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승만 대통령 ‘건국전쟁’ 논쟁, 그리고 우리의 과제

손정호 기자 2024.03.20 09:29:11

CJ CGV피카디리1958에 있던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설명판. (사진=손정호 기자)

최근 우리은행이 실버세대를 위해 조성한 ‘WOORI(우리) 어르신 IT행복배움터’를 취재하러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산종합사회복지관으로 갔다. 어르신 몇 분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아버지 또래의 한 분에게 잡혀서 한참 대화를 나눴다. 그분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흥행, 자신이 살아온 대한민국에서의 삶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윤동주와 갈라 포라스 김, 이승만 그리고 우리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자수첩도 썼던 터라, ‘건국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이 갔다. 개인적으로 이승만 대통령 정부 대변인 겸 청와대 공보실장이었던 전성천 목사에게 유아세례를 받고, 어렸을 때부터 대학에 다닐 때까지 종종 만나기도 했다. 자필 싸인 책과 메모를 선물로 받고, 예일대와 프린스턴대 신학과 철학 석박사 학위증도 보여주고 인생에 대해 조언도 해주셨다. 아내인 동양화가 김옥 할머니도 유화와 민화를 선물로 주고,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내게는 이승만 대통령 정부가 역사가 아니라, 포함됐던 인물로 인해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 형성된 개인적인 기억 또는 심상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래서 CJ CGV피카디리1958로 ‘건국전쟁’을 보러 갔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관객수 115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상태였고,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개봉한지 시간이 지나서 일일 관람객 수가 줄어들었고, 평일 오후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극장에 약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봤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었는데, 추억을 소회하며 눈물을 흘리고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는 분들도 있었다.

‘건국전쟁’의 영어 제목은 ‘The Birth of Korea’였다. 조선, 대한제국,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나 해방을 맞이한 우리나라. 1945년 12월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로 미국, 영국, 중국, 소련 4개국이 5년 동안 신탁 통치를 결정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받아들인 북한,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이후 남한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고, 38선은 휴전선으로 바뀌어 지금도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건국전쟁’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방식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결합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농지 개혁을 단행하고, 북한과의 전쟁이라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등을 담고 있었다. ‘이 영화를 대한민국 건국 1세대들에게 바칩니다’라는 영화 마지막 부분의 문장도 인상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승만 대통령 때 시행된 농지 개혁으로 인해 남한에서는 토지의 주인이 정부에서 개인으로 바뀌어 소작농 신분이던 사람들이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을 성장시키기에 좋은 사회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경제로 토지의 주인이 여전히 다른 성격의 정부로 남아있어서, 소작농은 동지 또는 노동자라는 다른 이름의 소작농으로 머물며 분배 정의에서 멀어진 채 비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에 머물러 있게 된 것으로 느껴졌다.

물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많다. 그가 집권하던 시절 발생한 제주4·3사건과 한국전쟁,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 문제 등도 논란의 대상이다. 부정선거와 4·19혁명,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미국 하와이로의 망명 등 많은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2024년의 정치, 사회적 상식을 달성하기 위해서 초대 대통령 또는 그 이후의 정부가 많은 비판을 받았고, 민주화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비판과 평가 위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살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내부의 수평적 평가에서 이승만 대통령보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를 민주화 정부로 보기도 한다. 일견 타당한 평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의 통일이라는 문제를 상정하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주변국 사람들을 고려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기대한다면, 통일 한국에 보다 적합한 토대를 형성할 인물이 이승만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에 대해서 보다 세심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인류가 만든 이념 또는 사회 체제에 대한 하나의 실험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할 것이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민주주의 정도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을 때 김일성 위원장보다는 이승만 대통령이 미래의 표상으로 보다 적합한 인물이지 않을까. 보다 심화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승만 대통령보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 등이 보여준 가능성을 토대로 씨앗의 발아를 기대하는 것도 합당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인간의 의지로 멈추거나 늦출 수 없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앞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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