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60일 활동 기간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가운데, ‘인요한 혁신위’가 주류 기득권 포기와 희생을 총선 승리를 위한 당내 혁신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1호 혁신안에 반발하는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 사이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점차 갈등이 깊어져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 위원장이 독대해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에 대한 속도 조절 필요성에 공감하며 충돌이 잦아드는 듯했으나 불과 열흘도 안돼,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올랐다.
지난 23일 혁신위 회의에서는 비(非)정치인 출신과 정치인 출신 위원 사이 당 주류에 대한 용퇴 압박 속도 조절과 혁신위 조기 해체론을 두고 격론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일부 외부에서 영입한 위원들의 사퇴설까지 흘러나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혁신안 수용을 김 대표에게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당장 혁신위를 해체하자는 주장부터, 예정된 임기(12월 26일)를 다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내부 갈등은 그 자체 만으로 김기현 지도부의 처지가 투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당 지도부 한 고위인사는 27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혁신위가 주장한 혁신안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혁신위원들부터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류 용퇴론’을 일축했다.
그리고 직접 혁신위를 출범시키며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공언했던 김 대표 역시 자신을 향한 ‘험지 출마’요구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오히려 지난 주말 울산 남구 자신의 지역구를 돌며 “의정보고회를 한다니까 왜 하냐고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어서 황당했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자신의 지역구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은 혁신위에 대한 ‘무반응’을 넘어서서 ‘무시’에 가깝다는 평가다.
김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한 혁신위원은 “우려가 된다. 본인에게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고 지적한 반면, 당 고위 관계자는 “거취를 표명하지 않은 이상 김 대표는 지역구민 선택을 받은 현역 국회의원이고, 반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 그 직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렇듯 혁신위는 국민의힘 주류의 강한 반발에 어수선한 내부 상황까지 겹쳤지만, 인 위원장은 지난 주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전격 회동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원 장관의 ‘험지 출마’ 결단에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등 우회적으로 지도부를 압박해 당 주류에 대한 희생 권고를 어떻게든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처럼 혁신위는 내부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만큼, 오늘 열릴 예정이었던 화상회의를 취소하고 각자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오는 30일 대면 회의에서 주류 희생 권고안을 정식으로 의결하고 당 지도부에 공식 혁신안으로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혁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지도부들이나 중진들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지만 총선 국면에서 희생이 필요한 면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희생을 권고한 것”이라며 “이번 주가 정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최고위가 1호 혁신안을 대사면(징계 취소) 이외의 의결 없이 ‘보고’만 받았던 것처럼, 이번 혁신안 역시 최고위 보고 대상이지 의결 대상은 아니다”라며 “나머지 이 혁신안에 대해서도 최고위에서 의결하지 않을 전망이 높다”고 전했다.
양측이 이처럼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대치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권고를 묵살할 경우 혁신위는 쇄신 동력이 고갈되면서 조기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아 이번 주가 혁신위나 지도부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혁신위가 좌초할 경우, 김기현 지도부 역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을 벌써 잊고 자성도 자구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