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했手] 넥슨의 실험은 성공할까? 첫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 체험기

김수찬 기자 2024.07.12 09:28:16

각양각색 매력 지닌 ‘계승자’와 펼치는 총격전
확실한 성장 동기부여와 뛰어난 전투 몰입감
초반 흥행몰이 대성공…스팀 글로벌 매출 1위
루트슈터 선구자 역할…K게임 역사 다시 쓰나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메인 이미지. (사진=넥슨)

영화 타짜에서 고니는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 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손맛도 눈맛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즐기는 게임 세계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겠습니다. 쏟아지는 게임들의 손맛을 먼저 보고 솔직하고 과감하게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넥슨의 루트슈터 작 ‘퍼스트 디센던트’를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루트슈터는 파밍, 육성 등 RPG 요소가 적용된 슈팅(총기 활용) 게임이다.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며, 반복적인 게임플레이와 무기 및 장비를 파밍해 성장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출시된 ‘헬게이트 런던’을 시작으로 ‘보더랜드’, ‘워프레임’, ‘데스티니 가디언즈’, ‘톰 클랜시의 디비전’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법 큰 인기를 끌었다.

반면, 국내 게이머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장르다. ‘콘솔 불모지’라 불리는 국내 특성도 있고, 국내 게임사가 집중하지 않는 장르여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넥슨은 루트슈터 장르에 도전장을 던졌다. PC(스팀, 넥슨닷컴)와 콘솔(PS, XBOX) 등 멀티 플랫폼으로 내놓은 ‘퍼스트 디센던트’를 통해 어떤 성과를 올릴까. 국내 루트슈터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 직접 체험해봤다.

 

퍼스트 디센던트에서는 총 19종의 계승자를 플레이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계승자는 버니. (사진=김수찬 기자)
 

기존 루트슈터 공식에 ‘동기 부여’ 요소 첨가



퍼스트 디센던트는 루트슈터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게임이다. 루트슈터의 핵심인 ‘퀘스트 반복 수행’을 통해 새로운 총기와 장비를 획득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기본 공식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더 강해지기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얻기 위해 임무를 반복 수행하는 것은 필수인데, 이때 필요한 것은 ‘동기 부여’다. 동기 부여 없이 반복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지루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넥슨은 색다른 요소를 첨가해 자연스럽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 성공했다. 동기 부여의 핵심은 바로 ‘계승자(캐릭터)’다. 외형과 스킬 등 각양각색 매력을 지닌 계승자들이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해 루트슈터의 골자가 되는 퀘스트 파훼 방식에 활력을 더했다. 게임 시작 시 계승자 3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후에는 하나씩 획득해야 한다.

‘오리지널 계승자’ 14종과 고성능 버전인 ‘얼티밋 계승자’ 5종으로 총 19종의 계승자를 플레이할 수 있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멋진 외형을 지녀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부위 별로 원하는 스킨, 장식을 이용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것도 큰 매력 요소다. 유료로 구입할 수도 있지만, 게임 플레이를 반복하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된다.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는 다채로운 콘텐츠다. 메인 스토리 콘텐츠 외에 ‘보이드 요격전(레이드)’, 인스턴스 던전인 ‘침투 작전’ 등을 통해 몰입감을 한층 높여준다. 보이드 요격전은 1인 혹은 협력 플레이를 통해 거대 보스 ‘거신’을 공략하며 다양한 보상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침투 작전은 던전형 엔드 콘텐츠로, 총 16개의 던전이 있으며, 각각 ‘일반’, ‘어려움’ 난이도 중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특히, 어려움 단계에서는 이용자가 추가 옵션을 부여해 직접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더 좋은 보상의 획득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던전에는 매치 메이킹 시스템을 제공해 파티 플레이의 재미뿐만 아니라 협업 부담을 줄인 솔로 플레이 기능도 선보인다. 다만, 어려움 난이도를 선택하면 몹들이 정말 강력해지기 때문에 솔로 플레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다. 무기와 장비, 계승자의 성장이 뒷받침되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액션 장면. 총 11종의 총기 클래스가 존재하며, 3개의 총기를 활용해 전투할 수 있다. (사진=김수찬 기자)
 

‘탄알 일발 장전’… 시원한 슈팅 전투 쾌감



퍼스트 디센던트는 시원시원한 슈팅 전투 경험을 제공한다. 돌격소총, 핸드캐논, 런처 등 11종의 총기 클래스가 존재하며, 3개의 총기를 활용해 전투할 수 있다. 총기마다 능력과 특성이 다르고, 대부분 타격감이 좋아서 쏘는 맛이 쏠쏠하다. 또, 고유 능력과 연출을 지닌 22종의 궁극 무기를 활용해 다른 차원의 액션도 즐길 수 있다.

