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시대(104)] KB금융의 ‘꿀벌 프로젝트’가 말하는 것

손정호 기자 2024.04.04 10:22:40

서울 중심에 ‘도시양봉장’ 연이어 개장
임직원들, 직접 꿀 채집해 이웃에 나눠
인근 학교와 연계해 생태체험교육 펼쳐
“꿀벌 사라지면 생태계 위험” 적극 홍보

 

KB금융그룹이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조성한 벌꿀 도시양봉장. (사진=KB금융)

KB금융그룹이 서울 도심에서 꿀벌을 키우며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어 주목된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경영의 획기적 사례로 평가된다. CNB뉴스가 KB금융의 일명 ‘K-Bee 프로젝트’를 취재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기업들은 ‘E(친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폭우·폭염·혹한 등 기후변화 위기가 모두 탄소 배출 과다로 인한 자연 파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 캠페인이 전 지구촌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

이런 가운데 KB금융은 케이비(K-Be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서울시 여러 곳에 양봉장을 만들어서 최근 개체수가 줄어든 꿀벌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활동이다.

지난 2022년 4월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옥상에 처음으로 도시양봉장 1호를 설치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 금융 중심지에 약 12만 마리의 꿀벌이 살고 있는데, 인근 한강 등에 있는 식물의 꽃에 의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9월에는 서울숲과 서대문구청 옥상에 2호와 3호 양봉 시설을 조성해 친환경 영토를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 있는 도시양봉장에서 KB금융 직원들이 수확한 꿀을 착즙하고 있다. (사진=KB금융)

임직원들과 함께 꿀을 수확하는 행사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최근에는 이예원(골프), 황선우(수영) 선수가 참여한 가운데 벌통 6개에 담긴 야생화 꿀 약 60㎏을 채집해 투명한 착즙기로 옮기고, 230여병의 꿀을 생산했다. 이 꿀들은 인근 소상공인과 주민들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숲에서도 이 프로젝트로 12만 마리의 꿀벌들이 자리 잡았다. 꿀벌 정원 공간에 노란색 페인트로 단장한 양봉 시설을 설치하고, 야생에서 살아가는 벌들을 위한 ‘Bee Hotel(비호텔)’을 마련했다. 이 지역에서 사는 어린이들이 이해인, 차준환(피겨스케이팅) 선수와 함께 얼굴과 온몸을 가릴 수 있는 노란색 양봉 옷을 입고 체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대문구청 옥상에 있는 3호 시설에는 20만 마리의 꿀벌들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메타세쿼이아숲으로 잘 알려진 안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꿀벌이 살아가기에 적합하다. KB금융은 서대문구에서 사는 어린이들이 3호 양봉장을 찾아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꿀벌이 꿀과 화분을 수집하는 나무인 ‘밀원수’도 심고 있다. 지난해 세계 벌의 날(5월 20일)을 맞아 강원도 홍천에서 임직원들이 밀원수 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창경궁 인근에도 밀원수로 이뤄진 궁궐숲을 조성했다. 나무 심기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과 함께 올해까지 벌들이 꿀을 얻기 좋은 식물 10만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지구 온난화로 전국적으로 동시에 꽃이 피고 개화 기간도 짧아진 점을 고려해 백합나무와 아까시나무, 헛개나무 등을 밀원수로 선정했다. 이 식물들은 서로 개화 시기가 다르다. 헛개나무의 경우 개화 기간이 길고 벌꿀 생산량이 많으며, 열매 수확도 가능하다.

 


영상제작·전시회…‘꿀벌 알리기’ 총력



KB금융은 꿀벌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영상도 제작했다. K-Be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꿀벌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 김효진 배우가 재능 기부로 영상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꿀벌의 경고’ ‘꿀벌의 선물’ 편도 만들었다.

이 영상들은 KB금융그룹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45일 동안 사는 꿀벌이 평생 약 800㎞를 날아서 3000송이의 꽃에서 꽃가루받이 활동을 하고, 이 과정에서 세계 100대 작물 70%의 수분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수십억 마리의 꿀벌들이 사라지면서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식량 대란, 물가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영상에 담겼다.

영상 뿐 아니라 꿀벌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열었다.

올해 초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 로비에서 대표 캐릭터인 스타프렌즈를 활용한 전시회가 열렸는데, 전시장 한쪽 유리 진열장 안에 허니 컬렉션이 자리해 있었다. 이는 K-Bee 프로젝트로 도시양봉장에서 수확한 꿀을 휴대하기 좋은 작은 통에 담은 형태였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꿀벌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고, ‘MADE BY ALL NATURAL 100% RAW HONEY’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알리는 미니 만화도 감상할 수 있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에서 열린 스타프렌즈 전시회에 벌꿀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이밖에도 KB금융은 다양한 환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 토양의 날(12월 5일)을 맞아서 ‘지켜야 할 마지막 터전 토양’에 대한 영상을 공개했고, 국제 연안 정화의 날(9월 16일)에는 이상기후의 주범인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해양식물 잘피의 중요성을 알리는 ‘바다의 아마존 잘피숲’ 영상으로 관심을 끌었다. ‘다시 시작된 엘니뇨 뜨거워지는 지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도 발간해 세계 여러 지역의 이상기후 문제를 지적했다.

이처럼 KB금융이 꿀벌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는 환경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 또한 KB금융그룹의 ESG 미션인 ‘세상을 바꾸는 금융’의 일환이기도 하다. KB금융은 ESG 금융 확대 전략인 ‘그린 웨이브(Green Wave) 203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인 ‘KB 넷 제로 스타(Net Zero S.T.A.R.)’ 등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CNB뉴스에 “K-Bee 프로젝트는 많은 꿀벌들이 사라지면 생태계뿐만 아니라 식량 문제로 인류의 생존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시작했다”며 “도시에 양봉장을 만들고 밀원숲을 조성해 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집과 환경을 만드는 일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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