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식콜콜] 장민호 우동 vs 이장우 우동, 스타 ‘우동대전’ 승자는?

선명규 기자 2024.03.21 09:35:00

GS25·세븐일레븐, 유명인 앞세워 대결
‘장’ 꾸덕명란크림우동 vs ‘이’ 우불식당
‘정통과 퓨전’ 국물 유무만큼 차이 극명
반반의 미학? 종국엔 짬짜면처럼 어울려

 

편의점 업계에서 우동 대전이 발발했다. GS25 ‘꾸덕명란크림우동’(오른쪽)과 세븐일레븐 '세븐셀렉트 우불식당 즉석우동’ 이 각각 장민호와 이장우란 스타의 이름을 걸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은 무엇이든지 먹는다”고 했다. 마음, 나이, 겁, 심지어 욕까지. 그러나 먹는다고 하면 으뜸으로 떠오르는 것은 음식이다. 우리는 뭣보다 음식을 먹는다. 궁금해서 알아봤다. 뭐든 먹는 한국인을 유혹하는 먹을거리는 지금 뭐가 있을까? CNB뉴스 기자들이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고 시시콜콜, 아니 식식(食食)콜콜 풀어놓는다. 단, 주관이 넉넉히 가미되니 필터링 필수. <편집자주>​


 


일식당도 고속도로에서 들르는 휴게소도 아니다. 요즘 우동 맛집은 편의점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가 선보인 가수 장민호의 ‘꾸덕명란크림우동’(이하 장민호 우동),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이 배우 이장우와 함께 출시한 ‘세븐셀렉트 우불식당 즉석우동’(이장우 우동)이 대표 메뉴다. 스타의 이름이 더해지니 입소문도 금세 났다. 장민호 우동은 출시 보름 만에 이 편의점 냉장면 카테고리 1위에 올랐고, 이장우 우동은 약 3개월 만에 50만개가 팔렸다. 단지 유명인을 등에 업은 마케팅 효과 덕분일까? 하나씩 포장지를 뜯었다.

 

GS25가 KBS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첫 우승한 장민호의 레시피로 만든 ‘꾸덕명란크림우동’. 진한 크림맛과 톡톡 터지는 날치알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선명규 기자)

두 제품 모두 튀기지 않은 굵직한 생면 혹은 건면·숙면을 쓴다. 면에 소스가 배기 좋은 조건이다. 큰 차이는 조리가 완성됐을 때 나타난다. 국물의 유무다. 장민호 우동이 녹진한 크림파스타에 가까운 퓨전파라면, 이장우 우동은 칼칼한 국물이 도드라지는 정통파다.

구성품 역시 다르다. 장민호 우동에는 면, 소스, 김수프, 요리수가 담겼다. 조리 방법은 단순하다. 종이 포장지를 벗기고 용기에 김수프를 제외한 재료를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약 4분간 돌리면 된다. 소량의 요리수가 면을 익히는 역할을 한다. 물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장우 우동은 일반 컵라면과 조리 방법이 비슷하다. 용기에 면과 액상수프, 건더기 블록을 넣고 끓는 물을 부은 뒤 전자레인지에서 약 3분간 돌린다. 나중에 건더기 수프를 뿌리고 기호에 맞게 매운맛을 내는 다대기를 넣거나 빼면 된다.

 

세븐일레븐이 이장우와 함께 선보인 '세븐셀렉트 우불식당 즉석우동’은 휴게소에서 후후 불어가며 먹는 우동맛과 일치한다. (사진=선명규 기자)

 


추억의 즉석우동과 재밌는 요즘 우동



둘 다 포장지를 뜯고 하나의 음식으로 완성되기까지 5분 남짓이면 된다. 빠른 속도 때문일까. 이장우 우동에서는 긴박한 맛이 났다. 15분만 머무는 휴게소에서 급히 먹는, 그 옛날 잠시 정차한 기차역에서 후루룩 먹던 그 맛이다. 그만큼 전통적 즉석우동의 표본을 구현했다. 핵심은 아무렴 기본 국물을 내는 액상 수프겠지만 숨은 공신은 건더기 블록이다. 건조된 재료가 뜨거운 물에 풀어지면 생 쑥갓의 원초적 향이 피어오른다. 코를 박고 서둘러 먹다 보면, 거기가 휴게소이자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스낵카가 된다.

장민호 우동은 거꾸로 돌아간 시계를 빠르게 현재로 맞춰준다. 보다 젊은 입맛을 충족한다. 요즘 진리의 조합인 명란과 크림이 만나 질리지 않는 맛을 낸다.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식감이 재미있”다. 씹을 때마다 날치알이 팡팡 터진다. 크림에 감자도 들어가서 입안이 가뜩이나 끈적한데 홀로 무람없이 통통 튄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꾸덕함에 경쾌함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두 제품의 인기에는 분명 인지도가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꾸덕명란크림우동’은 KBS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첫 우승한 장민호의 레시피로 만들었다. ‘세븐셀렉트 우불식당 즉석우동’은 이장우가 운영하는 우불식당의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했다. 가락시장 인근에 위치한 우불식당은 개장 이후 한동안 손님 줄 세우는 식당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중요한 요소는 역시 맛이다. 총평하면, 방송화면을 통해 기대하던 맛을 미감에 그대로 전달해줬다. 그만큼 제대로 구현했다. 재료가 풍성해 뭔가 빠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도 만족감을 높여준다. 유명인에 대한 유명세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할까? 장민호 우동은 4900원, 이장우 우동은 3500원이다. 한 가지 팁은 두 제품을 같이 먹어도 좋다는 것. 칼칼한 우동 국물과 진득한 크림이 짬짜면처럼 제법 잘 어울린다.

팁 하나 더. 정보가 없으면 헛걸음하기 일쑤다. 가까운 편의점을 몇 군데 돌았는데 두 제품을 구할 수 없었다. 이것이 인기의 반증인가, 발품을 어디까지 팔아야 하나. 머리가 복잡하려던 찰나 한 후배가 문자 메시지를 툭 던졌다.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에서 재고 볼 수 있어요. 확인하고 가세요.” 다리가 고생하지 않는 방법이 스마트폰에 있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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