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소설가의 ‘저주 토끼’를 번역한 안톤허가 영국 부커상 심사를 맡는다.
15일 문학계에 의하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내년 심사위원으로 한국인 안톤허가 참여한다. 심사위원장은 맥스 포터 소설가이고,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으로 작가 겸 사진가인 케일럽 페미, 인도계 영국인 편집자인 사나 고얄, 영국 싱어송라이터인 베스 오턴이 함께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인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를 맡는 것은 안톤허가 처음이다. 안톤허는 2022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 소설가의 단편집 ‘저주 토끼’를 영어로 번역한 사람이다. 당시 안톤허는 이 상 1차 후보에 오른 박상영 소설가의 ‘대도시의 사랑법’도 영어로 번역했다.
안톤허는 1981년생으로 아버지가 해외 근무를 많이 해서 스웨덴에서 태어났으며, 홍콩과 태국 등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에서 법학과 심리학,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안톤허는 번역가로 황석영 소설가의 ‘수인’, 신경숙 소설가의 ‘아버지를 만났어’, 강경애 소설가의 ‘지하촌’,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회고록 ‘비욘드 더 스토리’ 등을 영어로 번역했다. 오션 브엉 시인의 시집 ‘총상 입은 밤하늘’을 한국어로 옮겼다. 자신이 집필한 영어 소설 ‘투워드 이터니티(Toward Eternity)’를 출간했으며, 한국어로 에세이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를 발표했다.
내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맥스 포터 소설가도 한국 문학과 인연이 깊다. 맥스 포터는 그란타 포르토벨로 북스에서 편집자로 일할 당시에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 소설가의 ‘채식주의자’ 영어 번역에 일조했다.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맥스 포터에게 ‘채식주의자’를 소개했고, 맥스 포터의 팀에서 이 책의 영어 번역본을 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인 안톤허와 ‘채식주의자’ 출판을 지휘한 맥스 포터가 내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심사를 맡으면서, 영국과 세계 문학계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이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문학 작품은 한강 소설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다시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후 정보라 ‘저주 토끼’, 천명관 ‘고래’, 황석영 ‘철도원 삼대’가 최종후보에 올랐다. 황석영 ‘해질 무렵’,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은 1차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최근에는 배우 겸 소설가 차인표가 영국에서 열린 제1회 옥스퍼드 한국 문학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조지은 교수 연구팀이 주최한 행사로, 차인표 소설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중심으로 현지에서 작품을 소개했다.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옥스퍼드대 한국학과 필수도서에 올랐다. 옥스퍼드대 한국학과 교재로 사용되고 이곳 모든 도서관에 비치된다.
K문학으로 불리는 한국 문학은 미국과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그동안 꾸준히 선전해왔다. 최근에는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환상통’이 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 한강 소설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 김숨 소설가의 ‘떠도는 땅’이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1차 후보, 임성순 소설가의 ‘컨설턴트’가 영어권 추리문학상인 대거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작인 박소영 소설가의 ‘스노볼’은 미국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황보름 소설가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일본서점대상을 수상했다. 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스토리 콘텐츠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