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예상한 1989년 개봉 영화
공중 부양 보드 등 신기술 대거 등장
10년 지났어도 상용화는 대부분 요원
단, ‘스마트홈’ 구축은 현실이 더 빨라
AI홈 만드는 삼성·LG전자 현주소 보니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1989년 개봉 영화 ‘백 투 더 퓨처2’는 주인공 마티가 브라운 박사의 타임머신인 드로리안을 타고 미래로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마티가 기판에 입력한 날짜는 2015년 10월 21일. 개봉 시점 26년 뒤, 지금 기준으로는 10년 전입니다. 그때는 미래라고 했지만 현재는 과거죠.
지난 일이지만 영화에서 그린 2015년은 놀라웠습니다.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호버보드), 자동으로 신발 끈을 묶는 운동화, 3D 홀로그램 뉴스, 길거리에서 상어가 덮치는 증강현실(AR) 광고가 휘몰아치듯 등장합니다. 나오는 족족 신세계였죠. 그중에는 현재 상용화된 기술도 있지만 여전히 상상에만 머문 기술도 있습니다.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경험했듯 인간의 상상력은 늘 기술력보다 앞서나가니까요.
미련이 남습니다. 그래도 이건 있다면 좋을 텐데. 저는 겨울철이 되니 호버보드가 어른거립니다. 자기부상열차처럼 떠서 움직이는 호버보드가 있다면 빙판길에서 어정어정 걷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스스로 신발 끈을 묶는 운동화도 뺄 수 없겠고요. 시제품 형태로 개발된 적은 있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한 이 운동화가 있다면 끈을 묶으려 수고롭게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될 겁니다. 아고, 바라다보니 끝이 없네요. 저는 우선 이정도인데 여러분은 무엇이 가장 아쉬운가요? 훗날 이 중 꼭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풍부해진 음성 제어…‘집’은 훨씬 스마트
그런데 신세계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모처럼 영화를 다시 보니 빠트린 게 있더랍니다. 또 하나의 상상력을 발견했습니다. 놀라운 실체는 집에 있었습니다. 주방 등 집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천천히 돌려보니 지금은 익숙한,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기능이 나옵니다.
정답은 두둥, 음성 제어인데요. 여성이 오븐에 음식을 넣고 온도를 맞추며 이럽니다. “4등급으로 해줘” 그러자 ‘띠링’ 하고 조작되죠. 식탁 위에 설치된 대형 쟁반을 향해 “과일 줘”라고 말하니 스르르 내려옵니다. 이처럼 말로 집안의 기기를 제어하는 일. 오늘도 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ㅇㅇ야, ㅇㅇ해줘”
영화에 나온 음성제어 기능은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와 비교하면 단편적이죠. “소등해줘” “커튼 닫아줘” “날씨 알려줘” “TV 켜줘” 등등. 지금은 영화보다 더 다양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조작 가능한 기기도 훨씬 많고요. 2025년의 눈으로 본 영화 속 2015년에서 유일하게 놀라지 않은 장면이 있다면 바로 음성제어입니다.
이렇듯 현실 속 집의 변화가 영화보다 빠릅니다. 많은 IT 기업들이 오랜 시간 집을 똑똑하게, 이른바 ‘스마트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인데요. 국내 가전 대표주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분야 선두주자로 꼽힙니다.
기기끼리 매끄러운 연결, 생활 습관에 맞춰 알아서 세팅되는 집, 그 과정에서 우려되는 보안 문제 해소 등 다양한 목적을 설정하고 기술 개발에 공들여 왔습니다. 그 여정이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5’를 영상 되감기 하듯 다시 보겠습니다.
기기들이 하나의 유기체로
행사에서 두 회사는 AI 홈(Home)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삼성전자는 초개인화를 위한 ‘Home AI’를 중점적으로 소개했고, LG전자는 다양한 AI홈 생활상을 제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해하기 쉽도록 ‘Home AI’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AI 가전이 에너지 사용량과 가사 시간을 절약해 주는 ‘효율적인 집’, 수면과 운동 등을 파악하는 ‘건강을 챙겨주는 집’, 부모님 낙상 여부 등을 감지하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돌볼 수 있는 집’, AI 기능이 탑재된 기기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생산성을 높여주는 집’, 그리고 유명 작가의 작품을 TV로 감상하는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는 집’ 입니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구동하는 ‘Home AI’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주제를 나눈 거였죠.
LG전자는 AI홈 존을 통해 자사 AI 기술이 집에 얼마나 편리함을 주는지 알렸습니다.
유기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LG 씽큐 온(ThinQ ON)’,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콘셉트 제품 등 다양한 AI홈 허브가 기기들을 어떻게 최적의 상태로 제어하는 지를요.
이런 식입니다. AI홈 허브가 집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로 잠든 사람의 심박수와 호흡, 기침 등을 분석해 평소 냉수를 마셨다면 온수를 제안하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거실에 설치된 136형 차세대 ‘LG 마이크로 LED’는 목소리를 식별해 각자에 맞춘 webOS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편의 기능은 여기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걸 빠트렸는데요. 바로 보안입니다.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 삼성 녹스 매트릭스(Samsung Knox Matrix)를 적용한 점을 소개했습니다. 연결된 기기들이 보안 상태를 상호 점검하다가 외부로부터 위협이 감지되면, 해당 기기의 연결을 끊고 사용자가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알려 주는 기술이죠.
LG전자는 독자 보안 시스템 ‘LG 쉴드(LG Shield)’를 알렸습니다. 기존 LG전자의 보안 프로세스에 LG 쉴드의 기술을 추가로 적용해 보안을 강화하고, 강화한 보안 사항을 검증한 것이 특징입니다. 소프트웨어(SW)의 모든 측면을 고려한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과 데이터를 안전한 상태로 보호한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입니다.
편리와 안전. CES 2025으로 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AI 홈’ 현주소는 이 두 단어로 요약됩니다. 그 사이사이에는 AI(인공지능)가 있고요. 영화도 예측하지 못한 미래형 집은 이렇듯 빨리 지어지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다 보니 궁금합니다. 더 먼 미래에 ‘네가 사는 그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함께 상상력을 발휘해보시죠. 상상력은 언제나 기술력을 앞서나가니까요.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