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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풍향계] “위기 정면 돌파”…재계, 고유 DNA가 ‘혁신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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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5.01.07 09:34:17

역사 깊은 정체성이 돌파의 핵심
강점 발굴하고 키워서 미래 대비
총수들, 담백하고 결연하게 일성

 

2025년 첫날인 1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계 전반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끝내 해소되지 못한 채 한 해가 저물었다. 새해가 밝았으나 여전히 가시거리는 확보되지 않았고 해법은 묘연하다. 불안한 국내 정세와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리스크가 맞물리며 2025년의 출발도 어수선하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위기를 뚫고 나아가기 위한 이정표를 새로 세우고 있다. 을사년의 포부, 신년사를 통해서다. 경영인들의 말을 풍향계 삼아 만경창파(萬頃蒼波)에서 닻을 올리는 2025년을 전망한다. <편집자주>


 


도약, 성장, 돌파….

주요 그룹 총수들의 올해 신년 메시지는 강경했다. 회사의 DNA를 다시금 짚어보고 강점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일진월보(日進月步)의 정신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기에 직면했으나 우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면 대응을 선택한 총수들의 ‘말말말’은 여느 때보다 담백하되 결연했다.

삼성전자는 예년처럼 이재용 회장 대신 부회장 명의로 신년사를 냈다. 2일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사내 메일을 통해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선대회장부터 뿌리내린 ‘초격차 신화’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어 “지금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AI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제품과 사업,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조기에 발굴하고 미래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지난이행’ 최태원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필요”



사자성어로 핵심 메시지를 함축해서 전달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지난이행’(知難而行)을 내세웠다.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지난해 최 회장은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친다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을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최 회장의 시선은 내부로 향해 있다. 그는 신년사에서 미래 도약의 원동력으로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본원적 경쟁력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본질적으로 보유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의미한다.

최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운영개선(O/I, Operation Improvement)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영개선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경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접목해야 하는 ‘경영의 기본기’로 자리잡아야 하며,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모든 경영의 요소들이 그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운영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는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만큼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SK 고유의 ‘패기’로 끈기 있고 집요하게 도전하며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협업한다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달 19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LG의 창업초기 Day 1부터 이어 온 도전과 변화의 DNA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도전 DNA 이미 있어”



구광모 LG 대표는 정체성을 혁신의 동력으로 삼았다.

구 대표는 “LG의 창업정신에는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LG의 시작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남이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LG의 Day 1 정신에는 고객을 위한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으며 때론 익숙한 방식을 벗어나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실패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지금의 익숙함도 과거에는 혁신이었듯 우리는 실패에 멈추지 않고 이미 달성한 혁신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 변화를 거듭해 왔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되었듯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도 분명하다”며 “도전과 변화의 DNA로 미래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가 다져온 고객을 향한 마음과 혁신의 기반 위에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웁시다”라고 주문했다.

그 미래에 대한 단상도 제시했다.

구 대표는 “고객의 시간 가치를 높이고,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AI와 스마트솔루션, 건강한 삶과 깨끗한 지구를 만드는 바이오, 클린테크까지 그룹 곳곳에서 싹트고 있는 많은 혁신의 씨앗들이 미래의 고객을 미소 짓게 할 반가운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AI와 로봇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해 소중한 시간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하고, 헬스케어와 혁신 신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하며,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고 이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혁신으로 모두가 깨끗한 물과 공기를 누릴 수 있게 하고, 첨단 산업 솔루션으로 고객이 고민의 벽을 넘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등을 미래상으로 꼽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의연하고 자신있게…김승연·장인화의 뚝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의연한 자세를 주문했다.

김 회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불가능한 도전과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며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외부로부터 오지 않는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침묵하는 태도가 가장 큰 위기의 경고음”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신속한 실행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실행력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자”면서 “어떠한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을 한화만의 실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인사, 생산, 안전과 같은 경영의 기본활동부터 다시 살펴보고 빈틈 없는 계획과 차질 없는 실행으로 단단히 채워나가야 한다”며 “그렇게 할 때 불확실한 미래를 돌파해 나갈 우리의 기초 체력 또한 갖춰질 것”이라고 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메시지 역시 단호했다. 자신감을 강조했다.

장 회장은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경영 여건 속에서 한 해를 시작하며 어떤 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걱정을 앞세우기도 한다”며 “하지만 꿈과 희망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 우리가 과거 어느 순간에 역경 앞에서 낙담하고 주저앉았더라면 지금의 포스코그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현재의 난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며 사업장에서의 안전, 기술의 절대적 우위 확보, 탄소중립 등을 올해 핵심 과제로 꼽기도 했다.

 

(왼쪽부터)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각 사)

 


경쟁력은 내부에…발굴하고 키워야



손경식 CJ그룹은 회장은 위기를 돌파할 열쇠로 근본적 경쟁력 확보를 지목했다.

손 회장은 “올해는 내수 소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환경 및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인구 고령화, 경제 양극화, 기후 변화, AI혁신이 가속화되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복합적 구조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근본적인 경쟁력이 없이 단기적 대응에만 급급하면 대내외 경영환경이 변화할 때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당부했다. 글로벌 사업을 통한 본격적인 미래성장 동력 확보와 각 사업에서의 잠재적인 기회를 최대한 발굴하는 것이다.

끝으로 손 회장은 “위기 속에서 도전적인 자세를 가질 때 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독려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현재를 단단히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자”며 의지를 다졌다. “우선은 안정을 기조로, 기회가 오면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고 당부한 것.

박 회장은 “사업을 단단히 지키기 위해선 시장 지배력 강화가 중요하다”면서 “기술과 제품 경쟁력은 입증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치열하게 시장을 이끌어 나가자”고 말했다.

또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는 수익성을 높이는 게 우선순위”라며 내실 강화를 강조한 데 이어 “가스터빈 사례에서도 확인했듯이, 기회가 오면 곧바로 잡을 수 있도록 근원적 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자”며 사업부문 전반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박 회장은 특히 AI(인공지능)와 관련해 “기술발전 속도로 볼 때 향후 기업 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두산 고유의 AI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가용한 역량을 모두 모아야 한다”며 AI와 연계된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시장 여건이 어려워도 기회는 반드시 온다”며 신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할 키워드로 ‘소통’을 꼽았다.

조 회장은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생존과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아무리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치밀하게 준비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온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출발점이 바로 소통이다. 우리는 소통을 통해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신뢰를 쌓으며 협력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진심 어린 경청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며, 강한 팀웍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의 문화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일방적인 지시와 보고만 반복하는 형식적인 회의가 아니라 폭넓고 다양한 정보와 의견들을 자유롭게 나누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며 “각 사업부는 당장 실행 가능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조 회장은 “위기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굳은 의지를 보였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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