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확장 나선 이재명, 김종인과 무슨 말 나눴나?

심원섭 기자 2024.09.13 09:55:01

이재명, '킹메이커' 김종인과 2시간 만찬 회동

李 “걱정될 일 많아” vs 金 “억지로 해결 안돼”

중도층 외연 확장 행보…전날엔 이상돈도 만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회동해 반갑게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킹메이커'로 알려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조언을 들었으며, 전날에는 중앙대 명예교수인 이상돈 전 의원과도 오찬 회동을 한 것과 관련해 외연 확장을 위한 행보로 풀이돼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12일 오후 6시부터 두시간 동안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진행된 비공개 회동애서 먼저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에게 “대표님 뵈러 온다니까 언론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다. 인기가 여전하신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네면서 “걱정될 일이 많다”고 말하자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상황을 보면 걱정될 일이 많은데 억지로 해결할 수는 없고 시간이 흘러가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표가 지난 달 김 전 위원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벽에 넘어져 이마에 상처를 입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그때 (이마가) 많이 찢어지셨다고 들었는데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묻자 김 전 위원장은 “마음이 편하면 건강해지는 것이다. 쓸데없는 욕심을 안 가지면 신경 쓸 게 없다”고 답하면서 이 대표를 향해 “얼굴이 좋다” “여러 난관을 겪으면서 성공하셨다” 등등의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욕심이 없는 것도 중요한데, 걱정도 없어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자 김 전 위원장은 “걱정될 일은 많지만 억지로 해결할 수 없다. 성급하게 한다고 되는 일은 없다. 순리에 맞게 지나가게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새벽에 넘어져 이마가 깨졌는데, 응급실에 가기 위해 22군데나 전화를 했는데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응급실 뺑뺑이’로 고충을 겪은 응급 의료 혼란을 지적하자 이 대표가 위로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만남을 요청해 이날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회동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동이 끝나고 오후 7시 55분께 식당을 나온 이 대표는 취재진에게 “조금 이따가 (질의응답을) 하시겠다는데요”라며 건물 내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듯했으나 이내 완전히 자리를 떴으며, 이어 7시 57분께 김 전 위원장도 식당을 나왔으나 취재진과 질의응답 없이 3분 만에 자리를 빠져나가는 등 두 사람은 회동을 마친 후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떴으나 정치권에서는 최대 현안인 의료대란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직접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며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질타했으며, 또한 의료개혁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한다. 앞으로 의료 전반에 대해서 새롭게 대화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이 지론인 ‘경제 민주화’를 강조해온 만큼 ‘먹사니즘’을 내세운 이 대표가 민생·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을 아우르며 선거를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중도층 인사로 꼽히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냈을 때부터 알고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날에는 이 대표의 요청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출신으로 국민의당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최고위원 등을 지낸 이상돈 전 의원을 만나 배석자 없이 1시간가량 오찬을 하면서 의료대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여러 정국 현안을 두고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2일 CNB뉴스에 “이 전 의원은 중앙대 법학과를 나온 이 대표의 대학 스승으로, 지난 2022년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의 '멘토' 역할을 했다”면서 “당 대표 당선 인사를 겸한 오찬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 연임 이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읽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재계·종교계·시민사회계 등 사회 각 분야 인사들과 만남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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