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문학상 주인공’ 이호철 소설가, ‘우리가 몰랐던 이호철’ 전시 열려

손정민 기자 2024.05.14 09:11:35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의 이호철 소설가를 알리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전시장 입구 모습. (사진=손정민 기자)

우리나라 통일로문학상의 주인공인 이호철 소설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14일 문학계에 의하면 이호철 소설가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인 ‘우리가 몰랐던 이호철’이 서울 은평구 은평역사한옥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9월 18일까지 열린다.

북한산과 한옥 마을 풍경이 아름다운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 이호철 소설가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전시가 꾸려졌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몰랐던 이호철’ ‘우리가 알아야 할 이호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호철’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이호철 소설가는 일제 시대이던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났다. 해방과 분단 이후인 1950년 고등학생 때 북한 인민군으로 동원되어 한국전쟁에 참전해 한국 국군 포로가 되었고, 이후 월남해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서 50여년 동안 살며 많은 소설 작품을 남겼다. 미군 부대 경비원으로 활동하고, 1955년 단편소설 ‘탈향’으로 등단했다. ‘서울은 만원이다’ ‘판문점’ ‘소시민’ 등의 작품으로 한반도 분단 현실과 실향민의 애환 등을 다뤘다.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은 작가이다.

이호철 소설가는 사회적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한 인물이다. 1974년 유신헌법 개헌 반대 서명운동으로 문학인 간첩단 조작 사건, 198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고생하기도 했다. 자유실천문인협회 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평화통일자문회의 문화분과 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이호철 소설가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 ‘우리가 몰랐던 이호철’ 전시장 모습. (사진=손정민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대학 수학능력시험과 모의고사에 출제되는 그의 작품 ‘탈향’ ‘나상’ ‘큰 산’을 중심으로 작가를 재조명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생전의 이호철 소설가가 연설하는 영상이 작은 스크린 화면으로 플레이된다.

벽면의 스크린과 천장에는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호철 소설가에 대한 수능 시험 문제 방식의 13개의 질문이 보인다. ‘이호철 작가는 월남 당시 아버지에게서 받은 소 한 마리 값으로 무엇을 샀을까’ ‘이호철은 소설가 황순원의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이때 이호철이 황순원에게 처음으로 배운 것은 무엇일까’가 1~2번 문제이다.

전시장에는 그의 대표작 초기 판본, 그가 받은 상장, 메달 등의 실물이 유리 진열장 안에 들어있다. 전시장 곳곳에 그의 작품 속 문장이 스크린 속에서 소박한 그림과 함께 플레이되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를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삽화 그림도 벽면에 그려져 있어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호철 소설가가 독일에서 받은 예나 프리드리히 실러 메달도 전시되고 있었다. 이호철 작가는 2004년 독일어로 번역된 ‘남녘사람 북녘사람’으로 독일 예나대학에서 프리드리히 실러 메달을 받았다. 이 메달은 예나대학 유럽학술문화협력위원회가 국제 학술, 예술 교류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이호철 소설가는 한반도 분단에 따른 남북 사람들의 고통과 인간애를 소설로 형상화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프리드리히 실러가 1785년 지은 시 ‘환희의 송가’는 1824년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에 실렸고, 유럽연합(EU)의 공식 찬가로 채택됐다고 한다.

 

‘우리가 몰랐던 이호철’ 전시장 모습. (사진=손정민 기자)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이호철길 등 그를 기리는 기념사업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분단을 경험하고 월남해 이를 기반으로 소설을 남긴 이호철 작가를 기억하기 위한 상이다. 2017년 재일교포 김석범 작가가 ‘화산도’로 본상, 김숨 소설가가 ‘한 명’으로 특별상을 처음 수상했다. 이후 2018년 사하르 칼리파(팔레스타인), 송경동, 2019년 누르딘 파라(소말리아), 김종광, 2020년 아룬다티 로이(인도), 김혜진, 2021년 예니 에르펜베크(독일), 심윤경, 2022년 옌롄커(중국), 장마리, 지난해 메도루마 슌(일본), 진은영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이호철길은 지하철 독바위역 근처의 불광로 길 일부인 522m 구간이다. 이호철 소설가가 1970년대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던 공간이다. 이호철길은 그가 백낙청 문학평론가, 리영희 언론인 등과 함께 오르던 북한산 등산길과 연결되어 있다.

이호철북콘서트홀은 오는 10월 대조동 청년주택에 북콘서트 전용공간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이호철 작가의 문학세계, 다양한 음악과 예술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개장할 계획이다. 이호철문학관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전시장 바깥에는 그의 책들을 꽂은 책꽂이가 있었다. 이호철 소설가의 전집부터 단행본까지 다양한 책들을 북한산과 한옥 마을이 보이는 박물관에 앉아서 천천히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발견한 미발표작인 단편소설 ‘노로무씨’도 발굴해 누구나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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