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따라와도 극복해야 혁신
잘하는 일 잘해서 기회 만들어야
회사 DNA가 곧 대외경쟁력 ‘각인’
경제계 전반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끝내 해소되지 못한 채 한 해가 저물었다. 새해가 밝았으나 여전히 가시거리는 확보되지 않았고 해법은 묘연하다. 불안한 국내 정세와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리스크가 맞물리며 2025년의 출발도 어수선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위기를 뚫고 나아가기 위한 이정표를 새로 세우고 있다. 을사년의 포부, 신년사를 통해서다. 경영인들의 말을 풍향계 삼아 만경창파(萬頃蒼波)에서 닻을 올리는 2025년을 전망한다. <편집자주>
유통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의 수장들은 하나같이 신년사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악재를 뚫고나갈 해법으로는 혁신을 지목했다.
노하우에 주목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공통적으로 이제껏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왔던 ‘DNA’를 역설하며 올해 비전을 제시했다.
신동빈 “AI내재화 통해 효율성 제고해야”
신동빈 회장은 본격적인 신년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저출산과 고령화’ 등 불확실한 국내외 상황을 언급했다.
요동치는 국내외 정세 변화 속 신 회장은 ‘강도 높은 쇄신’을 강조하며 체질 개선·효율성 저해 요소 제거·고객 중심 사업을 위기 극복의 기반으로 삼았다.
우선 신 회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며 “재무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해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고객 관점에서 사업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며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롯데만이 제시할 수 있는 혁신과 차별화된 가치”를 언급하며 ‘현지화’에 방점을 두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더욱 힘써달라”며 ‘AI 내재화’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용진 “불안한 시장 상황? 지금이 혁신할 적기”
정용진 회장은 ‘고물가와 불경기’ 등 불안한 시장 상황을 언급하며 오히려 “지금이 신세계가 또다시 혁신하고 변화할 적기”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본업 경쟁력’을 혁신의 핵심 가치로 강조했다.
정 회장은 “본업이란 오늘의 신세계그룹을 있게 한 성장 엔진”이라며 엔진의 핵심 연료는 ‘1등 고객’이라고 정의했다.
1등 고객이란 기업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내놓을 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으로, 새로움을 갈망하고 과거와는 다른 경험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이런 1등 고객을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늘 바라봐야 하는 대상”이라며 “2025년에 1등 고객의 갈증에 먼저 반응하고 집요하게 실행하는 신세계 본연의 DNA를 실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책임 회피·온정주의 같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병폐를 거론하며 “1등 고객이라는 본질이 아니라 나 자신을 1등으로 여기며 교만해지지 않았는지 성찰해 보자”며 “조직과 사업에서 1등 고객이 어디로 향하는지 치열하게 읽고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지선 “창발적 조직문화로 신규사업 추진”
정지선 회장은 “관습적으로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적용해 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성장통’의 가치를 짚었다.
정 회장은 변화의 동력으로 기존사업의 경쟁력과 신규사업 추진을 꼽았다. “자신감을 갖고 기존사업의 차별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자”며 “다양한 의견 수렴과 신속한 판단을 바탕으로 신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조직문화와 업무추진의 상승효과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구성원이 회사를 신뢰하고 개인과 회사의 성장을 동일 선상에 두면서 업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창발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자”며 “경영층의 적극적인 리딩이 있어야 전략 추진의 속도가 올라가고 멀게만 보였던 비전목표를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임직원이 고객 중심적 사고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고 외부의 다양한 파트너와 원활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CNB뉴스=홍지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