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시대(109)] 황무지가 생명의 땅으로…20주년 맞은 몽골 ‘대한항공 숲’

정의식 기자 2024.06.20 09:31:24

매년5월 임직원 수백명 현지서 나무심기
사막화 막는 방풍·방사림 조성 프로젝트
여의도 2배 면적…12만여 그루 숲 완성
한반도 황사 줄이고, 현지주민 삶의 질↑

 

올해도 112명의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몽골 바가노르구 ‘대한항공 숲’을 찾아 나무를 심었다. (사진=대한항공)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기업들은 ‘E(친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가 탄소 배출 과다로 인한 자연 파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 캠페인이 전 지구촌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CNB뉴스는 친환경 경영의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은 몽골 사막을 생명의 땅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대한항공 이야기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대한항공이 황량한 몽골 사막을 푸르게 바꾸기 위해 20년째 나무를 심고 있다. 수많은 임직원들이 매년 찾아가 식림(植林)에 몰두한 결과 황무지는 어느새 건강한 수목들이 즐비한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몽골에 집중하는 이유는 매년 봄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불청객 ‘황사(黃砂)’는 중국과 몽골이 주요 발원지이기 때문. 특히 몽골의 고비사막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황사로 7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환경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대한항공 숲’을 찾아 식림 봉사활동에 참여한 대한항공 임직원들. (사진=대한항공)

황사는 사막화의 주된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사막이 확대될수록 우리나라에 불어닥치는 황사의 위력이 커지고,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삶은 팍팍해진다. 그래서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매년 몽골 사막 지역으로 날아가 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숲’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몽골 울란바타르 인근 바가노르구(區) 지역에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조성해온 방사림(防沙林)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5월마다 신입 직원과 인솔 직원 100~200명을 파견해 이곳에 나무를 심고 생장을 돕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올해는 ‘대한항공 숲’이 식림 20주년을 맞은 기념비적인 해다. 2020년 코로나 이후로 잠시 중단됐던 식림 활동이 4년 만에 재개된 의미있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도 지난 5월 20일부터 2주간에 걸쳐 신입 직원을 포함한 임직원 총 112명이 나무심기에 참여했다.

 


인근 탄광 분진 막아주는 방파제



대한항공 숲이 위치한 바가노르구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시에서 동쪽으로 150㎞ 가량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면적만 3156㏊(헥타르)에 이르는 몽골의 대형 탄광이 위치하고 있다. 몽골 전체 석탄 수요의 60% 가량을 공급하는 곳이다.

숲을 만들기 전에는 노천 탄광인 이곳에서 인근 마을로 석탄 분진과 먼지가 날렸다. 도심형 방풍림 조성이 시급하다는 점을 파악한 대한항공은 이곳에 서울 여의도 공원 2배 크기인 44㏊(헥타르) 면적의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길이 2㎞(킬로미터), 폭 222m(미터)로 길쭉한 형태인 대한항공 숲이 마을과 탄광 사이를 병풍처럼 지키고 있다.

 

구글 맵으로 살펴본 바가노르구 항공사진. 노란색 동그라미 부분이 거대한 바가노르구 탄광이며, 그 위쪽으로 길쭉한 형태의 대한항공 숲이 탄광 분진과 먼지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현재 이 숲에는 포플러, 비술나무, 차차르간(비타민 나무), 버드나무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12개 수종의 나무 총 12만 53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2019년 자동 급수 시설인 점적관수시스템을 설치하면서 나무들이 좀더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 이 시스템은 50톤 크기의 커다란 물탱크 2대와 펌프 8개, 관정(우물) 4개 등으로 구성돼있다. 지하수와 연결된 이 설비들은 자동으로 나무에 물을 준 결과 나무 생장률은 95%를 기록했고, 가장 높이 자란 나무는 12m에 달한다.

현재 대한항공 숲은 탄광에서 불어오는 분진과 먼지를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바가노르구 현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척박한 주변과 달리 푸른 나무로 가득한 이곳에는 각종 곤충과 종달새, 뻐꾸기, 제비, 토끼, 여우 등 동물이 모여들며 생태계가 서서히 복원되고 있다. 현지 학생들이 소풍과 견학을 오는 장소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한·몽 우호의 상징…‘우호의 메달’ 수상



물론 숲 조성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곳의 지질과 기후는 나무의 생장에 불리한 환경이었고, 현지 주민들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축산업이 주요 삶의 형태인 몽골의 특성상 주민들은 숲보다는 가축을 먹일 초원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다보니 인근 마을 주민들이 가축들을 풀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양과 염소들은 갓 자란 어린 나무의 새순을 뜯어먹었다.

대한항공과 현지 숲 조성 관계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이들을 설득했다. 나무를 심은 뒤 꾸준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지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었기 때문. 수많은 노력 끝에 주민들은 숲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고,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다들 숲 관리의 전문가가 됐고, 코로나19로 몽골을 찾지 못한 4년 동안 대한항공은 이들을 고용해 숲 관리를 맡겼다.

 

‘바가노르 대한항공 숲’ 입구에 세워진 팻말. 한국과 몽골 양국이 정성스레 가꿔 온 숲이다. (사진=대한항공)

현재 ‘대한항공 숲’은 대한민국과 몽골 간 우호의 상징이다. 2015년 구(區)에서 시(市)로 승격된 바가노르는 2006년 몽골정부의 지방자치단체 녹지조성 사업평가 우수도시에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대한항공이 몽골 자연환경관광부로부터 ‘자연환경 최우수 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대한항공은 몽골 정부로부터 오흐나 후렐수흐(U.Khurelsukh) 몽골 대통령 명의의 ‘우정의 메달’을 수상했다. ‘대한항공 숲’을 비롯해 대한항공이 몽골에서 펼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감사의 의미다.

지난 5월 28일 ‘대한항공 숲’에서 열린 식림 20주년 기념행사에서 다바수렝 바가노르구청장은 “오늘로부터 20년 전부터 이곳에 나무 심기를 시작했고 한국과 몽골 양국이 함께 꾸준히 가꿔왔다”며 “사막화 방지와 황사 예방을 위해 대한항공 숲을 조성해주신 직원 여러분과 모든 참석자들에게 바가노르구를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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