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비즈] “세상을 글꼴로 바꾼다”…아모레퍼시픽 ‘아리따’展

김민영 기자 2024.03.19 09:58:51

서경배 회장의 문화기업정신 스민 전시회
글꼴 따라쓰기·문학 자판기 등 다양한 체험
한켠엔 세계적 거장의 회화·조각전도 펼쳐

 

'아리따' 제작과정을 담은 인터뷰 영상. (사진=김민영 기자)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용산에서 ‘아리따’ 글꼴 전(展)과 ‘스티븐 해링턴:스테이 멜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에는 글꼴 ‘아리따’를 소재로 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 전시회가 이달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진행한 아모레성수와 아모레부산 전시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하는 아리따 글꼴 전시다. 이번 ‘아리따’ 전(展)은 제작과정을 담은 인터뷰 영상과 글꼴 개발 과정, AI를 활용한 콘텐츠 등이 특징이다.

기자는 지난 12일 서울 지하철 신용산역(4호선)에 내려 5분 가량 걸어서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에 당도했다.

사옥 건물로 들어서니 우선 밝은 빛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마주하는 건 1~3층까지 피로티 방식으로 뻥 뚫린 로비 아트리움과 유리로 된 천장. 이런 독특한 구조로 인해 자연 채광이 실내에 골고루 퍼지며 건물 전체가 ‘빛’을 한가득 머금은듯했다.

1층 홀 한켠에 위치한 거대한 유리문을 통과하니 흰색 바탕에 모음과 자음이 무분별하게 있는 거치대가 정렬돼 있었고, 앞쪽 테이블 위에는 책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또한 뒤편에는 아리따 제작과정과 인터뷰 영상이 펼쳐졌다. 전시공간 곳곳에서는 아리따 글꼴 따라 쓰기, 한글 자석 꾸미기, 아리따 문학 자판기 등 체험 행사가 한창이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내 ’아리따’ 글꼴 전시관 전경. (사진=김민영 기자)

전시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국내 안상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와 한글 글꼴 개발에 참여한 디자이너 7인의 작품도 별도 공간에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홀 가운데서 왼편으로 돌아서자 “여러분의 목소리를 담아 주세요”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에는 여러 사람들이 아리따 ‘돋음’과 ‘부리’ 등의 글씨체로 쓴 종이가 붙어있다.

‘아리따’ 글꼴은 지난 2004년에 ‘아리따 글꼴 여정’이란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또 2006년에 아리따 ‘돋움’이 세상에 처음 나온 후, 2012년 영문 글꼴인 아리따 ‘산스’, 2013년 아리따 ‘부리’ 2017년 중문 글꼴인 ‘흑체’까지 개발됐다. 아리따의 네 가지 글꼴은 남매 글꼴답게 닮았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돋움은 ‘정직하고 올바른’, 산스는 ‘강인하고 부드러운’, 부리는 ‘우아하고 단아한’, 흑체는 ‘섬세하고 단단한’ 표정의 글꼴이다. 개별 글꼴이 완성될 때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 홈페이지에 공개해왔다.

이처럼 ‘아리따’ 전시회는 글꼴이 가진 철학에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자료와 체험공간으로 구성됐다.

두 번째로 만난 곳은 ‘스티븐 해링턴:스테이 멜로’의 현대 미술 기획전으로, ‘아리따’ 글꼴 전시관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스티븐 해링턴:스테이 멜로’ 기획전에 세계적인 예술작가 스티븐 해링턴과 나이키가 협업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이 전시는 스티븐 해링턴의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과 더불어 나이키, 크록스, 이케아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디자인 작품까지 총 100여점을 소개한다. 해링턴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이자 디자이너로, 캘리포니아의 풍경과 문화가 스민 작업 세계로 유명하다.

 

전시회 공간으로 들어서자 ‘스티븐 해링턴:스테이 멜로’의 기획전을 알리는 타이틀이 보였다. 양옆으로는 총 7개의 크고 작은 전시공간들이 펼쳐졌다.

먼저, 정면에 보이는 전시공간으로 향했다. 대형 멜로 조각상을 지나니 해링턴 작가의 작품세계를 중심에 둔 너른 공간이 펼쳐졌다.

그의 작품은 만화 속 세계를 연상시킨다.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해, 마치 작품들이 만화 속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유쾌한 느낌을 준다. 미술관에서는 평일 낮 시간대였음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혼자 또는 둘씩 짝지어 들어왔다. 특히 해링턴의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과 작품 속의 캐릭터 ‘멜로’를 형상으로 한 거대 조각이 인상적이었다.

 

세계적인 예술작가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 <진실의 순간, 2024>. 이 작품은 ‘멜로’와 ‘룰루’가 바닷속을 유영하며 다양한 해양 동물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해링턴의 지속된 탐구가 담겨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아모레가 이처럼 예술 분야에 주력하는 이유는 서경배 회장 일가가 추구하는 기업이념과 무관치 않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이라는 회사를 ‘문화를 지키고 나누는 기업 시민’으로 규정했다. “감성을 터치하는 솔루션으로 고객에게 기쁨을 주자”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CNB뉴스에 “충분한 연구와 고증을 거쳐 각 문자의 역사성을 존중하는 한편 현대적인 표정을 더해 미래를 지향하는 글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스티븐 해링턴 기획전 또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들을 독창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만큼, 특별한 체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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