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비즈] 통신3사가 ‘2002년 홍대’ 호출한 사연

선명규 기자 2023.06.06 09:44:34

이통사들, 홍대역 출구에 옛 홍대거리 재현
21년전 월드컵 함성과 히트곡으로 추억여행
겪었다면 향수, 영상서 봤다면 신기한 경험

 

T팩토리에 전시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과 응원도구.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빽투더2002!”를 주제로 T팩토리와 KT애드샵플러스에서 체험존을 운영한다. 당시 홍대거리를 재현해 추억을 자극한다. (사진=선명규 기자)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21년 전 뜨거웠던 그해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호출에는 강제성이 있다. 부르면 반드시 가야 한다. 거기가 어디든.

2002년 홍대거리가 그 자리에 그대로 호출됐다. 발신자는 통신이 장기인 회사들이다.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과 8번 출구 앞에 그때를 불러들였다. T팩토리와 KT애드샵플러스에 각각 체험존을 각각 꾸리고 방문객에게 시간여행을 제안한다. 그 시절을 경험한 이에겐 추억을 주고, 겪지 않은 연령대에는 유튜브에서 본 장면을 눈앞에 들이밀어 준다. 그때는 몰랐다. 전 국민이 하나 되어 열광할 일이 앞으로 이렇게나 없을 줄. “대한민국”이란 함성으로 들끓던 그해, 그 거리로 가는 열차에 지난달 26일 탑승했다.

 

T팩토리에 전시된 MP3와 피처폰 (사진=선명규 기자)


보아 ‘No.1’, 휘성 ‘안되나요’, 장나라 ‘Sweet Dream’.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2002년 가요차트를 휩쓴 메가 히트곡이라는 것. T팩토리 2층에 들어섰을 때 이 곡들이 하나둘 흘러나오자 시간여행은 빨라졌다. 일순간에 21년이란 세월을 건너뛰었다.

진열대에는 음악 감상의 깊이를 더해줄 기기들이 놓였다. 그때 흔히 쓰던 MP3다. 일부 기기는 작동도 된다. 연결된 헤드폰에서는 2002년 8월 발매된 부활의 ‘Never Ending Story’가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이란 노랫말처럼, 그렇게 2002년을 다시 만났다.

통신사 주최 행사다운 전시품은 피처폰이다. 딸깍 접거나 스르르 밀어 쓰던 전화기들이 나왔다. 관람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전화기로 찍은 사진을 현재 쓰는 나의 휴대전화로 보낼 수 있다. 피처폰과 스마트폰이 사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3G와 5G 사이의 기술적, 시간적 거리를 뛰어넘는 장면이 이채롭다.

2002년 하면 역시 빠질 수없는 이름은 월드컵이다.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 유니폼, 붉은악마의 응원복과 도구, 거리에 내걸렸던 홍보 포스터가 진열됐다. 그리고 한쪽에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문구가 붙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패션하면 홍대라는 공식을 낳은 당시 옷가게들의 모습도 구현했다. 그 시절 유행한 빨간 운동복과 일명 건빵바지인 카고팬츠, 뒤쪽만 메시 처리된 모자 등으로 한껏 멋을 낸 마네킹이 ‘홍대 멋쟁이’란 상점 앞에서 호객을 한다. 가까운 공간에는 왼손으로 조이스틱을 휘젓고, 손톱으로 버튼을 긁어 치던 ‘홍대 오락실’도 마련됐다. 여기서는 ‘철권’ 같은 게임을 실제로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패션의 메카'로 불린 홍대거리의 옷가게와 당시 통신사 매장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왜 콕 찍어 2002년? ‘통화연결음’ 등장한 해



인근 KT애드샵플러스에서 인상적인 곳은 ‘삼촌 방’처럼 보이는 공간이다. 브라운관 TV, 카세트 플레이어와 CP 플레이어 등 방을 차지한 소품들이 딱 그때 그 감성이다. 게다가 당시 인기 많던 신화, 비, 성시경 등의 CD 앨범이 책장을 장식해 사실적이다. 그들은 모두 2002년 가요순위에서 상단을 차지한 가수들이다.

통신사들은 왜 2002년을 콕 찍어 호출했을까.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국민 축제가 열렸으면서 동시에 컬러링(통화연결음)이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한 해이기 때문이다. KT애드샵플러스에는 피처폰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연결음을 듣는 체험공간이 따로 있다. 당시 유행한 컬러링으로 추억을 상기하라는 것이다. 관심 가는 상대의 컬러링에 어떤 의미가 담겼나 분석하던 추억 하나쯤 있다면, 흥미로울만하다.

 

KT애드샵플러스에서는 피처폰으로 전화를 걸어 과거에 유행한 통화연결음을 들어볼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그간의 발전상도 엿볼 수 있다. 이제는 듣기에서 보는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2002년에 출시한 컬러링(통화연결음)이 보이는 V컬러링(통화연결영상)으로 진화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 이번 프로모션의 기획 의도. 통신3사가 서비스하는 V컬러링은 최신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2만 여개의 다양한 숏폼 영상을 무제한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화를 걸면 이제 노래가 아닌 영상이 나오는 것이다.

KT 커스터머 사업본부장 구강본 상무는 “세대를 넘어 다양한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V컬러링’을 소개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직접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존 운영은 오는 11일까지.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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