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소설가 ‘철도원 삼대’,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할까

손정민 기자 2024.04.22 09:31:55

황석영 소설가가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장편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석영 소설가가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할지 관심을 받고 있다.

22일 문학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인 황석영의 장편 ‘철도원 삼대’의 영문판 ‘Mater 2-10(마터 2-10)’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최종 수상작은 오는 5월 21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는 한강 소설가가 장편 ‘채식주의자’로 2016년 이 상을 받았고, 이듬해 ‘흰’으로 다시 최종후보에 올랐다. 2022년에는 정보라 소설가의 ‘저주토끼’, 지난해에는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최종후보에 올랐다.

황석영 소설가는 ‘해질 무렵’의 영문판인 ‘At Dusk(앳 더스크)’로 2022년 1차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이후 다시 최종후보에 오른 것이라서 수상에 성공할지 문학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문판 번역을 맡은 소라 김 러셀(김소라), 영재 조세핀 배(배영재)도 함께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단 측은 황석영 소설가의 ‘Mater 2-10’에 대해 서구에서 거의 볼 수 없는 한국에 대한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책이라며, 한 나라의 역사적 서사와 정의에 대한 개인의 추구가 섞여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판인 ‘철도원 삼대’는 2020년 창비에서 출간됐다.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의 후손인 이진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부당 해고를 당해서 투쟁하고 있는 이진오가 페트병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쓰고, 아파트 16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서 시위를 이어가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 속에 실존 인물인 독립운동가 이재유, 이백만의 아내 주안댁, 이일철의 아내 신금이, 어릴 적 동무인 깍새, 금속노조 노동자 친구인 진기, 크레인 농성 노동자인 영숙 등의 이야기가 함께 등장한다.

‘이진오는 잠자리에서 되도록 먼 곳인 원형 통로의 반대편 구석에 용변 장소를 정해두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황석영 소설가가 북한을 방문하던 중에 만난 서울 영등포 출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어서,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황석영 소설가가 이 작품을 국내에서 연재할 당시의 제목도 ‘마터 2-10’인데, 종이책으로 출판하는 과정에 ‘철도원 삼대’로 제목이 수정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황석영 소설가의 ‘Mater 2-10’. (사진=부커재단 홈페이지 캡처)

황석영 소설가는 해방 직전인 1943년 조선족이나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살던 지금 중국의 만주 지역에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에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1970년 ‘탑’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의 근현대 속에서 사회적 인간 존재에 대해 탐구해왔다. 1989년 베트남전쟁을 다룬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 2000년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 이후 방황하는 운동권 지식인을 그린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1년에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북한 황해도에서 발생한 신천대학살 사건을 모티프로 하는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해질 무렵’으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한강 소설가가 ‘작별하지 않는다’로 올해 초 받은 상을 먼저 수상했다. ‘오래된 정원’이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손님’ ‘심청, 연꽃의 길’ ‘오래된 정원’으로 프랑스 페미나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외에도 장편 ‘가객’ ‘강남몽’ ‘개밥바라기별’ ‘객지’ ‘모랫말 아이들’ ‘바리데기’ ‘삼포 가는 길’ ‘장길산’ ‘한씨연대기’ 등을 발표했다. 최근 우리나라 동화를 새롭게 선보이는 어린이 민담집 시리즈를 출간하고, 출판그룹 휴먼큐브와 콘텐츠 회사 푸리미디어를 설립하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 자유실천문인협회 실행위원 등 실천하는 문학인의 모습도 보여왔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는 셀바 알마다 ‘강이 아닌’(Not a River, 스페인어), 이아 겐베르크 ‘세부사항’(The Details, 스웨덴어), 이타마 비에이라 주니어 ‘구부러진 쟁기’(Crooked Plow, 포르투갈어), 예니 에르펜벡 ‘카이로스’(Kairos, 독일어), 옌테 포스트후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What I’d rather not think about, 네덜란드어) 등이 함께 최종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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