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도 ‘양극화’ 시대…국내파·해외파 엇갈린 운명

정의식 기자 2024.02.12 11:57:10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 올해도 ‘암울’
PF 청산 등 리스크 관리가 최대 화두
국내사업 비중 줄이고 해외투자 확대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현장. (사진=현대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대부분의 중견·중소·지방 건설사들이 고전한 지난해에도 대형 건설사들은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보인 삼성물산, 현대건설은 2023년에도 영업이익을 늘렸다. 반면, 국내사업 비중이 큰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은 영업이익이 크게 줄며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건설업황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국내사업은 고전하고 있고 해외사업은 선방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계속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겁니다” (A건설사 홍보담당 임원)

주요 건설사들의 2023년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심각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중동 등 해외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영업이익을 늘리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위 5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반면,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다.

먼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3년에 연간 매출 19조 3100억원, 영업이익 1조 3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의 14조 5980억원보다 32.3%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전년 8750억원보다 18.2% 상승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영업이익 1조원을 늘린 것은 이번이 최초다.

 

‘카타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예상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던 이유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카타르 태양광 사업과 사우디아라비다 네옴터널 등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서 매출이 본격화된 덕분”으로 설명했다. 다만 “4분기에는 해외 현장 화재사고로 인한 복구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4분기에 실적이 조금 하락했지만, 역대 최대인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건설부문은 삼성물산 전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34.46%에서 지난해 36.0%로 늘리며 ‘실적 효자’로 자리잡았다.

현대건설도 2023년에 매출 29조 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9.6%, 36.6% 증가했다.

현대건설 측은 “해외 대형 현장의 공정 본격화와 국내 주택 부문의 실적 호조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의 대형 현장이 본격 가동됐고, 국내에서도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가 본 공정에 들어섰다는 것.

 


매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하락’



대우건설은 지난해에 매출을 늘렸지만 영업이익 감소를 막진 못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11조 647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 목표치인 10조 9000억원을 106.9% 초과 달성한 성과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실적(7600억원) 대비 12.8% 감소한 662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7%였다.

대우건설 측은 “주택건축사업부문의 원가율 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2022년 베트남THT 법인 실적 확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대우건설이 준공한 인도 뭄바이 해상교량 전경. (사진=대우건설)

DL이앤씨는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 컸다. DL이앤씨는 2023년에 매출 7조 9945억원, 영업이익 3312억원이 예상된다고 2월 1일 공시했다. 매출은 2022년 대비 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3.4% 감소한 수치다.

DL이앤씨 측은 “건자재 가격 등급의 여파가 지속된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면서도 “분기별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증가해 올해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 예상했다.

GS건설은 지난해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GS건설의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9.2% 증가한 13조 437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5548억원에서 –3880억원으로 –169.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GS건설 측은 적자전환에 대해 “검단아파트 사고로 인한 일시적 비용 5524억원 반영을 포함해 품질향상 및 안전 점검 활동 등을 포함한 보수적인 원가율 및 공사기간 반영으로 인한 것”이라 설명했다.

 


새해 전망 ‘흐림’…활로 찾아라!



이처럼 2023년은 대형 건설사들에게도 많은 타격을 안긴 우울한 한 해였다. 그렇다면 2024년 새해 건설사들의 실적 전망은 어떤 색상일까? 일단 밝고 화창한 색상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실적의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난해 착공 및 분양 물량 규모가 2022년 대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건설 원자잿값 상승세도 여전히 이어지며 수익성을 낮추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연일 확산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의 불투명성이 증대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심각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도 우울한 전망을 부풀리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올초의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이어 오는 4월엔 약 15곳이 넘는 중견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새해에도 해외사업과 신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들만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에만 집중해온 건설사들은 고금리와 높은 원가율 부담, 갈수록 늘어가는 미분양 비용, PF 리스크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사업은 물론 신사업, 플랜트 등에서 강점을 무기로 수익률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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