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4.12.25 01:02:43
필자가 이현정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다. "DRAWN, ERASED"라는 주제로 베를린 장벽과 바벨스베르크 궁전, 쿤스트라움 포츠담에서 자신의 벗은 몸에 붓으로 선을 긋게 하고, 작가는 이를 지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행위는 분단됐던 독일과 현재 분단된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현정, 코엑스 A홀 136번 솔로展
프랑스 '갤러리 뤼테스' 초대展
대표작 KIMCHI SERIES 전면에 내걸어
필자는 이현정 작가를 24일 서울아트쇼에서 우연히 만났다. 24일부터 28일까지 코엑스 A홀에서 열리는 '서울아트쇼 2024' 136번 부스에서 SOLO 展을 진행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GALLERY LUTECE(갤러리 뤼테스)가 서울아트쇼에 참여하면서 이현정 작가를 SOLO로 특별히 초대한 것이다. 무엇보다 작품이 궁금했다.
작가는 이번 서울아트쇼에 자신의 대표작 'KIMCHI SERIES'를 전면에 내걸었다. 마치 자화상과도 같은 '김치 시리즈'와 관련해, 작가는 "밭에서 갓 뽑혀 펄펄 살아있던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며 숨죽이고, 매운 고춧가루에 버무려져 김치가 되어가는 과정은 우리 삶의 여정과 닮아있다."라고 말했다.
김치 시리즈는 발효라는 시간성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배추가 김치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과 에너지 전환은 우리 일상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변화와 성장의 은유다. 특히 이 작업은 한국 여성의 삶과 경험을 통해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제2회 후쿠오카 아트 어워드 2024' 수상
이현정은 '제2회 후쿠오카 아트 어워드 2024'에서 수상한 작가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작가가 김치라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탐구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특히 발효과정을 통한 시간성의 표현과 한국 여성의 삶에 대한 성찰이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고 평가했다.
심사평에 따르면 "이현정의 대표작인 김치 시리즈는 그녀 자신의 자화상으로 묘사된 강렬한 붉은색과 생생한 질감을 특징으로 하는 유채화이다. 김치는 한국에서 매일 먹을 수 있는 가장 친근한 존재이며, 작가는 그 아름답지도 않고 특별한 존재도 아닌 음식의 모습에 스스로를 덧입힌다. 그리고 배추가 숙성되어 김치로 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걸어온 삶의 여정과 성장, 변화를 살펴본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프랑스 '갤러리 뤼테스'가 주목한 이유
프랑스 '갤러리 뤼테스'가 이현정 작가를 주목한 이유도 궁금했다. 이와 관련해 갤러리 관계자는 "그의 김치 연작이 지닌 독창적인 예술 언어와 보편적 가치 때문이다. 작가는 한국의 일상적 음식인 김치를 통해 시간성, 정체성,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개인의 서사를 출발점으로 하여 문화적,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보편적 예술의 언어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라고 밝혔다.
특히 "제2회 후쿠오카 아트 어워드 수상과 미술관 영구소장은 작가의 작품이 지닌 예술적 깊이를 보여준다. 지역성과 보편성의 균형잡힌 조화, 일상적 소재를 통한 깊이 있는 존재론적 사유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문화적 경계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 예술의 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필자가 이현정 작가를 서울아트쇼 2024에서 주목하면서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