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핫실적②] 신한·KB·하나·우리금융… ‘선방’ 했지만 표정관리

이성호 기자 2024.05.15 09:07:09

은행권 강타한 홍콩 ELS 사태에도 실적↑
비은행·비이자 부분 확장 등 사업 다각화
‘이자 장사’ 따가운 시선은 여전히 부담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발 ‘횡재세’ 촉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사옥. (사진=각 금융지주사)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여파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시대 이자이익이 커지면서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자 장사’라는 부정적 꼬리표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일명 ‘횡재세’ 도입 움직임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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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먼저, 신한금융그룹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1조32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홍콩H지수 ELS 관련 충당부채 적립(274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 탓으로 이를 제외하면 상승세는 변함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번에 KB금융그룹을 제치고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은행의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한 자산 성장 및 마진 개선에 따른 이자이익이 올랐고 이와 함께 카드, 증권, 라이프를 비롯한 주요 그룹사의 신용카드 수수료, 증권수탁 수수료, 보험 손익 등 수수료이익 향상에 기반한 비이자이익 증가로 인해 그룹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2위로 밀린 KB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087억원 대비 크게 떨어졌다.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고객 보상 비용(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하면서 영업외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고수하던 1위 타이틀을 신한금융에게 내주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분기에 발생한 대규모 ELS 손실보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조5929억원 수준으로 이익체력은 흔들림이 없었다.

하나금융그룹도 배상 여파에 움찔했다.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682억원) 줄어든 1조340억원을 시현했다. 홍콩H지수 ELS 충당부채 1799억원과 환율 상승에 따른 F/X 환산손실 813억원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다.

하지만 하나금융 역시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을 합한 핵심이익의 견조한 성장과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입어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였다.

우리금융그룹은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82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8% 감소했다. 타 금융지주사와 달리 홍콩H지수 ELS 손실배상 관련 충당금은 75억원 수준으로 미미했지만, 이자이익이 조달비용 증가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자회사별로 보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우리은행 7897억원, 우리카드 288억원, 우리금융캐피탈 330억원 및 우리종합금융 126억원 등이다.

그룹 손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5.8%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비은행·비이자 포트폴리오 확장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올 3분기 내에 합병증권사를 출범, 영업을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험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그룹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野, ‘횡재세’ 카드 다시 만지작



이처럼 4대 금융지주는 홍콩 ELS 배상 등 악재에도 전반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승승장구 우상향 곡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썩 곱지 않다.

이유인즉, 대다수 산업분야가 경기침체로 신음하는 가운데 그들만 유독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쉬운 예대마진(예금-대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경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자 장사’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씨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농협은행, 수협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18개 국내 은행들의 이자순수익(이자수익-이자 비용)은 2020년 39조221억원, 2021년 43조4367억원, 2022년 53조2263억원, 지난해 56조7198억원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익이 커진 데는 정부 정책도 한몫을 했다. 주택 구입 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장정책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은행권의 막대한 이자이익에 대해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명 ‘횡재세’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과 영국 등에서 일부 도입된 횡재세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외부 사건)으로 인해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됐다.

 

국회 전경. (사진=CNB포토뉴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야당 주도로 횡재세 신설을 추진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금융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으면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토록 함이 골자다.

이를 통해 징수된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을 포함한 금융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지원사업에 쓰이도록 하며, 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해당 지원사업을 하는 기관에는 기여금 일부를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횡재세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은행들이 토해내야 할 기여금은 지난해 당시 1조9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됐다.

이와 관련 여당에서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강력 반대했었다. 금융당국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 금융지주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자영업·소상공인 등을 위한 2조1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작년 12월에 내놓은 바 있다.

야당발 횡재세와 상생금융 압박 속에서 은행권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대대적 민생금융지원에 나섰지만, 최근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횡재세’를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적 근거 없이 금융기관들을 압박해 상생에 나서게 하는 것보다 법률로 정한 기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부담토록 해야 한다는 것.

반면, 이러한 횡재세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은행이 신규 출연 부담을 대출자에게 전가해 대출자가 대출금리 상승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대두된다.

또한, 은행이 이자순수익 증가 억제를 위해 대출 규모, 특히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축소할 유인이 발생하며 자발적 사회공헌이 위축될 수 있다. 주주 이익 침해에 따른 위헌소송 가능성,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논란, 다른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 문제 등도 제기된다.

금융권 입장에서 ELS 배상이 일회성 악재였다면 횡재세 신설은 지속적인 악재다. 정치권에서 재부상한 ‘횡재세’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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