장사’에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초과이윤 환수를 위한 온전한 ‘횡재세’는 물론 ‘상생금융’ 압박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여 추이가 예의주시 되고 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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