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수처 청구 ‘내란 수괴 尹’ 체포‧수색영장 발부
현직 대통령 최초…압수수색 막았던 경호처, 이번엔?
법원이 3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수귀)’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게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전날 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에 대해 범죄를 증명하는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인정된다는 의미로 판단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법원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 헌정사상 최초로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영장 없이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고 시도한 점에서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으므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공수처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30일 “오늘 오전 0시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히면서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과 25일에 이어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던 29일 3차 출석요구에도 아무런 대응 없이 불출석하자 체포영장 청구를 결정했다”고 설명하면서 “윤 대통령이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머무는 점을 고려해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노태우·전두환·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 된 바 있으나 모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였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불소추 특권을 갖고 있지만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예외다.
특히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윤 대통령의 경우,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의 ‘정점’으로 지목됐으며, 특히 계엄 포고령 작성은 물론, 국회 봉쇄, 국회의원 체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탈취 등 불법 행위들을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관계자들의 진술도 다수 나왔다.
검찰은 앞서 ‘계엄 2인자’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 하면서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등의 발언을 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켰다는 혐의 정황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므로 출석 요구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를 수사할 수 있고,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도 수사할 수 있으므로 수사권이 있다”며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서 내란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공수처는 이런 논리로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해 내란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바 있지만 군사재판을 관할하는 특별법원인 군사법원 외에 일반 법원에서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전례가 없어 일각에서는 공수처 검사가 기소권을 갖지 않는 범죄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공수처는 여러 판례를 통해 검사의 지위를 인정받았고, 앞서 다른 사건으로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수사권 부재를 이유로 각하된 적은 없다며 당연히 체포영장 청구 권한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부에도 불구,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 정지 상태일 뿐 현직 대통령 신분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경호법상 여전히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를 받는다.
이런 점에서 최악의 경우, 윤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와 사법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 신분인 점을 고려해 대통령실과의 협의를 거쳐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수감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은 총 20일이지만 공수처법상 구속기간은 정해지지 않아, 수사하는 공수처와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송부받아 기소를 맡게 되는 검찰이 각각 며칠씩 구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됐으나 최근 검찰과 공수처는 통합 구속기간을 최장 20일로 합의했다.
따라서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데 성공할 경우, 그날로부터 검찰 구속기간까지 포함해 총 20일 내에 기소하게 돼 윤 대통령은 늦어도 1월 안에는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