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행, 헌법재판관 ‘2명 임명 1명 보류’…여야 모두 반발
여야 극한 대치 상황서 '위헌' 논란까지 감수하며 ‘줄타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이른바 쌍특검법인 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추천몫 헌법재판관 3인 중 2인은 임명했으나 야당 추천 인사 임명은 일단 보류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야 사이에서 '줄타기'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최 권한대행의 이 같은 결정은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 요구를 일부씩을 수용하는 ‘절충안’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미 여야 합의를 거친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위헌’ 비판은 여전하다.
최 권한대행은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 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권한대행은 내란 사태 이후 환율 상승과 신용 등급 하락 등 경제적 이유를 들었으며, 또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언급하며 “국민의 안정과 행복이 국가의 미래다.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의 혼돈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최 권한대행은 이날 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유력하게 관측됐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은 예상 밖의 갑작스러운 발표였으며, 더구나 임명을 보류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는 국민의힘이 이념 문제를 들어 강력 반발해 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여당을 의식한 판단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야당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한덕수 전 권한대행과 비슷한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으나 쌍특검법과는 달리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국회로 공을 넘겼다가 탄핵소추 당한 한 전 권한대행의 전례를 밟지 않겠다는 행보를 보이며 숙고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최 권한대행이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했기에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고심할 것이라는 예상과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참사 현장 방문이 헌법재판관 임명 판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국무회의 막판까지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헌법재판관 임명 내용이 빠진 원고와 임명 내용이 포함된 원고 등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단 헌법재판관 임명 결단은 했지만 3인 중 1인은 여야 협상을 전제로 임명을 보류한 점은 국회에서 넘어온 헌법재판관 임명의 공을 다시 국회로 넘기는 것으로,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헌적 행위’라는 점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2일 CNB뉴스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미 국회에서 결정해 넘어온 것을 다시 문제 삼는 것은 국회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헌법상의 의무를 저버리는 ‘위헌적 행위’”라며 “삼권분립 원리에 의해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에게 각각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 몫을 주고 대통령은 임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은 권한대행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2일 입장문을 통해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이며, 국회의 논의과정을 왜곡한 것”이라며 “국회의장 중재로 헌법재판관 추천 몫 배분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가 협의해 국민의힘 1인, 더불어민주당 2인을 추천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입장문에서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희생한 것”이라고 지적한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삼권분립에 대한 몰이해이고 위헌적 발상으로 대통령도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권한이 없는데 권한대행이 선별해서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여야는 제주공항 참사가 발생한 점을 감안해 ‘강 대 강’ 대치는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읽히면서 향후 헌재의 탄핵 심판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헌재가 ‘6인 체제’에서 벗어나 ‘8인 체제’로 숨통이 트였으나 탄핵소추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의 동의가, 사건을 심리하려면 7명의 출석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는 4월 18일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다는 점에서 추가 헌법재판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6인 체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