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식콜콜] 해장템 뛰어넘는 구원템을 찾아서…‘편의점 발품기’

선명규 기자 2024.07.11 09:34:30

여름날 더욱 뜨겁게 올라오는 숙취
걷기도 힘들 땐 가까운 편의점으로
평양냉면 육수에서 매콤한 라면까지
‘해장템’ 능가하는 ‘구원템’은 무엇?

 

해장국 맛집은 멀고 간밤에 마신 술이 눈치없이 올라올 때. 가까운 편의점서 구하기 쉬운 해장 관련 제품을 골라 비교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GS25 ‘유어스 평양냉면육수’,  세븐일레븐 ‘세븐셀렉트 대파열라면’, CU ‘880 육개장 라면’ (사진=선명규 기자)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은 무엇이든지 먹는다”고 했다. 마음, 나이, 겁, 심지어 욕까지. 그러나 먹는다고 하면 으뜸으로 떠오르는 것은 음식이다. 우리는 뭣보다 음식을 먹는다. 궁금해서 알아봤다. 뭐든 먹는 한국인을 유혹하는 먹을거리는 지금 뭐가 있을까? CNB뉴스 기자들이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고 시시콜콜, 아니 식식(食食)콜콜 풀어놓는다. 단, 주관이 넉넉히 가미되니 필터링 필수. <편집자주>​


 


가슴이 홧홧하다. 입이 말라간다. 과음한 다음날. 여름날 숙취는 더욱 뜨겁게 올라온다. 목마른 자의 우물을 찾는 지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러나 발걸음을 멀리 뗄 여력은 없다. 속 풀이용 음식을 내는 식당은 아득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접근성이다. 우리가 어떤 나라인가. 편의점 천국 아닌가. 걸어서 어지간하면 10분 안에 닿는 편의점에서 해장템을 구해 비교했다. 해장템을 뛰어넘는 구원템은 무엇일까.
 


당신의 해장 MBTI는?



해장 음식만큼 취향이 갈리는 건 없다. 얼큰하든 시원하든 일단 마셔야 하는 ‘국물파’, 햄버거와 피자 또는 짜장면을 선호하는 ‘느끼파’, 꿀물이 진리라는 ‘정통파’, 권장하진 않지만 해장국에 해장술을 곁들이는 ‘자포자기파’가 대표적 유형이다. 이게 전부는 아닐 테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이단아 부류도 분명 있다. 왜 어느 나라에선 겨드랑이에 레몬을 바르며 해장한다고 하지 않나. 그만큼 각양각색이다.

지피지기가 중요하다. MBTI 검사처럼 나는 어느 유형에 속하며, 무엇으로 속이 잘 풀렸는지를 안다면 좋다. 선택의 시간을 줄여 숙취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해갈 좀…’이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힘겹게 말할 뿐이라면 당신은 ‘국물파’이자 ‘국내파’이다. 대다수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편의점 쪽에 해장 제품 추천을 부탁했더니 돌아온 답도 국물 음식의 대표주자 ‘라면’이었다. 쓰린 속 푸는데 얼큰한 국물이 으뜸이란 건 한국이라면 다 안다. 그중에서 최고는 역시 라면이고. 그래서 뻔한 라면이 아니라 좀 색다른 걸 데려왔다.

 

스코빌지수가 5000SHU로 매운‘세븐셀렉트 대파열라면’. 대파가 들어있어 국물이 칼칼하다. (사진=선명규 기자)

 


라면은 기본, 평양냉면 육수도 등장



부제로 ‘속풀이라면’을 달았다. 세븐일레븐의 자체 브랜드(PB) 컵라면 ‘대파라면’과 오뚜기 ‘열라면’의 특징을 합친 ‘세븐셀렉트 대파열라면’이다. 스코빌지수가 5000SHU로 맵다. 매운맛의 기준점인 신라면은 3400SHU다.

백문이불여일식(食). 모임 다음날 아침, 간신히 봉지를 뜯고 물을 부었다. 이윽고 빨간 국물이 붉은 입속에 들어가자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든 느낌이 들었다. 이열치열은 낭설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그런데 웬걸. 불난 속에 맞불을 놓으니 진화가 됐다. 성난 속이 온순해졌다. 때린 데 또 때려서 고통을 잠시 잊은 것인지는 몰라도 해장 효과는 빨랐다. 비결은 대파에서 찾을 수 있었다. 큼지막한 대파 블록이 풀리면서 국물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마냥 맵지만은 않게, 칼칼한 맛을 완성한 주역이 대파였다.

 

CU가 선보인 ‘880 육개장 라면’은 저렴한 가격으로 가볍게 속 풀기에 좋다. (사진=선명규 기자)

간밤에 달려서 지갑이 텅 비었다면 속이 더 허하다. CU가 선보인 ‘880 육개장 라면’은 ‘가성비 해장’에 적합하다. 부제마저 ‘초저가 컵라면’. 가격이 880원이라 이름에도 같은 숫자가 들어간다. 지난 2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40만개를 기록했을 만큼 인기를 얻었다.

가격 대비 제법 양이 되는 건더기 수프가 장점이다. 크게 씹혀서 풍족하다. 완성됐을 때 올라간 고명을 보면 만족도가 더 올라간다. 가느다란 면과 진갈색의 진한 국물은 기존 육개장 사발면과 흡사하다. 중량은 80g으로, 보통 86g인 시중 컵라면에 비해 가볍다.

 

GS25의‘유어스 평양냉면육수’는 심심한 평양냉면 보단 진주냉면 육수에 가깝다. (사진=선명규 기자)

은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 시원한 아이템도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선보인 ‘유어스 평양냉면육수’다. 파우치 형태라 여타 음료처럼 바로 뜯어서 얼음컵에 부어 마시는 게 정석.

타는 속을 빠르게 냉각하기에 제격인 제품이다. 그러나 작은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맑고 심심해서 초심자는 물맛으로 쉽게 착각하는 의정부 계열 평양냉면을 먼저 떠올리면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그보다 짜고 진하다. 오히려 육전이 잔뜩 들어간 진주식 냉면이나 함흥냉면 육수에 가깝다. 여하튼 간이 세기에 얼음을 잔뜩 넣어 마시는 편이 좋다.

정리하면 뇌까지 급속도로 시원해지는 아이템은 GS25 평양냉면육수, 얼얼한 맛으로 속을 빠르게 풀어주는 제품은 세븐일레븐 대파열라면, 아직 속이 부대낄 때 가볍게 먹기 좋은 것은 CU 육개장 라면이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 정도 술을 마셨을 때 가능한 일. 과음하면 어떠한 해장템도 소용이 없다. 적당한 음주가 최고의 구원템이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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