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도 친환경”…‘탄소감축’ 지상과제
화주-선사 간 ‘감축량’만큼 이익 보는 거래
친환경 연료로 2045년까지 ‘넷 제로’ 실현
해운업계에 친환경 에너지 바람이 불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바이오선박유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중유보다 20~30% 비싼데도 친환경 연료를 찾는 이유는 탄소감축량 공시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데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달라는 화주들의 요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황을 들여다봤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바이오 선박유’(Bio Marine Fuel)는 생물학적 원료에서 추출한 연료다. 기존 선박유에 바이오 디젤을 혼합한 연료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친환경 연료)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운 오염물질로 거론되는 황을 저감한 연료라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기존 선박 엔진을 개조하지 않고도 사용 가능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화석연료 기반 선박유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바이오 선박유를 꼽았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은 GS칼텍스와 함께 지난 2023년 9월 15일 바이오선박유 시범 운항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HMM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선박 120여척으로 전 세계에 화물을 운송하는 종합 해운물류기업이다.
HMM에 따르면, 이날 부산신항 4두부(HMM부산신항만)에서 HMM의 6400TEU급 컨테이너선인 ‘HMM타코마호’(HMM TACOMA)가 GS칼텍스가 생산·공급한 바이오선박유를 급유받고 운항을 시작했다.
총 500톤의 바이오선박유를 공급받은 ‘HMM 타코마호’는 부산을 출발해 싱가포르, 산토스 등 남미 모선을 운항하며 관련 데이터를 확보했다. 확보된 데이터는 정부기관에도 제공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박유 바이오연료 개발사업’에도 기여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지난 2023년 4월 친환경 바이오선박유 사업 업무협약이 체결된 후 빠르게 진행됐다. 협약에서 HMM은 바이오선박유의 해상 실증과 수요 확보에, GS칼렉스는 바이오선박유의 안정적인 공급에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바이오선박유 도입은 ‘2045 넷제로’ 전략의 일환이다.
HMM은 기후변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탄소 감축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기존의 2050년 넷제로(NetZero) 목표를 2045년으로 앞당겼다. 우선, 1단계로 2030년까지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시행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스코프 1·2·3를 포괄하는 온실가스(CO2, CH4, N2O) 감축 목표를 수립했다. 스코프1은 직접 배출로 공장에서의 연료나 보일러, 발전기 등이 해당되며 스코프2는 간접 배출이다. 회사가 사용하는 전력, 난방으로 인한 온실가스가 해당된다. 그밖에 스코프3은 기타 간접 배출인 공급망에서 생긴 배출량을 뜻한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액화천연가스(LNG) 기반 7700TEU급(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2척을 도입했다. LNG 추진선은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각각 30%와 85%,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는 99% 감소시키는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운항을 시작해 지중해와 극동아시아를 잇는 자사의 독자 노선 FIM(Far East-India-Mediterranean)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HMM은 현재 90만 TEU 수준의 선복량을 2030년까지 155만TEU로 늘리는 동시에 전체 선대의 35% 이상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HMM 이처럼 친환경 경영에 주력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화물 운송을 맡기는 화주들 사이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화주와 선사가 탄소 감축량을 놓고 거래하는 일까지 생겼다.
지난해 6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에 탄소 감축량을 판매하기로 한 ‘그린 세일링 서비스’ 계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린 세일링 서비스는 저탄소 연료를 선박에 사용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감소시킨 탄소 감축량을 거래하는 친환경 사업이다.
HMM은 지난해 컨테이너선 운항에 바이오선박유를 사용함으로써 얻어진 온실가스 감축량의 국제 표준인 Scope3 권리를 이케아에 넘길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약 1만 1500톤을 줄일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해운사가 탄소 감축량을 다른 업체에 판매하는 것은 지난 3월 독일 물류기업 헬만사 이후 두 번째다.
이케아는 HMM으로부터 사들인 탄소감축량을 Scope3 공시에 활용해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HMM은 Scope3를 판매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화주 확보를 위한 영업에도 실적으로 쓸 수 있다. 양사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다.
이밖에 ESG경영이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이 된 점도 HMM의 사업 전략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기업들은 ‘E(친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폭우·폭염·혹한 등 기후변화 위기가 모두 탄소 배출 과다로 인한 자연 파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다.
한편 국내 대표적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도 바이오선박유 시장을 노크하면서 최근 해외 첫 수출에 성공했다. 지난달 17일 바이오선박유를 대만의 해운 선사 양밍에 공급하기로 한 것.
HD현대오일뱅크 측은 이번에 공급하는 바이오선박유가 황 함유 비율이 0.5% 이하인 초저유황 중유를 기반으로 생산했다는 점에서 탄소 저감에 실질적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연료 수출의 첫 발을 뗀 HD현대오일뱅크는 이번 대만 수출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선박유 시장은 지난해 39억 달러(약 5조 7000억원)에서 오는 2034년까지 연평균 7.3%씩 성장해 80억 달러(약 11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