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불씨’ 꺼지나? 글로벌 자문사들, 금호석유화학 손 들어준 내막

정의식 기자 2024.03.14 10:05:43

연속 2패 박철완, 주총 앞두고 또 ‘딴지걸기’
‘자사주 100%’ 소각 주장하며 표 대결 예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 금호석화 손 들어줘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이번에도 사측 지지할듯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오는 22일 열릴 금호석유화학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이번에도 주총 주요안건에 반대하며 날선 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9.27%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금호석화호(號)의 향배를 결정지을 열쇠가 됐기 때문.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박 전 상무가 완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CNB뉴스가 주총 표대결의 향방을 가늠해봤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지난 2월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개인 최대주주로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에 자신의 주주권리를 위임하고, 차파트너스가 3월 정기주총 안건으로 ▲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 자사주 소각의 건 ▲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주주제안하면서 과거 2차례 있었던 일명 ‘조카의 난’이 ‘3라운드’를 맞이했다.

원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과 금호건설, 아시아나항공 등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성장해온 재벌그룹이었지만, 창업주 박인천의 3남 박삼구 전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2006년), 대한통운 인수(2008년) 등 과도한 세 불리기의 여파로 부실화되며 2011년 그룹이 해체됐다.

당시 박인천 전 회장의 4남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인해 2011년부터 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을 계열분리해 2015년께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완전히 독립하게 된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는 박인천 전 회장의 2남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3대 회장의 장남으로, 금호석유화학 계열분리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상무로 재직해왔다. 그러나 2021년 1월 박 전 상무가 ‘박찬구 회장과의 공동보유관계 해소’를 공시하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대립 국면으로 돌입, 현재까지 갈등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박 전 상무는 사측에 배당 확대와 이사 교체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발송하고, 3월 26일 열린 주총에서 표 대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안건에서 30%의 동의를 얻는데 그치며 완패했고, 3월 31일 금호석유화학 상무 직에서 해임됐다.

2022년에도 그는 경영투명성 및 주주가치 제고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발송하고, 재차 주총 표 대결을 시도했지만 전년과 마찬가지로 완패했다.

두 번의 주총 대결에서 잇달아 패배한 박 전 상무 측은 지난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양측의 분쟁이 종식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올해 2월부터 박 전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에 자신의 주주권리를 위임하며 갈등은 ‘3라운드’로 접어든 형국이다.

 


자사주 소각 50% vs 100%



‘조카의 난 3라운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와 달리 박철완 전 상무가 아닌 차파트너스가 전면에 나서서 예년보다 날선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차파트너스는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거나 입장문을 발표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고, 금호석유화학 측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맞서 금호석유화학 측도 즉각적인 반박문을 공개하며, 자사의 입장을 알리고 있다.

치열한 양측의 공방은 오는 22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여론전’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 공방은 주총이 열리는 22일까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연 주총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과연 어느 쪽일까?

이번 주총에서 양측이 대립하는 안건은 크게 2가지다.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자기주식 50%를 처분·소각하려는 금호석유화학 측의 제2-1호 안건과 주총 결의에 의해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하자는 차파트너스 측의 제2-2호 안건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최도성 한동대 총장을 선임하려는 금호석유화학 측의 제4-1호 안건과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려는 차파트너스 측의 제4-2호 안건이다.

 

2022년 3월 25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주총회 현장.(사진=연합뉴스)

양측의 지분 구성을 살펴보면, 금호석유화학 측은 박찬구 회장(7.14%), 박준경 사장(7.65%). 박주형 부사장(1%) 등 총 15.7%이며, 박철완 전 상무 측은 박철완(9.1%)에 모친 김형일씨 등 우호세력 지분을 합해 총 10.87%이다.

그리고, 양측의 표 대결에서 결정적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트로는 약 9.27%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지목된다. 과거 두 번의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은 금호석유화학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에도 같은 선택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과거와 달리 최근 정부가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하고 있고, 최근 국민연금도 해외 기업의 자사주 소각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50% 소각보다는 100% 소각이라는 차파트너스 측의 주장에 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 모두 ‘금호석화 지지’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에도 금호석유화학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분위기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와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가 올해도 금호석유화학 지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먼저, ISS는 이번 주총에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상정한 안건을 모두 찬성하고, 차파트너스의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선공개했다.

ISS 측은 “회사의 가치와 주가 성과는 핵심 석유화학 사업의 주기적 특성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뤄졌다”며 “(주주제안자 측은)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도 “주주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국내 상장사 중 전례가 없거나 어느 회사의 정관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고 반대했다.

 

ISS의 금호석유화학 주주제안 관련 의안별 권고. (사진=금호석유화학)

글래스 루이스도 12일 보고서를 통해 차파트너스의 주주 제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등을 검토한 결과 주주제안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자사주를 발행한 기록이 없고, 방어적인 방식으로 자사주를 활용하지 않았으며, OCI 합작 계약에 따른 자사주 교환은 회사 발행 주식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투자금융업계 한 전문가는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예년과 다른 결정을 내릴려면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회사 측을 지지하고 있고, 그간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별다른 불협화음도 없었던 터라, 이번 주주총회도 예년처럼 회사 측의 승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내다봤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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