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총선 3주 앞두고 尹대통령과 ‘파워게임’ 2라운드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입장 불변, 민심에 민감해야”

심원섭 기자 2024.03.20 11:51:5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을 3주 앞두고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과 이종섭 호주 대사를 둘러싼 논란의 해법을 두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되는 것에 더해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놓고도 당내 친윤(친윤석열)계가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등 ‘당정갈등 2라운드’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정면충돌한 데 이어 총선 목전에서 각종 악재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법의 차이가 2차 당정갈등을 점화시킨 형국이다.

당정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던 중 호주 대사로 부임한 이 대사에 대한 조치를 놓고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 14일 MBC를 포함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 배후 의혹 등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 수석의 거취를 놓고 더욱 입장이 엇갈렸다.

물론 윤 대통령이 논란에 휩싸인 지 엿새 만인 20일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하는 바람에 갈등 영상이 조금 잦아드는 감이 있으나 수도권 등에서 논란이 가라앉히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앞서 한 위원장과 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등은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자, 대통령실 참모진 중 일부는 황 수석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 자진 사퇴 의견을 건의했으나, 윤 대통령의 의중이 황 수석 유임 쪽으로 선을 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위원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장동혁 사무총장은 19일 황 수석과 이 대사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필요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면서 “국민 우려가 커지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당에서는 수도권 주요 격전지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는 데 따른 위기론에 ‘이종섭-황상무’ 논란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실 출신인 김은혜 전 홍보수석과 대표적 친윤계인 이용 의원도 공개적으로 용산의 결단을 압박했다. 두 사람 모두 핵심 친윤 인사로 분류되지만, 수도권 출마자로서 여론의 흐름을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20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패배할 경우, 최대 피해자는 윤석열 정부이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수도권 전체의 당락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당정 간 갈등은 이날 발표된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으로도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핵심 친윤계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호남·당직자가 배제됐다고 지적하며 "바로잡기 바란다"고 지도부에 공개 촉구해,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 기류가 투영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는 등 당정 간 갈등은 비례대표 공천으로도 번지는 양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김예지 의원과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 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이 당선권에 포함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비교적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호남 출신의 주기환 광주시당 위원장이 당선권 밖에 배치된 데 대한 불만도 드러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한 친윤계 한 핵심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과 한 약속은 지키는 게 맞는 데도 불구하고, 당에ㅔ서 공언한 호남 인사 등의 홀대 한 것은 배치 순서에 문제가 있다”면서 “특히 한 위원장이 선거 과정에서 고생한 핵심 당직자들을 넣지도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공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절차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은 물론, 비례대표 후보가 ‘친한’ 인사로 채워졌다는 지적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렇듯 양측의 갈등이 지난 1월 이후 잠복해 있다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당시 당정은 김 여사 명품백 의혹 대응에 대해 온도 차를 보이다가 한 위원장의 김경율 비대위원 마포을 출마 지지를 놓고 ‘사천’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갈등 요인이 돼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한 위원장이 거부하면서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이후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며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앙금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표출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러한 당정갈등이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특히 대통령실의 입장변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 출마자는 “당정이 선거 국면에서 갈등하면 절대 안 된다. 양쪽이 열어놓고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여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대통령실에 의견을 전달한 상황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고, 수도권을 포함한 격전지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당내에서 여러 요구가 분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