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년 신격호’가 오늘날 청춘에게 말하는 것…롯데 창업주 기념관 가보니

손정호 기자 2024.06.12 09:50:15

고 신격호 회장의 청년정신 담은 기념관
롯데그룹의 오랜 역사 한눈에 볼 수 있어
가난한 시절, 새역사 만든 거인의 발자취

 

롯데월드타워 신격호 기념관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3D 미디어아트 작품이 자리해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을 기념하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어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 그를 기리는 각종 행사의 중심지는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조성된 ‘신격호 기념관’이다. 롯데 측은 현장경영과 열정을 중시했던 신격호 회장의 청년 정신을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여기에 그의 유지(遺旨)를 전시해 뒀다. CNB뉴스가 지난 5일 이곳에 다녀왔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지하철 잠실역에 내려 서울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호텔로 들어서서 입구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면 신격호 기념관이 나온다. ‘象殿(상전) 신격호 기념관’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글씨로 ‘꿈 그리고 도전, 롯데월드타워’라고 적혀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지난 5일에는 ‘문학 청년 신격호’를 기리는 샤롯데문학상 시작을 알리는 롯데재단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샤롯데문학상은 1940년대 소설가를 꿈꾸며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신격호 회장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는 공모전이다. 소설과 시, 수필 등 세 부문에서 9명을 선정해 오는 10월에 시상하고 총 9000만원의 상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을 취재한 뒤, 신격호 기념관 곳곳을 둘러봤다.

기념관은 크게 영상을 감상하며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 등을 할 수 있는 공간, 성공한 사업가인 신격호 회장의 일대기와 유품, 기업의 성장 역사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전시 공간 제일 앞에는 젊은 신격호 회장의 얼굴을 3D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자리해 있다. 좌우로 움직이는 3D 홀로그램을 바라보니, 신격호 회장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무실 그대로 구현…기업가 정신 느껴져



그 옆에 신 회장의 연보가 적혀 있다. 그는 1921년 경상남도 울주군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가 1948년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이후 동방아루미공업(현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리아(롯데GRS), 롯데물산 등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혔다. 평화건업사(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등을 인수한 역사도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쇼핑센터(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를 개점한 시기도 적혀 있다.

이어 신격호 회장의 집무실이 눈에 띄었다. 생전에 신 회장이 사용했던 집무실을 그대로 구현한 것으로, 큰 나무 책상 위에 서류와 필기도구 등이 놓여 있다. 여러 종류의 책을 꽂아 놓은 책장도 있는데, ‘신념’ ‘고객’ ‘현장’ ‘도전’이라는 단어가 책장 안에서 LED 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도록 꾸며져 있었다.

 

롯데월드타워 신격호 기념관의 전시 공간. (사진=손정호 기자)

집무실 벽에 사자성어 ‘거화취실(去華就實)’을 적은 서예 작품이 걸려 있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신중하게 선택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전문화해야 한다는 창업주의 경영 철학을 담은 말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체제라는 위기 속에서도 업계 최고의 경쟁력과 우량한 재무구조로 성장을 이어갔다는 설명도 읽을 수 있었다.

소를 끌며 밭을 일구는 농부의 그림도 걸려 있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기업을 경영할 때 자신의 뿌리가 대한민국임을 잊지 않기 위해 고향 마을 풍경과 비슷한 이 그림을 집무실에 걸어 놓았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며 명상을 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잊지 않다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고 한국으로 돌아와 식품, 유통, 화학, 건설, 관광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생전 사용했던 구두·소설책·안경 등 전시



유리 진열장 안에는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구두와 서류가방, 안경, 롯데라는 사명을 인용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장편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옛날 판본 책 등이 들어있다. 신 회장이 표지 인물로 등장하는 롯데 잡지들도 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잠실에 모여 있는 롯데 타운의 모형이 자리해 있다.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롯데월드타워, 롯데 캐슬 빌딩 등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구현해 놓았다. 벽에는 롯데월드타워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철판이 걸려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꿈이 실현됩니다’라는 문구가 철판에 함께 적혀 있었다.

롯데월드타워의 공사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2010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기 위해 첫 삽을 뜨고, 2016년 일반에 오픈하기까지 공사 진행 과정을 연도별로 정리해 뒀다. 잠실을 동쪽과 서쪽 지구로 나누고, 테마파크인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등을 완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생전의 신격호 회장, 월드타워 오프닝 모습 등을 담은 사진도 전시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1층에 자리해 있는 신격호 명예회장 흉상. (사진=손정호 기자)

신격호 회장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은 여기 뿐만이 아니다. 롯데월드타워 1층에는 신 회장의 흉상이 설치되어 있다. 하얀색 호접란 화분이 양옆으로 놓여 있고, 그가 집필한 책 제목인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신 회장의 정신을 잇기 위한 각종 행사도 활발하다.

롯데복지재단은 지난달 27~28일 신격호 기념관에서 문화체험 환영식을 가졌다.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문화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체험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하의초등학교 학생들을 초대했다.

이달 4일에는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있는 SKY31 컨벤션 오디토리움에서 신격호 나라사랑 장학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지난달 3~5일에는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신격호 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더 리더’를 상연했다. 해외 장학 사업의 명칭도 ‘롯데 신격호 글로벌 장학금’으로 바꾸며 기념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일제 시대 때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과 한국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롯데그룹을 직접 일군 경영인이다. 식품뿐만 아니라 유통과 건설, 화학, 관광,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기업을 성장시켰다. 그의 숙원 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CNB뉴스에 “신격호 회장의 도전 정신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며 “신격호의 원대한 꿈을 오늘날 젊은 기업인들이 대신 이루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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