19종의 계승자가 가진 고유의 전투 스킬 역시 다양하다. 대부분 사용자가 즐겨 하는 계승자 ‘버니’의 경우 광범위 공격과 빠른 이동 스킬을 가지고 있고, ‘에이잭스’는 아군을 보호하고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탱커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계승자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와 스킬로 구성돼 전장과 적군의 특성에 맞는 스킬을 활용하는 것이 콘텐츠 공략의 핵심이 된다.

특히 무기와 스킬에는 총 560개의 ‘모듈’을 자유롭게 탈부착해 나만의 전략(빌드)를 구상할 수 있었다. 모듈은 계승자의 능력치를 개선하거나 스킬의 위력, 범위, 재사용시간 등을 조정할 수 있어 전투의 재미를 더욱 강화한다. 또한, ‘스킬 개조 모듈’을 이용하면 스킬의 능력도 변경할 수 있으며, 무기에도 장착해 공격력 강화, 반동 조정, 부가 효과 부여 등도 가능하다.

 

언리얼 엔진 5로 제작한 만큼 주변 지형지물 환경과 광원 효과 등의 그래픽이 최고 수준이다. (사진=김수찬 기자)
 

압도적인 비주얼 그래픽…최적화도 수준급



넥슨이 잔뜩 힘을 준 부분은 비주얼 그래픽이다. 언리얼 엔진 5로 제작한 만큼 주변 지형지물 환경과 광원 효과 등의 그래픽은 같은 장르 게임들 중 최고 수준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하다.

게임 초반에는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웅장하고도 신비한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 수려함에 압도된다.

또, 앞서 설명한 대로 캐릭터 디자인 역시 눈길을 끈다. 아름다운 여성형 캐릭터와 마초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남성 캐릭터들의 외형적 특징이 수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어모았을 정도다.

최적화까지 수준급이다. 클로즈베타 테스트 당시 스타터링 문제가 있어 두드러져서 최적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는데, 불안정성을 완벽히 개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기 사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사양만 만족한다면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침투작전(전체 맵) 화면과 상점 화면. (사진=김수찬 기자)
 

불편하고 불친절한 UI…그럼에도 ‘흥행가도’



퍼스트 디센던트는 불편하고 불친절한 게임이다. 이용자를 위해 알려주는 것보다 직접 경험 후 터득하게끔 만든다.

특히.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왜 이렇게 디자인했을까 싶은 구석이 곳곳에 보이는데, 아이템 확인, 검색, 장비 세팅 방법이 대표적인 예다. 인벤토리와 맵을 중심으로 하는 UI 그룹이 각각 나뉘어 있어서 불편하다. 아이템을 얼마나 파밍 했는지 보려면 인벤토리 창을 봐야 하고, 아이템 확률 및 방법을 확인하려면 맵 그룹에 들어가야 한다. 연결 탭이 없어 심히 번거롭다.

또한, 길 찾기 기능도 없고, 캐릭터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맵을 켜야 한다. 대부분의 유저가 ‘마스터리 랭크’를 올리는 장소가 어디인지 검색해봤을 정도로 악명높다.

스토리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미래 공상과학 콘셉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고유명사가 너무 많아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해설을 해주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스토리 진행을 조금 더 알기 쉽게 풀어가는 방법을 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퍼스트 디센던트는 유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출시 후 단 24시간 만에 스팀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고 가장 많이 플레이한 게임 5위에 올랐다. 또한, 스팀 동시접속자 수는 26만명을 돌파했다. 넥슨닷컴과 콘솔 이용자를 포함하면 동시접속자는 약 45~50만명으로 추산된다.

흥행에 성공했으니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아쉬운 지점을 채워간다면, 루트슈터 장르의 선구자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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