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으로 물든 국회…'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제

국회 주관 첫 사회적 참사 추모 행사…우원식 의장 “국회를 대표해 사과”

심원섭 기자 2024.10.30 12:13:04

우원식 국회의장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국회 추모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추모제를 열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재발 방지와 진상규명을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국회가 사회적 참사에 대해 처음으로 추도제를 주최한 이날 추모제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여야 의원 60여명이 참석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검정 넥타이를 착용했으나 대다수 의원들은 고인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의미의 보라색 목도리를 착용했고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을 위한 통역도 제공됐다.

추모식장 벽면에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 159명의 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희생자들의 사진이 걸린 가운데 우 의장은 인사말에서 “국가의 책임이 부재했던 시간이었다. 기막힌 슬픔과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낸 유족과 피해자에게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사과드린다”면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어 우 의장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위로로 끝나서는 안 되고 이제 열리기 시작한,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 결의를 다지는 자리여야 하고 그런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그날 이태원에서 멈춰버린 159명의 삶과 펼치지 못했던 꿈, 오늘 우리는 각자가 존엄한 그 생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지난달 출범한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관련해 “국회가 앞에 서겠다. 그 어떤 은폐와 왜곡 지연과 방해 없이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해 국회가 역할을 하겠다”면서 “희생자와 생존 피해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시간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원내대표들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국회 추모제에서 묵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학영 국회부의장, 우 의장, 민주당 박찬대‧국민의힘 추경호‧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할 뿐”이라며 “당연하다고 믿었던 일상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 그날의 참사를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추 원내대표는 “특조위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야말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로, 국회가 무한한 책임을 갖고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가는 왜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나. 참사 이후 대응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나. 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가.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라고 지적하면서 “특조위원 임명은 지체됐고 예산과 인력 지원은 요원하다. 특조위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국회가 온 마음을 모아야 한다. 참사의 슬픔 앞에 정치적 유불리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회의 역할이 헌화하고 향 피운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참사를 진상규명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오늘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촉구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하고 책임자에 제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해 유족과 국민 앞에 겸허히 사과하라”고 촉구했고 이밖에 진보당 윤종오‧기본소득당 용혜인‧사회민주당 한창민 원내대표 등도 참사 원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한편 추모제에 참석한 유족과 생존자 등 피해자들은 참사 진상규명과 2차 가해 중단에 대한 정치권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제 막 첫발을 뗀 특조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국회의 지원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이 운영위원장은 “2차 가해는 감정을 옥죄고 압사시키는 또 다른 범죄”라며 “국회 안에서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고 국회 밖에서 겪는 고통은 외면한다면 결코 신뢰받는 정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사 생존자 이주현씨는 “피해자, 생존자로 봐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피해 사실을 숨기는 데 익숙해진 이들이 많다”며 “수동적인 피해자 조사가 아닌 한명 한명 찾아가는 적극적인 피해자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희생자나 유족, 생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저희가 조사할 것”이라며 “(특별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에 부여된 과업을 반드시 완수해내겠다”고 다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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