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거듭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오는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다.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 같은 의사 일정에 합의했다.
앞서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주도로 두 차례 발의됐으나, 두 번 모두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거쳐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폐기된 바 있으며, 지난 14일 통과된 세 번째 특검법도 이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재표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여야는 재표결에 대비할 내부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해 시점을 미뤘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일단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 건의와 재의결 저지를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에 이탈표가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재의결 시기와 무관하게 특검법 부결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이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성격의 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갈등이 증폭된 것은 재의결의 변수로 꼽혀왔다.
물론,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도 김 여사 특검법에 명확히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당장 재의결이 이뤄지면 계파 갈등 국면 속에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법 재의결 시점을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0일까지 미루는 데 합의한 것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윤계와 친한계가 공개 충돌하며 내홍이 극에 달했지만, 특검법 재의결까지 갈등을 냉각시킬 2주간의 시간을 확보하면서 다시 단일대오를 다지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법 재의결까지 여론전을 강화하더라도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을 담은 김 여사 특검법이 사실상 야당이 특검을 임명하는 특검법이라는 데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때문에 표결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27일 CNB뉴스에 “민주당이 이탈표를 노리고 재의결 일정을 연기했을지는 몰라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신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에서 무죄가 나오자마자 김건희 특검법재의결을 압박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최근 당원 게시판 논란 등으로 분열 기미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 이탈표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당초 예정보다 약 2주 늦은 내달 10일로 미루기로 한 것은 이같은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에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총력을 다해 표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재의결 날짜를 정확하게 예정해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하겠다고 생각해 12월 10일로 재표결 날짜를 합의했다”면서 “또한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문제로 여권 분열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조직적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에 채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특위 위원 명단을 27일까지 제출해달라고 한 만큼, 내달 4일 본회의에서는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의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2일 본회의에서 검사 탄핵안 보고, 4일 ‘검사 탄핵안’ 통과, 그리고 채상병 국정조사 계획서 의결, 10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등 파상공세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