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넘치는 해양 쓰레기, 생분해 비닐·빨대 허용이 웬 말

김민영 기자 2024.09.24 10:13:02

편의점에서 사용되는 생분해 비닐. (사진=연합뉴스)

‘수도꼭지 이론’이란 말이 있다. 욕조 안에 수도꼭지를 틀고 쏟아지는 물을 기다린다. 욕조안에 물이 점점 차오르면, 곧 넘쳐 흘러 욕실은 엉망이 된다. 이때 사태를 막는 방법은 욕조 속에 물을 계속 퍼내거나,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다.

해양 쓰레기 문제를 이처럼 ‘수도꼭지 이론’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동해와 서해, 남해로 해마다 새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연간 14만 5000톤에 달한다. 어민은 물고기보다 쓰레기를 더 많이 낚고 밥상에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은 해산물이 올라온다. 이러한 경고음이 울린 지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방안은 없다.

부산 바다에 매년 4000톤이 넘는 쓰레기가 발생한다. 연간 100만명이 찾는 다대포해수욕장은 장마철마다 쓰레기 줍는 데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 이에 선박들은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버려지는 쓰레기 양을 줄이거나, 이미 바다에 유입된 쓰레기보다 더 많이 줍는 것이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해안가에 발견되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잘못된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UN)의 최고 환경 과학자들은 바다 곳곳에 있는 플라스틱병과 봉투들이 쉽게 분해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고 경고했지만 이러한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환경부가 스스로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 생분해 플라스틱 친환경 인증 유효기간을 예정대로 올해 종료하는 대신 4년(2028년 12월 31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환경적으로 나빠도 업계 요구에 유효기간을 연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올해를 끝으로 기존 인증이 끝날 예정이었는데 산업계 요청에 따라 정책을 4년 더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편의점과 제과점에서는 생분해 비닐봉지, 카페나 식당에서는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가 해당된다.

중국은 2020년부터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며 생분해, 바이오, 재활용 등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2년 말 순환 플라스틱 생태계를 목표로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 방침으로 다시 생분해 플라스틱을 둘러싼 그린워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린워싱은 위장과도 같은 표면적인 친환경을 가리킨다. 일부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생분해 플라스틱이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을 때 정부는 앞서, 2021년 11월 정책을 바꾸며 친환경 인증을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기간은 또 늘어났다. 기업들은 하루 아침에 규제 산업이 돼 타격이 심하다고 호소해왔으며, 실제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을 하는 석유화학 기업 A사는 국내 정책이 부정적으로 바뀌며 관련 수요가 뚝 떨어져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학의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퇴비화 설비 등 인프라가 부족하면 투자를 늘려 확대하는 게 맞지 기존의 산업 자체를 잘못됐다고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며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수거하는 시스템부터 최종 분해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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