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자충수’…‘尹 탄핵’ 국민 깃발 올라
충격이 분노로…자진사퇴냐 탄핵이냐 갈림길
비상계엄의 배경·배후는? 대대적 수사 초읽기
(CNB뉴스=도기천 기자)
“2024년 대한민국에 비상계엄이라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대학생 서모씨)
“이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그냥 두면 또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당장 탄핵해야 한다” (국회 앞 농성에 참여한 한 시민)
“탄핵이 아니라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랄 미치광이 짓을 윤석열이란 작자가 했다. 이런 미치광이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새벽 4시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가 요구한 계엄 해제안을 의결할 때까지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전날 밤 마치 영화 ‘서울의 봄’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10시 24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도 대국민담화 직전까지 내용을 모를 정도였고, 발표 직후 취재기자들의 대통령실 출입을 통제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대한민국 운명 갈린 6시간…국민 모두 가슴 쓸어내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선포 대국민담화에서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국가지속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특히 국회를 향해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음 등의 내용이 담긴 ‘계엄사령부 포고령(1호)’을 밤 11시부로 발표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전군 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곧바로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에 따라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은 비상대기에 들어갔고, 국방부 전 직원도 출근 지시를 받았다. 전투기 등 비상대기를 위한 공중 전력도 대부분 출격해 공중 감시 및 초계 임무를 수행했다.
자정을 넘길 즈음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검은색 유니폼에 위장 무늬 전술장비와 야간투시경 등을 착용하고 총기로 무장한 계엄군은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예하 제1공수특전여단과 수도방위사령부의 정예병력 등으로 알려졌다. 제1공수특전여단은 1979년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 당시 반란군으로 참여한 전례가 있는 부대다.
소식을 듣고 국회로 모여든 수천여 명의 시민들은 총을 든 계엄군과 맨몸으로 대치했다. 계엄군은 헬기 여러 대를 동원해 국회 운동장에 착륙,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보좌진, 당직자, 의원들과 충돌했으며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군인들은 국회 유리창을 깨거나 창문을 넘어 경내로 진입했다.
계엄군이 국회를 봉쇄하려 했던 이유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헌법에 따르면, 재적 국회의원의 과반 이상이 동의하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고 이에 따라 대통령은 지체없이 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모든 의원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와달라고 호소했고, 시민들은 국회 문을 막아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의원들이 들어갈 통로를 터줬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계엄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구금을 시도하려 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일 새벽 언론에 “군이 국회에 난입했을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특임대가 이재명 대표를 체포 및 구금하려 했던 시도가 CCTV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 우원식 의장을 체포하려는 체포대도 만들어져 각기 움직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숨가쁜 상황 속에서 마침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 190명이 4일 오전 1시경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계엄군은 비상계엄 선포가 법적 유효성을 잃은 것으로 판단되자 국회에서 물러났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전 1시 15분께 “국회 본청으로 들어온 군인 전원이 다 나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지 약 3시간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가 요청한 계엄 해제안을 의결(계엄해제)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사실상 쿠데타나 다름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전날 밤부터 국회 앞에 모인 수천여명의 시민들은 계엄군이 철수한 뒤에도 떠나지 않았다. 국회 앞 농성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앞에 모여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
야당들은 간밤의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했다. 비상계엄선포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헌법 89조5항 위반), 비상계엄 요건을 갖추지 않았으며 국회에 통보하지 않았고(77조 1항 및 4항 위반),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행위가 내란(헌법 제84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의 실질 조건을 전혀 안 갖춘 불법·위헌”이라며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와 이 나라의 미래와 국민 안전, 생명, 재산을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의 불법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이 자체(비상 계엄 선포)만으로도 탄핵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내각총사퇴, 국방장관 문책, 윤 대통령 출당 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보, 보수 등 진영을 넘어 전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탄핵과 더불어 비상계엄의 배경과 배후 등에 대한 대대적인 국정조사와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